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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월요일 저녁

by 이주희



가족 여행을 가면 엄마는 늘 누룽지를 싸가서 다음날
아침에 끓여주셨다. 뜨끈한 누룽지 한 그릇은 아침 식사로
전혀 부담이 없고 점심까지 든든하게 여행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쌀알처럼 흩날리는 벚꽃 때문인가 얼마 전부터

계속 누룽지가 생각이 나서 마트에서 큰 봉지를 하나 샀다가

아까 끓여보았다. 조리법에는 누룽지가 무궁무진하게

불어날 것이라는 말이 없었다. 치아를 조심하라는 주의사항까지

써두고는 이렇게 중요한 정보는 왜 안 쓰는가. 미역 저리 가라

할 만큼 불어난다. 넘치고 넘쳐서 내일과 모레까지도

먹어야 할 것 같다. 오래간만에 가스레인지 청소까지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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