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파인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Sep 26. 2016

[책을 빌리다] 11편. 댓글부대

댓글부대/ 장강명/ 은행나무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도서관 대출베스트에 속한 책을 읽는, 월요일의 리뷰


<댓글부대>은 2016년 8월 한달동안 성북정보도서관 등의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입니다.


제 3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였기에

이번 소설 또한 기대가 컸다.


모든 소설은 진실이 아니라 허구이다.

소설가들은 독자들을 잘 속이기 위해 치밀하게 거짓말을 준비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2장의 소제목)


이 소설에 부합하는 소제목이다.


작가는 2012년의 국정원 댓글조작을 모티프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발단에서 현실에 있는 사건을 가지고 와서 첫 부분에 실어놓았다.

국정원 댓글조작을 댓글부대 1세대라고 표현한다.

진실을 가지고 와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다음에 

팀-알렙이 등장한다.

이런 설정으로 독자는 팀-알렙이 실존하는 댓글부대쯤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팀-알렙의 활동 중에 일베, 클리앙, 줌다카페, ■게시판 등으로 나오는 인터넷공간이

현존하는 사이트의 실제 이름이거나 유사한 이름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더 실제와 같이 느끼며 소설에 몰입할 수 있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

작가는 독자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팀-알렙을 살펴보자면,

팀원은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여자들을 '김치녀'라고 비하하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만을 만나고

돈에 의해 움직이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일베에서 활동하며 일베에서 내세우는 김대중,노무현은 나쁜 대통령, 전두환은 좋은 대통령 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지만, 일베의 팩트를 가지고 현실을 비꼬는 재미에 빠진 인물들이다.

평범하지 않은, 진화된 키보드워리어.

그러나 이들이 이철수와 합포회가 시키는 일들을 행할때는 주도면밀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이 있다.

팀-알렙의 인터넷공작 에피소드.

그리고 찻탓캇이 팀-알렙을 배신하고 K신문의 기자 임상진에게 양심선언을 하는 내용.

팀의 에피소드는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찻탓캇과 임상진의 에피소드는 대사만 나온다.

이 두가지의 형식을 이용하여 팀-알렙이 해왔던 일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찻탓캇의 양심선언마저 팀-알렙의 작전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처럼 등장하는 임상진의 에피소드는 무서울 정도로 강렬했다.

잘짜여진 각본처럼 임상진과 K신문은 팀-알렙의 덫에 빠지고

팀-알렙은 진보 커뮤니티와 진보 언론을 모두 무너뜨렸다.


무시무시하고 막막한 느낌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인터넷으로 인해 숨겨진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요즘은 무분별한 정보로 진실이 가려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인터넷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언론과 민심을 조작한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웠다.


인터넷이 이젠 일상이 된 현 세대들이 이 책을 읽거나

인터넷이 사실은 아주 허약한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흐름에 가려진 진실을 읽는 눈을 가지자.

거짓에 속지 말자.

인터넷은 우리의 친구가 아닐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M.M.C] 28편/아임 소리 마마/기리노 나쓰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