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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소소 Jul 31. 2024

성장 한 스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들에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싶다. 

가까이 있지만, 불투명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그 시작은 문득 떠오른 회상이었다.


중학생 무렵, 더위를 피해 학원 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간 날이다. 

기진맥진해 에어컨에 의존하고 있던 그때, 선생님께서 지그시 한마디를 하셨다.

“소소야, 만족이라는 건 하면 안 돼, 만족하면 성장을 할 수 없거든.”


그 말이 맴돈다는 건, 어른이 된 이후 종종 성장을 뒤로 미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어느덧 사회생활의 반복적인 업무로 권태감을 느끼던 모습이 그와 같았다. 더 해보자는 열정을 품는 것도, 쓰는 에너지도 버거우니 내심 이 정도만 하자는 마음이 들기 일쑤였다. 그러다 문득 기존에 있는 성장의 정의가 궁금해져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성장이 궁금해지니, 성공의 정의도 알고 싶어졌다. 물음표가 또 다른 물음표를 낳더니 이제 '다른 사람의 삶 속에 성장과 성공은 어떤 의미일까'까지 도달해 버렸다.


“성장과 성공의 차이가 뭔 것 같아?”

뜬금없는 질문을 받아낼 사람은 나의 언니였다. 

“나는 내일 이토 준지(일본의 공포만화 작가) 호러 하우스에서 기절 안 하고 무사히 나오는 것도 성공이야.”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그렇지- 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런 나에게 언니가 또 한마디를 했다.

“일본 갔을 때 비행기 무사히 탄 것도 성공과 동시에 성장이지” 


그리고, 행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음속 기준치 꼭대기에 성장이라는 깃발을 꽂은 느낌. 그런 상태라면 위대한 업적을 이뤄야만 깃발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걸음을 떼기도 전에 지칠 게 분명하니, 저 멀리 꽂은 성장의 기준을 낮춰 내 가까이에 두고 싶었다. 특히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나의 의지가 들어간 일에는 성장이라는 의미가 더욱 간절했기에. 


성장은 시리얼 토핑처럼 삶의 그릇에 곳곳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찾기 어렵거나, 엄청난 건 아니다. 한 스푼을 뜰 마음이 있다면, 그 속에서 성장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은 성장 한 스푼을 뜬다. 그 한 스푼이 가져올 행복을 느끼며 날마다 살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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