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편파적인 기록
약 50일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을 책 한 권을 썼다.
전쟁이 막 시작된 2022년 3월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도시 곳곳치 초토화된 그해 7월, 두 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피란민들이 몰린 후방도시 체르니우치와 르비우, 러시아의 공격을 심하게 받았던 이르핀, 부차, 모티즌 그리고 접경 국가인 폴란드를 취재했다.
코로나19에 걸려 쓰러졌던 하룻밤을 제외하곤 매일매일을 전력투구했다. 그렇게 25건의 기사를 썼다.
전력을 다해 쓴 기사에는 어느 정도 후련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기에 마음속에서 털어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며 쓴 모든 기사에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쉬움, 미련, 답답함 같은 감정이 엉겨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방송 보도 분량은 2분 남짓.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수백 명의 이웃을 묻은 장의사의 두 손.
모든 가족이 살해된 뒤 홀로 남겨진 딸의 눈동자.
총알 파편이 가득한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던 아이.
모든 것이 불타 뼈대만 남은 마을...
손에 익은 언론의 문법대로 취재 내용을 자르고 붙여 기사로 만들었지만 이걸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기사에 담아내지 못한 전쟁의 모습을 보다 긴 호흡의 글로 최대한 세밀하게 담아내려 했다.
내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멋대로 잘라버린 사람들의 말을 되살려 전달하고자 했다.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다시 한번 마주했다.
그날의 온도와 바람, 기분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취재 기록과 내 기억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최대한 날것 그대로의 그곳의 풍경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취재기라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편파적인 글이다.
기자의 기본은 객관성을 유지한 채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취재할수록 감정적 동요는 심해졌다.
무너져 버린 삶의 현장 앞에서 분노는 커져갔고, 그곳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마음은 깊어져 갔다.
기사에서는 최대한 억누르려 했던 감정들이 이 기록에서는 중간중간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전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백컨데 우크라이나를 가기 전 스스로 전쟁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전쟁을 떠올리면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뒤엉킨다.
하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누구든 전쟁을 경험하면 그 이전의 자신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