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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Sep 19. 2021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기적)

패터슨 & 플로리다 프로젝트

패터슨과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가족의 문제에 해결책을 찾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해결책 없이 가족의 하루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담담한 여운을 남긴다. 두 영화는 가족과 함께하는 무탈한 일상이 얼마나 기적이고 소중한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1. 패터슨

뉴저지의 소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은 시를 쓰는 것이 취미로 부인 로라와 함께 하루하루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반복한다. 운전을 하고 로라가 싸 준 점심을 먹으며 시를 쓰고 퇴근 후 바에 가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함께 잠을 잔다.

자극적인 에피소드 없이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은 얼핏 보면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작은 변주와 웃음 포인트들에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의 잔잔한 템포에 익숙해질 때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문득 깨닫게 한다. 꼭 재미있는 큰 에피소드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매일매일이 작은 선물이라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좋아한다. 평범해서 쉽게 잊어버리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의 소소한 순간들이 많을수록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패터슨처럼 조금 느리게 삶을 유영하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주인공 패터슨의 부캐(?)가 시인인 만큼 영화 내내 서정적인 시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영화 중에 'Love Poem'이라는 시가 등장하는데, 성냥개비로 낭만적인 사랑을 얘기할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패터슨이 시를 낭송하는 부분의 링크도 함께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6VGkIudVOk 

감독 : 짐 자무쉬

평론가 코멘트 : 평일의 예술에 관하여 (김혜리 평론가 / 별점 5.0


2.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월드 근처의 빈민층 소녀 무니의 일상을 다룬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패터슨과는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마약을 하고 관광객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버는 스물두 살의 어린 엄마 핼리와 함께 사는 무니의 일상은 금방이라도 사고가 생길 듯 아찔하다.


무니에게는 이런 환경도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 놀이터이지만 하루하루 위태로운 무니의 엄마와 주변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가족과 무탈하게 보내는 일상이 진짜 기적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천방지축 무니와 친구들의 순수한 모험과 이야기에 연신 웃음이 지어지다가도, 범죄, 마약과 같은 어른의 세계와 대비되어 묘한 긴장감을 준다.

빈민층이자 어린 엄마 핼리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사회 문제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실제로 디즈니월드 주변 화려한 모텔들이 주변의 극빈층들의 임시 거처로 쓰이며 슬럼가처럼 변해갔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무니 역을 맡았던 브루클린 프린스는 신인상 수상 소감으로 세상의 모든 무니와 핼리를 도와야 한다는 야무진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H3IvjCJko

“I would like to dedicate this award to all the Halley’s and Moonee’s out there, guys this is a real problem! You need to go out there and help. Thank you so much.”

이 상을 세상의 모든 핼리와 무니에게 돌리고 싶어요. 이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는 나가서 그들을 도와야 해요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의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 수상 소감 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동화 같은 영화다. 영화는 쨍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무지개, 노을, 연보라색 건물 등의 몽환적인 색감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준다. 또한 결말 부분 위기 앞에서 일상의 세계와 환상의 세계가 연결된 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디즈니월드의 동화와 연결된 것 같은 쨍한 여운을 남긴다.

감독 : 션 베이커

평론가 코멘트 :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동진 평론가 /별점 4.0)



손예진/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손예진의 독백이 나온다.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연애시대 은호의 독백 中)

유독 두 영화를 보면서 이 대사가 많이 떠올랐다. 나와 주변 가족들의 일상도 소박하고 무탈하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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