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를 넘어 노모포비아의 시대
아침마다 주차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곤 한다. 그 이유는 내 차 위치가 기억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외투에서 리모컨 열쇠를 꺼내서 눌러본다. 차 문을 열면 ‘삑’하고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차가 멀리는 것 같다. 이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차를 금세 찾을 방법으로 ‘머리를 써라’라는 영상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열쇠를 머리에 가져다 대고 작동해 보는 것이다. 우리 뇌는 물로 가득 차 있고 물에 나오는 전자기파로 뇌에 있는 물 분자를 활성화한다. 분자가 활발해지면서 스스로 파동을 만들어내고 머리에 열쇠를 가져다 대면 파동이 중첩되어 신호가 최대 2배까지 커진다는 과학적 이론이다.
범위가 그나마 작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가능할 수 있지만, 만약 몇만 대의 주차가 가능한 놀이공원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놀이공원에서 근무했던 당시 폐장 후 자신의 차 위치를 모르겠다고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리모컨으로 열심히 주차장을 돌아다니면서 위 방법을 사용했고 30분 정도가 지나서 손님의 차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편리하게 차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앱을 통해 자신의 차량 위치를 저장할 수 있고, 공기관에서는 NFC 및 QR코드를 이용해 손쉽게 차량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테슬라에서는 핸드폰 앱으로 주차된 내 차를 오게 하는 Smart Summon(스마트 호출) 기능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한 설문에서 ‘25년간 미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위는 스마트폰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기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류가 농업혁명에 5,000년, 산업혁명에 200년, 컴퓨터 디지털 혁명에 3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 혁명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1위는 95%로 한국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전화기)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비슷한 말로는 '노모포비아(Nomophobia)'가 있다. 노모포비아는 '노(No)', '모바일(Mobile)',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공포감, 불안증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소통의 채널과 도구로 인해 편리하고 신속해진 소통
‘누구와도 연결되는 시대, 소통이 원활한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소통의 도구가 증가하였고, 이제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안부와 소식을 전할 수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 SNS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SNS를 왜 이용하는 것일까?
한 설문 기관에서 10-50 남녀 293명을 대상으로 개인 SNS를 이용하는 목적을 조사하였다. 이벤트 참여, 트렌드 파악, 일상 소식 기록, 다양한 정보, 업무를 위해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 중 가장 많은 답변은 바로 ‘커뮤니케이션(63.2%)’ 이었다. 다양한 소통 채널과 도구로 인해 편리하고 신속해진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양한 소통의 도구 등장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 대상 퇴직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람이 싫다.’ 81%, ‘일이 싫다’ 19%로 나왔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일’보다 ‘사람’이 싫어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스트레스 주요 원인에서도 직장 상사 29%, 직장 내 인간관계 20%, 과도한 업무량은 19%로 나타났다. 결국 조직 내 관계가 스트레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다양한 소통의 도구로 인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를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계의 발전보다는 관계의 피로감을 느끼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피로의 지속적인 축적은 번아웃 증후군을 불러온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의 부족도 소모적인 업무도 아닌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관태기(관계의 권태기)와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라는 신조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소통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대가가 따르지 않는 행복이란 없다’
SNS 소통이 대인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단절된 소통은 좋지 않다’라고 설명한다. SNS의 소통이 전 세계적인 사람과 들과 공유, 참여, 연결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프라인의 단절된 소통을 분명 잘못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언택트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였고 이는 소통에서도 많은 영향을 제공하였다. 이제는 언택트(Untact)로 콘택트(Contact)하는 시기, 바로 온택트(Ontact)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온택트 시장을 초기만 하여도 비 오는 날 우산을 쓰듯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기술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성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고 하이테크(기술의 개념)와 하이터치(인간 중심)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바로 ‘인간 중심의 소통’이다. 시대가 지나도 소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뜻이 통하여 서로 막히지 않는다’라는 뜻처럼 관계 증진을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이다.
결혼 생활의 만족 요인과 불만족 요인은 ‘소통’이고, 사내 인간관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도 ‘소통’이다. 결국, 소통의 부재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통도 비슷하다. 결국 소통의 부족은 ‘시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소통의 조건 및 환경을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대인 관계가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는지에 대해 원인을 분석해보고 해결책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