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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Aug 26. 2021

화장품과 사람

출근 준비를 하며 화장을 하는 중입니다.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미백크림, 로션, 선크림, 그 위에 색조

참 바를 것도 많습니다.

화장품을 바르면서 화장대를 보니 언제 사놓은지도 모르는 화장품들이 즐비합니다.

티브이를 보다가, 인터넷에서 유혹하는 문구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다급해집니다.

나는 주름보다 잡티에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미백크림만 나오면 두 귀가 토끼귀가 됩니다.

그래서 사 모은 게 몇 개나 되는지 모릅니다.

기대를 잔뜩 가지고 바르기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긴장의 줄이 느슨해집니다.

발라보니 느낌이 딱 온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또 그럴듯한 광고를 보면 좀 더 낫지 않을까? 구입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기존 있던 제품을 알뜰하게 꾸준하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늘 새로운 제품의 그럴듯한 문구는 나를 혹하게 합니다.


오늘 아침은 화장을 하면서 좀 다른 생각을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꽤 괜찮은 인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우리는 순간 마음을 뺏길 때가 있습니다. 오래 만나온 사람들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과 더 자주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다 보면 오래 만난다는 건 그만큼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잘 알기에 가만있어도 그 관계가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하지만 오래된 화장품은 상해서 쓸 수가 없듯이 오래 무심하게 버려둔 사람은 서서히 멀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나를 알려야 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야 하고 또 서로 맞춰야 하지만

오래 만난 사람은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되지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통하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나도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들과 요즘은 소원한 편입니다.

코로나 핑계를 대지만 요즘은 소통하기 얼마나 좋아요?

SNS를 통해 얼마든지 서로 소통할 수 있지만 마음에서 멀어지면 그조차도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새로운 화장품 광고 따윈 외면해야겠습니다.

아직 쓸만한 이전에 사둔 화장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발라야겠습니다. 광고에 괜한 효과를 운운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그렇듯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카톡으로라도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아마 '웬일이야?' 하겠지요?


누군가 처럼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안부인사를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 중에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젠 그 수를 좀 늘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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