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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7. 2021

[박정민의 수다다방] 회식

리더를 위한 표현도구상자

오늘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회식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회식이라는 장을 통해 관계도 강화하고 일에서의 스트레스도 날리고, 같이 고민하는 업무 과제에 대해서도 풀어왔던 기성세대는 아직 회식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주당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이제는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술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 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하면 업무관계를 더 돈독히 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리더분들을 종종 뵙게 됩니다.   


하지만 젊은 구성원들은 술 정도는 편한 사람과 먹고 싶다, 상사의 지적질과 자화자찬을 들어야 하고 비위 맞추며 수발 들어드려야 하는 회식을 도대체 왜 하는 거지? 우리는 일을 같이 하려 만난 거지, 친해지려 만난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죠. 그러다보니 회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딪히는 의견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리더분들이 회식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현들, 피해야 할 표현들, 그리고 유의점에 대해 오늘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Do

(언어적 표현)

- 관심을 가지고 질문해주기

“요즘은 어떤 것에 대해 관심이 있어요?” 

“요새는 뭘 할 때 제일 재미있어요?” 

“오, 그거 근사한데. 그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어떤 것을 중요시해요?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세요” 

 

(비언어적 표현) 

- 열심히 들어주기 : 눈맞춤하기, 집중해서 들어주기, 적극적인 반응 보여주기, 능동적으로 질문해주기

- 회식 때 들었던 이야기를 실제 현장에 반영해주기 위해 메모하기(그리고, 실제로 반영한 결과에 대해 말해주기)      


대낮에 달달한 거 마시면서도 친해질 수 있는디요 / 사진 : CALVIN  


2) Don’t

- 사적인 질문(연애, 결혼, 출산, 집마련, 자산관리, 자녀, 자녀교육 등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고 가르치려 하기. 자신의 생각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에게 지적질하기

- 술 권하기(상대방의 주량과 취향에 상관없이) : 술 한잔도 같이 먹기 싫다 이거냐? 넌 뭐가 그렇게 잘났어? 

- 신체적 접촉하기(어깨동무하기, 손 잡기, 끌어안기, 손에 뽀뽀하기, 머리카락 만지기, 머리 쓰다듬기, 손 주물럭 거리기 등을 포함합니다)

- 부적절한 농담하기 : 누구하나 바보 만들기, 성적인 농담, 젊은 세대의 유행어 쓰기, “농담과 진담도 구분 못하냐”(구성원을 웃기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유머집을 달달 외울 필요도 없구요.)

- 온라인 친구 요청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 우리는 이제 가족이니까, 형이라고 불러, 오빠라고 불러, 언니라고 불러, 누나라고 불러.

- 건배사 시키기

-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일어서서 오늘의 소감이나 기분 이야기하도록 시키기(회식만 하면, 일어나서 무슨 이야기 하라고 시키는 통에 아주 죽겠어요! 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회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식과 관련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유의점)

- 질문하고 잘 듣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회식 자리에서는 리더가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리고 한번 들었던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기억했다가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똑 같은 것을 두번 묻지 않도록, 개인별 기록을 만들어서 종종 들여다보면서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수 있는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을 기억해준다는 것이라고 하니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는 구성원이 회식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이 연관되어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모닥불 앞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면 안될까요 / 사진 : CALVIN  



- 회식은 리더가 구성원들을 더 잘 알고, 좋은 업무환경의 기반이 되는 신뢰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지, 리더가 즐겁게 놀기 위함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직적 관계가 아닌, 리더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격의없이 친해진 후의 모임은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냥 편하게 리더가 행동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추고 구성원을 대하겠다는 생각은 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그렇지 않을 경우, 구성원들이 회식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 “상사 수발 들어주기 싫다. 상사의 농담에 웃어주고, 상사 자랑질에 찬양해주기 싫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자고로 술취해서 흐트러진 모습도 좀 봐야 친해진다구! / 사진 : CALVIN  [



- 같이 술을 머리끝까지 먹고 흐트러진 모습을 봐야만 팀웍이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물론 개인적 특성과 가치관, 업무의 특성, 산업분야의 특성, 해당 시기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을 써서 팀웍이 생길 때도 있고, 팀웍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테구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정말 팀웍은 특정한 이벤트를 같이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일까요? 체육대회를 하고, 등산을 같이 하고, 해병대 극기훈련을 하면 팀웍이 생길까요? 요새 젊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히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질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하는 관계에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경험을 할 때 팀웍을 느끼게 된다는 대답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당연히 회식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것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줄리 없습니다. 하지만, 회식에서 생긴 부정적 인식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식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지요.

- 젊은 구성원들이 회식을 기피하는 이유들 중에 상위를 차지하는 것이, “뭘 자꾸 가르치려고 하시고, 지적질을 하려 하셔서 싫다”입니다. 조직의 회식에 참여하는 이유는,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대인관계를 강화하기 위함이지, 강의를 듣기 위함이 아닙니다. 

리더분들 중에서는, 내가 경험도 많고 연륜도 많으니, 젊은 세대들의 멘토가 되고 삶을 가르쳐주는 상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와 장소, 주제를 가려서 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조직의 상사는,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이 일을 더 잘하도록, 구성원의 업무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지요. 구성원의 개인적 삶이 더 잘 꾸려지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원래 아닙니다. 리더가 개인적인 삶의 문제까지 의논하고 싶을 정도로 신뢰로운 존재라면, 구성원 쪽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질문을 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 전에 미리 나서서 가르침을 주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상사로부터 삶에 대한 조언 듣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저는 특별히 가르치려고 하는 것 아닌데요?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걱정을 해주는 거죠”라고 말씀하시는 리더분들도 뵙게 됩니다. 우선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구성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걱정을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요. 

그런데 매해 명절마다 본가에 내려가기 싫다고 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한번 떠올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님과 친척분들이 걱정해주신다고 한마디씩 하시는 것이 비수 같이 느껴져서, 가기가 싫다고 하는 얘기 말입니다. “내가 다 너 걱정해서 이러는 거지”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그냥 저에게 좀 관심을 꺼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하죠. 

함께 일하는 리더에게 불편감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라고 물어보았을 때, 일 이외의 개인적 삶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보일 때라고 대답한 설문조사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는 일을 같이 하는 동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회식이라는 것의 진짜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 사진 : CALVIN  



- 회식에서는 그냥 회사 돈으로 맛있는 것 먹는 때, 회사 돈으로 영화를 보거나 야구를 보거나 뮤지컬,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기회 라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회사에서도 이야기하기 싫은 상사와, 옆자리에 앉아서 깊은 이야기를 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회식을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잘 알아가고 친밀도를 쌓아서, 일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으신 리더분이라면, 회식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 젊은 구성원들에게도 설명을 충분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리더 혼자 열심히 뛴다고 해서 회식에서 기대하는 효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모든 모임에서는 참여자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각자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지 않습니까. 

회식이라는 자리에 리더가 그냥 놀러가는 것이 아니듯이, 구성원도 참여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이벤트를 같이 한다 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회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인가, 회식을 통해 리더와 구성원이 다 뭔가 좋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 리더와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메뉴나 이벤트의 종류만을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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