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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Mar 24. 2021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생각한 것

내가 보는 나 vs 남이 보는 나

몇 년 전부터 줄곧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20대의 마지막 또는 30대 초반의 초상을 남겨 보고 싶어서, 그리고 30년 동안의 경험과 발자취가 나의 외관에도 반영되어 있다면 가장 젊을 때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원체 사진을 안 찍는 나인지라, 프로필 사진 촬영은 버킷리스트로만 존재했고, 몇 년째 지연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친한 친구가 이직을 하면서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고, 친구와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기약 없이 밀릴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을 찍자는 이야기가 나온 후 바로 촬영 일자를 잡았다.


촬영 당일, 위에서 언급했듯 나는 사진과 거리가 멀고 작정하고 포즈를 취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을 찍는 동안 굉장히 어색하고 힘들었다. (조금 긴장이 풀어진 채로 촬영해야 될 것 같아 와인을 조금 마시고 촬영했음에도 말이다.) 감사하게도 스튜디오 대표님이 계속 웃겨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셔서 그나마 잘 끝났다.


그렇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끝난 줄 알았는데, 사진 촬영을 끝낸 후 보정 작업에 들어갈 베스트 컷을 고르면서 생각거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촬영 초반에는 어색하고 민망해서 약간 바위처럼 얼어 있었다.


1.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가 다르다.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컷, 그리고 친구들이 생각하는 베스트 컷이 너무나도 달랐다. 남들은 내가 활짝 웃는 사진(다르게 표현하면 무장해제된 사진)이 베스트 컷이고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내 기준에서는 정말 어색한 사진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괴리가 발생한 원인은 단순했다. 나는 거울을   짓는 표정이 나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나 상대방은 아니었던 것이다. 좀 더 설명해보자면 나는 거울을 볼 때 짓는 무표정한 모습들이나 살짝 미소를 진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표정은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나오는 표정이 아니다. 친구들은 거울에  드러나지 않는 활짝 웃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자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투버 입짧은햇님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니다. 사진에 찍힌 것이 내 모습이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봤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제서야 정말 공감이 갔다. (링크)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다르다는 깨달음은 일종의 현실 감각을 준다. 그동안 나는 좁은 울타리 속에서 주관적으로만 생각해 온 것이 얼마나 많을까? 타인의 시선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친구들과 스튜디오 대표님의 사진에 대한 의견을 들으며 정말 많이도 놀랐엇다. 사진 왼 켠에는 화이트 와인...



2. 내 인상은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웃을 때 한쪽 입에만 힘을 주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으면 늘 입이 삐뚤어져서 나오는 것이 태반이라, 프로필 사진 촬영 전에 최대한 입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갔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컷들은 다 입이 삐뚤어져 있었다.


입이 삐뚤어진 사진들을 적나라하게 계속 지켜보니 걱정이 되었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도 입이 많이 삐뚤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인상은 내가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고, 이제는 20대의 풋풋함의 버프도 없는 나이가 되었다. 좋은 인상을 가지기 위해서 미소 짓는 연습, 표정 짓는 연습을 의식적으로라도 해야겠다.


한 유투버 분이 사진을 볼 때 남들은 당신의 의상보다는 눈과 표정을 본다, 이에 의상보다 표정 연습을 먼저 하라는 영상을 봤는데, 정말 공감이 갔다. (링크) 사람들은 나를 볼 때 가장 먼저 내 눈과 인상을 먼저 볼 것이다. 적어도 내 인상으로 인해 마이너스는 되지 않도록 잘 챙겨야겠다.

 

3. 카메라 앞에서 넉살이 있기를

함께 프로필 촬영을 한 친구 한 명은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자연스럽고 능숙해서 스튜디오 대표님도 칭찬을 많이 하셨고, 나도 입을 떡 벌리고 보면서 감탄했다. 나는 너무 떨면서 찍었던지라 친구보다 먼저 촬영을 한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이것도 자신감과 넉살의 영역은 아닐까? 물론 처음 찍는 사진이니 능숙할 순 없겠지만, 초심자답게 머쓱해하면서도 당당하게 찍었으면 조금 더 자신감 있는 사진들이 나오진 않았을까 돌이켜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감 하나는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일 테니 앞으로는 좀 더 넉살을 키우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촬영해서 더 즐거웠던 프로필 촬영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즐겁게 버킷리스트를 끝내자는 마음이었는데, 덕분에 많은 것을 돌이켜본다. 다가오는 30대에는 남이 보는 내 모습, 인상, 자신감, 넉살 모두 잘 관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선명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개성이 뚜렷한 음식처럼

image by @robinegg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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