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후회돼서 한숨을 쉬는 때가 늘었다.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내려놓지 못한 생각이 무거웠다.
속상함은 머리를 말리는 순간에도 몰려온다. 선풍기 앞에서 머리카락을 터는 것처럼 마음도 털어내면 좋을 텐데. 쉽게 부서지는 마음이 또다시 눈물을 만든다. 잘하고 싶은 바람이 강해질수록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 하면 잘 쓴 것처럼 보일까, 어떤 그림을 그려야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인 척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던 긴 밤. 나만 보는 일기를 쓰는 것조차 무서워질까 봐 두려웠던 긴 밤.
"아빠"
그런 어느 날. 온몸에 꼭 쥐고 있던 긴장이 풀렸다. 힘이 없어진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무슨 일 있지?"
늘 곁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약한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다정한 한마디를 들으니 그간 흔들렸던 모든 감정을 꺼내놓게 되었다. 지금 내가 노력을하고 있는 게 맞는지,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어떻게 아껴줘야 할지도.
"소소야, 네 세상에 딱 맞는 글을 써. 네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글을 써. 너보다 더 많이 산 사람은 또 다른 글을 쓸 거야. 지금 너는 네 세상에 맞는 글을 쓰면 돼. 그 안에서 넌 정말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더 올라가려고 하지 마. 욕심 내려고 하지 마. 너는 지금 배우는 사람이니까, 완벽한 결과를 내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사실 전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그 안에 있었다. 어째서 나는 겪지 않은 세상을 바라보며 조급하게 올라가려 했을까.
그간 묵혔던 마음이 눈물의 밤을 지새우고 내려갔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다시 내일의 두려움이 찾아올 수는 있다. 그럴 때면 지금 내가 있는 자리 주변에 가상의 원 하나를 그어보기로 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오늘 이 정도밖에 못했다고 생각된다면, 느린 것도 더딘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나의 속도를 맞춘 것뿐이라는 것을 알아주기로 한다.
어딘가에 나와 닮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함께 오늘을 이겨내면 좋겠다. 가고 있는 길의 끝은 알 수 없어도 오늘을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