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정도 아이가 탈 것 같은 킥보드에는 제일 중요한 핸들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저 외딴곳에 우두커니 서있게 된 걸까, 내심 그 사연이 알고 싶어 졌다.
매일 출퇴근했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다리 밑에 터널이 하나 보였다.
터널 구석에는 그동안의 세월이 묻어있는 커다란 트럭이 놓여 있었는데, 지나갈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트럭이 그리도 신경 쓰였다. 항상 지나치는 풍경이지만, 터널이 나올 때쯤은 고개를 돌려 한 번씩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문득 제일 아끼는 그림책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어딘가 하나씩 고장 나고, 다친 장난감들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새 장난감이 되어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중 코가 부러진 인형이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 우는 장면이 있는데,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의 눈물일까 하여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어째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한 페이지에만 머무르는 게, 지금도 다 낡아 해진 그림책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겠지 싶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가는 걸까.
왠지 모르게 남겨진 것들에 눈길이 간다.
핸들이 빠지기 전, 운전대에 먼지가 쌓이기 전 그들도 나누던 온기가 있을까하여 오랜 시선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