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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Sep 20. 2021

가족. 나의 조력자

바바둑 & 원더

바바둑과 원더의 주인공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깊게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결정은 주인공 본인의 몫이지만 곁을 함께 지켜보고 도움을 주는 가족들의 존재가 인상적이다. 가족 덕분에 나의 외연이 조금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1. 바바둑

바바둑은 로튼토마토 선정 2014년 올해의 영화 2위를 달성한 숨겨진 수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다. 주인공 아멜리아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남편이 죽은 이후 그녀의 일상은 매우 어려워진다. 잘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도 아들 새뮤얼과는 계속 어긋나고 아멜리아는 점점 더 지쳐간다.


이런 와중에 어쩌다 아들 새뮤얼에게 읽어준 동화책이 악령 바바둑의 저주가 담긴 금서임을 알게 되는데, 그 이후 아멜리아는 환상을 보게 된다. 바바둑은 조금씩 아멜리아의 일상을 공포로 몰아가고 그녀의 삶을 망가뜨리려 한다.

바바둑은 공포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아멜리아의 트라우마 극복기를 그린 가족영화로 다가온다.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 일상,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날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두려움의 실체와 대면하는 것이다. 영화 후반 아멜리아가 바바둑을 용기 내서 대면하는 장면은 마치 명상의 한 방법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무엇이 괴로웠는지를 알아차리고 나를 괴롭히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고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아멜리아는 위기를 극복한다. 그리고 작아진 바바둑은 다락방에 갇히고, 지속적인 관리 대상으로 바뀐다.


영화에서 아멜리아의 어린 아들 새뮤얼의 역할이 중요한데, 새뮤얼은 아멜리아의 삶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멜리아를 지치게 하는 원인이다. 원인이자 결과인 새뮤얼이 아멜리아의 조력자가 되어 각성을 돕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력자가 가족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바바둑은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끼리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감독 : 제니퍼 켄트
평론가 코멘트 : 우울증과 죄책감에 대한 창의적인 메타포가 인상적 (가디언지)


2. 원더

원더의 주인공 어기는 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얼굴에 자신이 없기에 헬멧을 쓰고 학교에 가고 여러모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그런 어기가 구김살 없이 상처 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가족들은 어기를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지만 어기는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다.


영화는 어기의 시점뿐만 아니라 누나의 시점, 친구의 시점 등 다양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챕터로 나누어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 모두를 주인공처럼 따듯하게 조명한다. 어기를 바라보는 가족과 친구들의 말하지 못할 고민들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진 공감대가 참 넓다.

원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어기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칭얼대던 순간, 어기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누나 비아의 대사이다. 스쳐가듯 지나가는 대사라 유명한 대사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따끔하게 일침을 준 대사이다.

'Not everything in the world is about you.'
' 세상의 모든 일이 너와 관련된 것은 아니야.'  
- 영화 원더 중 비아의 대사

정신 번쩍 나게 하는 대사인지라 팩트 폭격이 필요한 날에는 이 대사를 되새겨 보곤 한다. 남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려고 할 때, 이 대사를 떠올리면 따끔하지만 균형 감각이 생긴다.

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평론가 코멘트 : 우리 존재가 기적 (장영엽 평론가 / 별점 4.0)


몇 년 전(정확히는 27살) 회사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적이 있었다.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가족에게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었으나, 어쩌다 가족에게 간략하게 나의 상황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간단하게만 전달했으나 가족들이 주는 지지의 메시지는 강했고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헤쳐 나왔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나는 평생 가족의 사랑과 일침이 골고루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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