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소소 Jul 17. 2024

각자의 모양


나의 모양을 다른 사람에게 맞추려고 할 때가 있었다.   

유독 예민했던 10대의 나날은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어서 단지 보이는 틀에 몸을 구겨 넣기도 했다. 상대와 나는 각자 다른 생각의 문양을 지니고 있음에도 기어이 깎고, 더하는 행동을 반복했던 날들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는 공허함이 찾아올 때. 뚫리고 찢긴 상처에 가슴이 저릿해질 때, 비로소 원래의 모양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흐릿했던 모양은 조금씩 선명해졌다. 

뚜렷해짐과 동시에 내가 믿는 가치가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겨났다. 한편으로는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공격과 강요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같은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의 생각, 가족의 생각, 연인의 생각, 친구의 생각, 나아가 대중의 생각. 모양이 다른 우리는 때때로 부딪히고 싸우기도 한다. 내가 옳다고 느낀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생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 옳다고 느낀 생각이 나에게 틀린 방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기억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과,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가치관을 성립해 나간다는 것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까. 다름과 틀림, 옳고 그름에 바른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배려와 지나침을 겪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이전 05화 남겨진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