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학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

by durante

[나의 1줄평]

"예술은 도덕과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도덕과 무관할 수 없다."


[1분 요약]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1891)은 아일랜드의 탐미주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1890년(36세)에 13장으로 된 초본을 발표했다가 1891년 논란이 된 동성애적 요소와 퇴폐적인 부분을 수정하여 20장으로 확대 구성하여 재출간한다.

대강의 줄거리.

젊음과 아름다움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어 한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늙고 타락하게 함으로써 쾌락과 죄를 탐닉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의 실재의 삶이 투영되어 있는데, 동성애 사건은 아주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2년간 투옥 후 3년 만에 사망하는데 그의 명예는 사후 거의 100년 만인 1998년에야 회복된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리얼리즘에 대한 19세기의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대해 혐오(rage)를 느끼는 모습과 같다. 반대로 낭만주의에 대한 19세기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해 느끼는 분노(rage)와 같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나는 거울을 보며 혐오 또는 불만족하는가? 거울을 보지 못해 분노를 느끼는가? 생각해 본다.


2022년 민음사에서 초판본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에는 1891년 판에 삭제된 '동성애적 요소와 퇴폐적인 요소'가 수정되지 않고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후일 일독하기로 한다.


한편 이 책을 20대에 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그때보다 더 자유롭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더라면... 와일드는 36세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지만, 마치 이 책은 40대를 훌쩍 넘긴 중년이 20대에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적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더 편할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어 했던 존재다."라고 했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실재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당당히 그것을 말할 수 있을까?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탐미주의적 예술 소설을 추구했지만 그 주인공인 도리언은 자신의 삶을 탐미적으로 소비하고 도덕을 거부하며 타인을 경험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죽음을 맞이했으므로 나는 "예술은 도덕과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도덕과 무관할 수 없다."라고 결론 지어본다.




[저자 소개] 교보문고 참조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185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시인인 어머니와 유명한 의사이자 민속학자, 박애주의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유미주의 운동에 동참했고, 뛰어난 구술가이자 당대를 호위한 유미주의자로 이름을 남겼다. 와일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그가 살았던 후기 빅토리아 시대는 자못 엄격해 보이는 도덕주의, 위선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대중의 삶을 억누르던 시대였다. 그는 이에 반하는 내면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기질은 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외양과 작품으로도 드러났다. 와일드는 젊은 시인인 앨프레드 더글러스 경과의 동성애 사건을 일으키며 ‘제 멋’을 보여 줬다. 또한, 남자들이 검은색과 회색 옷을 걸치고 다니던 시절에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기르고 단추 구멍에는 초록색 꽃을 꽂고 다녔다.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상류층과 어울렸으나 그가 내면적으로 추구한 것은 결국 ‘멋’과 ‘미(美)’였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행복한 왕자》(1888),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 《석류나무 집》(1892)을 발표했다. 또한, 와일드는 독설과 위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탁월한 말솜씨를 밑거름 삼아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1892), 《진지함의 중요성》(1895) 같은 희곡으로 극작가로서 위상을 다졌다. 1893년에는 비극 《살로메》를 프랑스어로 출간했다.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2년 동안 레딩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옥중기》를 썼다. 1897년에 출옥한 후,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1900년에 사망했다. 와일드의 명예는 사후 거의 백 년이 지난 1998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제명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회복되었다. 이후 그의 삶과 문학 세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A Conversation with Oscar Wilde




[주요 등장인물]


헨리 워튼 경(Lord Henry Wotton) : 해리. 유미주의자. 쾌락주의자. 역설적 지성, 냉소적


바질 홀워드(Basil Hallward) : 화가. 도덕적 양심. 예술의 진정성


도리언 그레이(Dorian Gray) : 감각적 쾌락과 자기애를 지닌 20세의 청년. 켈소 경의 외손자


시빌 베인 : 연극배우, 도리언이 처음 사랑한 여자.


제임스 베인 : 짐(Jim). 시빌 베일의 남동생. 선원




[줄거리]


1. 도리언 그레이, 초상화

헨리 워튼 경은 친구이자 화가인 바질 홀워드가 그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보고 최고의 걸작이라고 감탄한다. 헨리 경은 그 초상화를 전시하자고 하고 바질은 그림 속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고 그에 담긴 영혼이 드러날까 겁난다고 말한다. 도리언 그레이가 찾아오자, 바질은 헨리 경에게 도리언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기를 당부한다.


2. 도리언, 헨리 경과의 만남

도리언은 헨리 경을 만나고 처음부터 맘에 들어한다. 도리언은 헨리 경의 역설적인 말에 당황한다. 헨리 경은 젊고 아름다울 때 늦지 말고 쾌락을 즐기라고 권한다. 바질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완성한다. 도리언은 (헨리 경의 말에 영향을 받은 듯) 초상화를 보고 그림이 자기 대신 늙어가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며, 젊음만이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바질에게 말한다. 헨리 경은 도리언에게 극장에 같이 가지고 말한다.


3. 헨리 경, 쾌락에 대한 논의

헨리 경은 숙부 퍼머 경을 만나 도리언 가족사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헨리 경은 에거서 부인이 초청하고 도리언이 참석한 점심 식사 시 결혼 관련 이야기와 쾌락에 대한 철학 이야기를 한다.


4. 도리언, 시빌 베인을 사랑하다

도리언은 헨리 경의 집에서 그의 부인 빅토리아를 만난다. 헨리 경에게 연극배우 시빌 베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벨 베인은 도리언을 '아름다운 왕자님'이라 부른다. 도리언은 헨리 경에게 시빌의 연극을 같이 보러 가자고 청한다. 도리언은 시빌과 약혼하기로 마음먹는다.


5. 제임스 베인, 도리언에 대한 의심

시빌 베인은 사랑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17세 소녀다. '아름다운 왕자(도리언)'가 생활을 책임질 것이라 믿는다. 제임스 베인은 누나 시빌에게 시련이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을 받는다. 제임스는 엄마에게 아버지에 대한 출신을 물으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아버지는 귀족 출신이나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것 같다)


6. 바질과 헨리 경, 도리언의 약혼 소식

바질은 헨리 경에게 도리언이 약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바질은 그 결혼에 반대한다고 말하나, 헨리 경은 모든 경험은 가치가 있다고 말하면서 쾌락이 전부라고 강조한다. 도리언은 바질과 헨리 경에게 시빌이 나오는 연극을 관람하자고 청한다. 바질은 도리언이 자신을 예전같이 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상실감을 느낀다.


7. 도리언, 시빌과의 이별과 후회

도리언은 바질과 헨리 경과 함께 시빌의 연극을 보러 간다. 바질은 결국 도리언과 시빌의 결혼을 찬성하게 된다. 그러나 바질의 무능한 연기를 보자, 도리언은 불쾌해하며 시빌을 찾아가지만, 시빌은 자신이 이미 사랑에 빠져 예술은 단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도리언이 화를 내며 실망했다면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도리언의 초상화의 얼굴이 변해 잔인함이 보이지만 거울 속 자신의 실재 얼굴에는 그런 잔인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리언은 초상화의 잔인한 미소를 보며 헨리 경을 만나지 않고 시빌에게 돌아갈 것을 다짐한다.


8. 시빌, 죽음

늦잠을 잔 도리언은 시빌에게 보낼 용서의 편지를 쓴다. 헨리 경이 찾아와 시빌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도리언은 놀라고, 헨리 경은 오히려 자신보다 운이 좋고 그녀의 죽음이 뭔가 아름다운 일처럼 느껴진다고까지 말한다. 도리언은 초상화의 얼굴의 변화에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헨리 경을 만나기 위해 오페라극장으로 간다.


9. 바질, 초상화 전시 요청

다음날 바질이 도리언을 찾아와 도리언이 전날 시빌의 어머니를 찾지 않고 오페라를 보러 간 것에 역겨움을 느낀다. 도리언이 계속 친구로 남아달라고 설득하자 바질은 받아들인다. 바질이 초상화를 왜 가렸는지 의아해하자 도리언은 햇빛이 너무 강하다고 둘러대며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한다. 바질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파리 조르주 프티 화랑에 전시하겠다고 말하지만 도리언은 절대로 안 된다고 거절한다. 도리언에 대한 바질의 사랑의 고백을 듣고 놀란다.


10. 도리언, 노란 책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를 본인의 옛 공부방으로 옮긴다. 헨리 경이 보내 준 이상하고 위험한 노란 책을 읽는다. 헨리 경을 만난 도리언은 그 책이 매혹적이었다고 말한다.


11. 도리언, 몇 년간의 감각 숭배

도리언은 몇 년 동안 노란 책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의 젊은 얼굴과 비교하며 쾌감을 받는다. 그는 선창가 술집, 음악, 악기, 옷, 헤어스타일, 로마가톨릭 예식, 신비주의, 다윈주의, 향수, 보석 등 감각에 대한 숭배를 한다. 도리언에 대한 추문이 이어졌고, 추문들이 오히려 그의 별난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 (서양) 역사 상 추문이 이어진 여러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그들 모두는 섬뜩한 매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12. 도리언, 바질과의 만남

38세가 된 도리언은 파리로 떠나려는 바질을 만난다. 바질은 도리언과 우정을 맺은 젊은이들이 왜 모두 파멸하는지 묻고, 도리언은 화를 낸다. 바질이 도리언의 영혼을 보고 싶다는 말에 도리언은 자신의 일기를 보여주겠다며 바질을 공부방으로 데리고 간다.


13. 도리언, 바질을 죽이다

바질은 도리언의 섬뜩한 초상화를 보고 역겨움과 혐오감을 느낀다. 도리언은 바질에 대한 증오심이 타올라 칼로 바질을 죽인다. 도리언은 대문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바질을 만나지 못한 것처럼 알리바이를 남긴다.


14. 엘렌 켐벨, 시체 처리

도리언은 평온한 모습으로 잠에서 깬다. 화학에 자질이 있는 친구 엘렌 켐벨을 불러 시체 처리를 요청한다. 켐벨은 거절하려 하지만, 도리언은 그저 과학실험이라며 계속 부탁한다. 도리언이 무엇인가 켐벨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켐벨은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켐벨은 도리언에게 지배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일을 처리한다.


15. 나버러 부인, 파티

도리언은 나버러 부인을 저택을 방문할 때 부드럽고 여유가 넘친다. 도리언은 지루한 파티에 후회하다가 헨리 경이 온다는 소식에 위안을 받는다. 헨리 경은 피곤해하는 도리언에게 바질이 죽던 날 밤의 일정을 묻고 도리언은 공포감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바질의 물건을 모두 태워버리고 부두가의 어느 집으로 간다.


16. 제임스 베인(선원), 복수 시도

부두가의 어느 집에서 한 여인이 도리언을 '아름다운 왕자님'이라 말하자 한 선원이 도리언을 따라간다. 도리언을 붙잡은 선원은 자기 누이를 죽인 사람이 확실하다며 죽이려 하지만, 소년 같은 도리언의 얼굴을 확인하고 보내준다.


17. 도리언, 기절

도리언은 그의 온실에서 먼머스 공작부인 등과 차를 마신다. 헨리 경은 영국의 추악함(위선, 교활 등)을 냉소적으로 지적한다. 도리언은 창문밖에서 제임스 베인의 얼굴을 보고 갑자기 기절을 했다가 깨어난다.


18. 제임스 베인(선원), 사망

며칠 동안 공포에 쌓인 도리언은 사냥을 나간다. 공작부인의 남동생인 베프리 경이 토끼를 향해 총을 쏘지만 몰이꾼이 총에 맞아 숨지는데, 그는 몰이꾼이 아니라 제임스 베인임을 알고 도리언은 기뻐한다.


19. 헨리 경, 젊음

도리언은 헨리 경을 만나고, 앞으로 선행을 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헨리 경은 요즘 엘렌 켐벨의 자살 소식과 바질이 행방불명되었다고 말하고, 도리언은 자신이 바질을 죽였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만, 헨리 경은 신뢰하지 않는다. 헨리 경은 도리언의 늙지 않은 젊음을 부러워한다. 다음날 승마를 같이 하기로 하고 해어진다.


20. 도리언, 새로운 인생

도리언은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한다. 자신의 초상화의 사악한 흔적이 사라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상화를 다시 보지만, 여전히 혐오스럼 상태였다. 도리언은 초상화를 칼로 찌른다. 아름다운 초상화가 벽에 걸려있고, 흉측한 몰골의 도리언은 죽어 있었다.


* 원작에는 각 장별 소제목이 없다. 나의 기억의 편의성을 위해 스스로 소제목을 부여했다.



[기억할 만한 단어, 문장들]


6, (서문) 도덕적인 책이나 부도덕적인 책은 없으며 잘 쓴 책, 잘 쓰지 못한 책 두 가지로 나눌 뿐이다. 리얼리즘에 대한 19세기의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대해 혐오(rage)를 느끼는 모습과 같다. 반대로 낭만주의에 대한 19세기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해 느끼는 분노(rage)와 같다.

예술의 기준은 도덕이 아니라 형식과 완성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소설은 결국 도덕적 파멸을 가져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칼리반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노예인데, 나의 독서 우선순위로 올린다.


6, 칼리반(Caliban)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폭풍우, The Tempest>(1610)에 나오는 야만인 노예 칼리반은 야만적이고 사악한 섬 주민이자 시코락스의 기형적으로 생긴 아들. 시코락스는 프로스페로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섬을 지배했다. 칼리반은 현재 프로스페로의 노예이나 그를 경멸한다. 연극에서도, 그는 많은 멋진 저주를 하는 것으로 나온다.

참고로 칼리반은 천왕성(Uranus)의 제16위성 이름이기도 한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칼리반에서 따왔다.


10. 그로브너 갤러리(Grosvenor Gallery)

19세기 후반 런던에 등장했던 그로브너 갤러리는 준남작(Baronet)이었던 쿠츠 린지 경(Sir Coutts Lindsay)이 설립한 상업 갤러리로서 귀족의 성을 연상시키는 호화로운 외관으로 주목받았다.

19세기 중반 이후 런던에서 미술 전시 관람이 대중화된 배경에는 인구의 팽창, 시각 문화의 발달과 다양한 전시 기관들의 설립이 있었다. 더불어 미술의 대중화를 추구하던 미술가들의 노력과 미술의 중요한 소비자가 된 대중의 열정, 문화의 평준화를 이루고자 했던 국가의 의도가 큰 몫을 차지하였다.

런던의 고급상점가에 등장한 그로브너 갤러리는 눈에 띄는 소비물이 되기 위해 귀족화 전략을 펼쳤다. 이 갤러리는 1870-80년대 런던에서 유일하게 귀족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상업 갤러리라는 점을 활용하여 귀족의 타운 하우스 갤러리(Town House Gallery) 전통을 계승하였다. 19세기 초반부터 런던 귀족들은 호화로운 개인 갤러리를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귀족적 자질로 여겨지던 공공심과 부유한 삶의 방식을 과시하였다. 아름다운 타운 하우스 갤러리를 개방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그로브너 백작(Earl of Grosvenor)의 이름을 딴 그로브너 갤러리는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출품자들과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귀족의 타운 하우스를 모방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으로 갤러리 외관을 호화롭게 구현하였다.

그로브너 갤러리는 설립된 지 14년 만에 결국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된다. 이는 개인의 이익 창출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상업 갤러리가 귀족화 전략을 추구했을 때 귀결되는 한계점을 시사한다.(참조 논문 : 19세기 영국의 귀족화된 상업 전시 : 그로브너 갤러리(Grosvenor Gallery)를 중심으로 / 정혜은, 2017)


11. 아도니스(Adonis)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연인이자 대모이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사랑하나 멧돼지(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다. 이에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아네모네(Anemone, 바람)가 피어나고, 아프로디테가 흘린 눈물에서 장미가 피어났다고 한다.

아도니스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키프로스의 왕 키니라스에게는 누구든 한눈에 반하게 할 만한 미모를 가진 딸 뮈라가 있었는데, 그녀의 어머니인 키나리스가 자신의 딸이 아프로디테보다 아름답다며, 딸의 미모를 찬양하였고 이에 분개한 아프로디테 여신이 뮈라에게 아버지를 사랑하도록 하는 저주를 내려 뮈라가 아버지와 동침하여 아도니스를 낳은 것이다.

플랑드르의 조각가인 프랑수아 뒤케누아가 제작한 아도니스 조각상


Anemone coronaria


바질이 초상화에 자기 자신을 많이 투영했다고 하자, 헨리 경이 아도니스와 닮은 점이 없다고 언급한다.


11. (헨리 경) "그 초상화 속 청년은 나르시스 같지만 (...) 지적인 것은 어느 얼굴에서든 조화를 깨뜨리는 법이거든"

나르시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년이다.

아메이니아스라는 청년이 나르키소스를 사랑하였지만 나르키소스는 그에게 매정하게 대했다. 한 번은 나르키소스가 아메이니아스에게 칼을 선물했는데, 아메이니아스는 나르키소스의 집 앞에서 그 칼로 자살하면서 나르키소스가 짝사랑의 고통을 알게 되길 네메시스에게 빌었다. 뒷날 나르키소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됐는데, 입맞춤을 하려 하다가 그것이 자기 자신의 반사된 모습인 것을 알아차린 그는 슬픔에 빠져 칼로 자살을 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수선화(꽃말 : 자기애, 어리석음, 애정에 답함)가 피어났다. 자기애(自己愛) 또는 자기도취증이라고 번역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여기서 유래한다.

참고로 온통 샛노란 수선화 밭에서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 역)이 산드라(제시카 랭 역)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멋진 장면이 포함된 영화 <빅 피쉬>(2003)가 떠오른다. 2025년 재개봉했다.

"인생의 사랑의 만나면 시간이 멈춘다는 말은 진실이야"라는 명대사의 영화.


영화 <닥터 지바고>(1965)에서도 오마 샤리프(Omar Sharif)가 자작나무 사이로 수선화가 지천에 핀 들판을 걷는 장면도 아른거린다.


참고로 영화 <닥터 지바고>는 영화 자체로 나에게 매우 만족스럽지만, 원작 소설과 다소 내용이 다르게 묘사되어 있어 후일 원작을 읽고 영화를 재시청, 정리하고자 한다.


12, (바질) "아무리 흔한 것도 감춰 버리면 굉장히 멋있어진단 말이야"


13, (헨리 경) "결혼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서로를 속이는 생활이 부부 사이에 필요하다는 거야"


18, (헨리 경이 바질에게) " 너는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는데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무관심하다는 뜻"


19, (헨리 경) "대중들은 술주정이나 멍청한 짓, 부도덕 같은 것을 자기네 특권이라고 여기거든.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상류계급)들이 바보짓을 하면 자기네들 영역을 침범했다고 느끼는 거야"


19, (헨리 경) "실제로 그 사람이 진실하지 않을 경우 그가 한 말이 더 진실하게 들린다니까. 왜냐하면 그 사람의 욕구나 편견, 욕망 같은 것으로 덧씌워지지 않으니까."


20. (바질) "안티노오스의 얼굴이 후기 그리스 조각가에게 중요한 매체 구실을 했듯이"

위키백과에 의하면, 안티누스(Antinous, 111~130)는 비티니아 출신의 고대 그리스인 청년이며, 고대 로마의 황제인 하드리아누스(Hadrianus, 76~138)의 총애를 받았다. 130년 이집트 지역의 나일강에서 익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정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사후 하드리아누스에 의해 신격화되어(그가 사망한 자리에 하드리아누스는 안티누폴리스(Antinupolis)를 세웠다고 한다.) 수많은 예술 작품에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집트 소아시아에 그의 신앙이 퍼지게 되었다.

그는 감미롭고 여성적인 청년미의 한 전형으로 묘사되었으며, 하드리아누스와 동성애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Bust_Antinous_Hermitage_GR-4220_n1


이후 도리언과 바질 간의 동성애적 사랑을 예견할 수 있는 복선이라 할 수 있다.


21, (바질) "사색의 날들 속에 어리는 형상의 꿈(A dream of form in days of thought)"

이것은 도리언이 바질에게 생각(사색)의 시간들 속에서 꿈꾸던 이상적 ‘형상(Form)’이 현실에 출현하도록 한 것으로, 즉 관념 속 ‘완벽한 아름다움’(형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난 존재라는 의미이다.


21, (바질) "영혼과 육체의 조화!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 인간들이 미쳐서 두 가지를 각기 갈라놓고 천한 리얼리즘과 공허한 관념을 만들어 냈던 거야"


22, (바질)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거야.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 조금이라도 넣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이 소설 속에 자신의 삶과 생각의 많은 부분을 투영하지 않았던가?


24, (바질이 헨리 경은 너무 변덕스럽다고 하자, 헨리 경) "사랑에 충실한 사람은 사랑의 사소한 면밖에 보지 못하는 거야. 사랑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사랑의 비극이 어떤 건지 아는 거란 말이야"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경우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깊게 사랑에 빠지면 그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 말투 하나하나까지 신경이 쓰이고 결국 확대 해석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30, (헨리 경) "영향이란 게 모두 부도덕한 것이지 (...) 영향을 받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게 되고, 자신의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것도 못한다는 겁니다."


31, (헨리 경)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31, (헨리 경)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고 완벽하게 살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입히고 모든 생각을 표현하고, 모든 꿈을 실현해야 한다."


32, (헨리 경)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


33, 16세에는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해 준 책 한 권, 171, 노란 책

이 소설에서는 어떤 책을 지시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Joris-Karl Huysmans)의 <A Rebours, 거꾸로>(1884)라는 퇴폐적인 프랑스 데카당스 문학을 암시한다고 한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에도 선정되어 있다.

나르시스(노란 수선화)와 묘하게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34, (도리언이 라일락 향기를 마시는 모습에, 헨리 경) "영혼만이 감각을 치유할 수 있는 것처럼 감각만이 영혼을 치유하는 것"


36, (헨리 경)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깊이가 없는 사람이죠. 세상의 진지한 신비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39, (헨리 경) "영원이란 말은 의미가 없는 말이에요. 일시적인 기분을 나타내는 변덕과 일생의 열정 사이에 단 한 가지 차이점을 찾는다면 그건 변덕이 좀 더 오래 간다는 것"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 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바칠 수 있는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도리언, 41p)


42, 파우누스(Faunus)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Faunus)는 그리스 신화의 판(Pan)이다.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목신(牧神)으로 산과 들판에 살며 미소년이나 님페를 쫓아다니는 호색한이다.

프랑수아 부셰: Pan and Syrinx


54, (헨리 경) "영국 여자들이 과거를 숨기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면, 미국 여자들은 부모를 숨기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헨리 워튼 경의 철학적 언변에 놀라다가도 이런 식의 말장난하는 재주가 더 탁월하다.


55. (헨리 경) "존재하는 모든 훌륭한 것들의 이면에는 비극적인 것이 숨겨져 있는 법"

도리언의 미모 뒤에는 어머니의 결혼과 죽음, 할아버지의 횡포가 숨어 있음을 말한 것인데, 우리가 훌륭한 사람들을 볼 때 우연이 아닌 그 나름대로의 비극적 과거를 극복한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56, 드리아스

Naver 지식백과에 의하면, 드리아스 또는 드리아데스(Dryad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무의 님페이다. 본래 떡갈나무의 님페를 이르는 말이었지만 점차 모든 나무의 님페를 가리키는 개념이 되었다. 숲 속의 다른 님페들과 마찬가지로 처녀신 아르테미스를 따라다니며 함께 사냥을 즐기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외관상으로는 갈색 또는 초록색 머리를 가진 미녀로 묘사되며,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위험한 존재라고 한다.


63, (헨리 경) "누구든 젊은 시절로 가고 싶다면 어리석은 과거의 행각을 되풀이하면 된다"

우리가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늘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을 많이 후회하기 때문일까?


68,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

교보문고에 의하면, 18세기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1697~1763)가 야심작 《어느 귀인의 회상록》 7권째에 《슈발리에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이것이 원명이다)를 더한 것은, 단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한 방편일 뿐이었다. 프레보 자신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실제로 2, 3주 만에 다 썼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써낸 방대한 저서들은 모두 잊혔는데도, 이 작은 연애 이야기만은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청춘의 서(書)’로서 오늘날에도 프랑스 문학 고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또한 오페라ㆍ영화ㆍ연극으로도 수없이 상연되어 격찬을 받고 있다. 뒤마 피스는 《춘희》를 쓰기 전에 《마농 레스코》를 몇 번이고 읽었으며, 작품 안에서도 그 내용과 주인공들이 언급된다.

《마농 레스코》가 동서고금을 통해 연애소설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창부와 같은 부류의 여성이 문학에 그려진 것은 이 소설이 처음이라고 한다. 누구보다도 여성의 심리와 육체에 정통했던 모파상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여자도 마농보다 더 여자답지는 않다. 감미로우면서도 성실하지 않은 두려운 여성성의 진수를 마농보다 많이 갖춘 여자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

푸치니와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도 이 작품에 기반한다.

Jonas Kaufmann이 부른 푸치니 오페라의 아리아 '지끔껏 본 적이 없는 여인'을 들어보자(Manon Lescaut – Donna non vidi mai (Jonas Kaufmann, The Royal Opera))

도리언 그레이는 그런 <마농레스코>를 읽고 있다.


68, 로엔그린

로엔그린(Lohengrin)은 리하르트 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곡을 완성한 3막의 오페라이다. 중세시대의 유명한 전설인 로엔그린의 전설을 바탕으로 작곡된 낭만주의 스타일의 오페라로, 바그너 음악인생의 초기를 마감하고 원숙기를 예고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1850년 8월 28일 프란츠 리스트의 지휘로 작센바이마르아이제나흐 대공국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다.

3막 전주곡과 뒤이어 나오는 결혼 행진곡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다.(Vorspiel & Brautchor · Richard Wagner: Lohengrin · Kendlinger)


70, (헨리 경) "남자들은 지쳐서 결혼을 하고 여자들은 호기심으로 결혼을 하죠"

헨리 경은 이후 재혼까지 확장되어 " 여자가 재혼하는 건 첫 남편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이고, 남자가 재혼하는 건 첫 부인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운을 실험하는 것이고 남자는 자신의 운을 건다."(237p)라고 말한다.


71, (헨리 경) "여자란 정신에 대한 물질의 승리를 상징하고, 남자는 도덕에 대한 정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겁니다."


73, (헨리 경) "위대한 열정이라는 건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이죠."

헨리 경의 위대한 열정에 대한 비난을 읽고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난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인데, <단순한 열정>은 실제로 경험에 기초하여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그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런 의미에서 헨리 경 방식으로 말하면, 단순함이 아닌 위대한 열정은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의 필요일지 모른다.


82, (헨리 경) "사람들은 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남에게 주려고 하죠. 그런 건 지나친 관용입니다."


92. (시빌의 엄마와 아들의 거북한 관계에 대해) 여자란 복종하고 굴복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처럼 상대를 공격하면서 방어하는 법이다.


97, (시빌이 제임스에게) "가난이 문 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달아난다고 하지."


106, 메살리나

메살리나(Messalina, 17/20년 경 ~ 48년)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셋째 아내이다. 황제 네로의 사촌이자 황제 칼리굴라의 둘째 사촌이다. 지나친 성행위(난혼)으로 유명세를 떨친 강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이었다. 남편에 대한 공모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 타락과 허영의 화신.

좀 적나라하게 기술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메살리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Brunch 글이 있으니 참조하자.(5. 로마 홍등가(紅燈街) 여왕 – 메살리나)

메살리나 영화도 있으니 시간 되면 시청하기로 한다.(Messalina | RS | Classic Peplum Film | Gladiator Movie | Roman Empire | Drama)


107, (헨리 경) "우리가 다른 사람을 좋게 보고 싶은 까닭은 우리가 스스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낙관주의의 바탕은 공포라네."


111. (헨리 경) "우리가 행복할 때는 언제나 선량하지만, 선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거든 (...) 선하다는 것은 자신과 조화를 이룬다는 거지"


115, (도리언) 미란다(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여주인공)를 만나러 왔다가 칼리반을 만난 기분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는 프로스페로(통제·지성·마법적 권력), 아리엘(공기·정신·가벼움), 칼리반(육체·본능·추함), 미란다(순수·경이) 등이 등장하는데 도리언은 시빌을 미란다로 여기지만, 도리언 자신은 아리엘처럼 아름답지만 이후 그의 영혼은 칼리반처럼 뒤틀리게 된다.

셰익스피어 <템페스트>는 용서를 통해 마무리하지만, 와일드는 파멸로 끝내며, 유미주의적 세계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생각한다.


125,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은 영국 런던 시티오브웨스트민스터에 위치한 지역이다. 17세기부터 1974년까지 영국 최대의 청과물 시장이 존재해 런던의 식량 창고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중심지인 더 마켓(The Market) 서쪽에는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한 세인트 폴 교회가 위치해 있고 극장 박물관, 런던 교통 박물관,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이 있다.

내가 지금 근무하는 동탄 사무실 주변에도 코벤트 가든이 있다. 직원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같이 차를 마신다. 이제 여기서 식사와 차를 마실 때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나는 추억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동탄, 코벤트 가든


128,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슬픔을 더욱 잘 견디는 법이다. 여자는 감정으로 살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들의 내면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도리언의 이별 통보로 이후 시빌은 자살한다.


135, 자책을 할 때 사람들은 일종의 쾌락을 느낀다. 스스로 비난할 때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은 비난할 권리가 없다고 느끼는데 죄를 면제해 주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고백이라고 생각하는 것


138, 아델리나 파티

위키백과에 의하면, 아델리나 파티(Adelina Patti, 1843~1919)는 이탈리아의 성악가이다. 19세기 후반 최대의 소프라노 가수의 한 사람으로 꼽혀 가창상의 전형이라는 정평을 받고 있다.

양친이 가수라는 혜택 받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어려서 가족과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형부인 스타코슈에게 성악을 배웠다. 1859년 뉴욕에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불러 데뷔하였고 그때는 '작은 프로린다'로 불렸다. 이후 구미 각지로 초청되어 코벤트 가든 왕립가극장에 출연하였을 때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미화 5천 달러의 출연료를 요구하여 크나큰 화제가 되었다. 그녀의 성질(聲質)은 서정적인 것에서 드라마틱한 범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음넓이도 매우 넓어서 그 가창의 박진적인 표현과 아름다운 무대의 모습은 당시의 사람들을 매혹하였다. 흔히 '파티처럼'이라 불릴 정도로 가창의 전형으로 정평이 나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네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안네 카레니나>에는 패티가 부르는 아리아 'Oh My Love,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가 나온다.(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레스콜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 강혜정, 김소현, 민영기 외 Musical 'Anna Karenina' Press Call)

2026년 2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한국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전에 한국으로 복귀한다면 관람하고 싶어진다.


140, (도리언) "선한 결심에는 운명적인 불운이 깃들여 있고, 또 선한 결심은 항상 너무 늦게 나타난다"


142, 양귀비, 망각의 꽃

양귀비의 학명은 Papaver somniferum로 라틴어인 somniferum은 '최면'이란 듯이다. 영어로는 Opium poppy, 중국어에서는 罌粟(yīngsù, 앵속), 일본어에서는 ケシ(keshi, 芥子, 罌粟)라고 한다. 북한 문화어로는 '아편꽃'. 우리 한국은 왜 양귀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

당현종의 후궁이었던 양귀비의 미모에 빗대 양귀비라고 불린다. 실존인물 양귀비 때문에 한 나라가 파탄 난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 혹은 나라를 파탄 내는 마약의 원료라는 점에서 정말 적절한 표준어인 듯하다. '우미인초'라는 것도 있는데 아편 성분이 없는 개양귀비의 별명으로 항우의 연인이었던 그 우미인의 이름이 붙었다. 우미인은 사랑만 하고 나라에 해가 되지 않아서일까?

양귀비의 꽃말은 여러 가지이다. 주홍색(약한 사랑, 덧없는 사랑), 자주색(허영, 사치, 환상), 흰색(잠, 망각), 붉은색(위로, 위안, 몽상). 그렇다면 도리언은 정원에 흰색 양귀비를 뿌리겠다고 말한 것이겠다.


142, 제비꽃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일명 오랑캐꽃·병아리꽃·앉은뱅이꽃·장수꽃·씨름꽃이라고도 부른다. 학명은 Viola mandshurica W.BECKER.이다.

제비꽃이라는 이름은 꽃모양이 아름다워서 물찬제비와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고, 병아리꽃이나 앉은뱅이꽃은 식물체가 작고 귀엽다는 데에서 얻어진 이름이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은 꽃의 기부에서 뒤로 길게 나온 부리의 모습이 오랑캐의 머리채와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꽃말은 순진한 사랑, 나를 생각해 주오.


142, 아스포델(Asphodel)

나무위키에 의하면, 칙칙하고 창백한 하얀 꽃과 회녹색을 띠기도 하는 잎, 바위가 많은 황무지나 추운 곳과 가뭄 속에서도 잘 자란다는 점 때문에 방황하는 유령을 연상시킨다는 특성상 명계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에서만 피어난다는 꽃으로 여겨졌으며, 평범하게 죽은 이들이 간다는 잿빛의 평원 아스포델 들판(Asphodel Meadows)에 많이 자라고 있다는 전설이 붙었다. 이에 더해 페르세포네와 헤카테의 왕관으로 쓰이는 꽃이기도 하며, 죽은 자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도 한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도 이 꽃이 언급된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저승으로 데려왔을 때, 갓 딴 제비꽃과 아스포델, 히아신스 등의 꽃들을 의자 위에 깔아놓아 앉게 함으로써 기분을 달래주려 했다고 한다.

꽃말은 ‘나는 당신의 것’.


153, 고티에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 1811~1872)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문학 및 예술 비평가이다. 낭만주의에서 출발하여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의 미학을 주창한 인물로, 샤를 보들레르를 비롯한 후대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소설 마드모아젤 드 모팽(1835)의 서문에서 고티에는 “아름다움 자체가 목적”이라는 미학을 천명했다. 그의 시집 <에나모와 카메오>(1852)는 예술적 형식미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정확한 인상과 형태의 재현이라는 ‘예술의 전이(transposition d’art)’ 기법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샤를 보들레르와 르콩트 드 릴 등 상징주의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가 말한 “예술의 위안(la consolation de l’art)”은 예술이 마음을 치유한다거나, 예술이 도덕을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은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한다'는 것이다.


153, 자기 인생의 구경꾼이 되면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175, 사실 모든 기쁨에는 쾌락과 마찬가지로 잔인함이 깃들여 있는 것


176, 댄디즘

댄디즘(dandyism)은 19세기 초반에 영국, 프랑스 상류층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조이다. 무게, 깊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련된 멋, 치장을 주로 고려함으로써 일반 계층의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태도, 사조를 나타낸다. 이런 성향은 프랑스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정신적인 귀족주의'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177. <사티리콘> (...) 네로 황제 시대에 로마에서 보여준 인간형을 오늘날 런던에서 그대로 자신이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사티리콘, Satyricon>은 페트로니우스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장편소설이다. 세 명의 청년이 로마 제국을 유랑하면서 겪은 일이 주된 내용이나 현재 소설의 극히 일부만이 남아있어서 정확한 줄거리를 알기는 힘들다. 로마 제국 시대에 쓰인 소설 중 가장 오래된 소설이며 피카레스크 소설(악한소설, 건달소설)의 원형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182, 탄호이저(Tannhäuser)

탄호이저 바르트부르크의 노래 경연대회와 탄호이저에 관한 독일 전설을 기초하여,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을 작성한 3막의 독일어 오페라이다. 볼프람의 아리아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 대표적이다.(바그너: 탄호이저 중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 (한국어 번역) | Wagner: Tannhäuser 'O du, mein holder Abendstern')


188, 성 세바스천(Sebastian)

1980년대 신촌에 '세바스천'이란 레스토랑이 있었다. 내게는 발음이 고급스럽게 들린 이유에서인지 눈길이 갔고, 고급스러운 중세 시대의 실내 장식들과 꽤 비싼 음식을 폼나게 먹을 수 있어서 집사람과 연예 시절에 간혹 들렸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나르본 지방 출신으로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순교한 군인 세바스티아누스(Sanctus Sebastianus, 256–288, 성 세바스티아노)에서 유래한 인명이다. Brunch의 다른 작가의 글은 참고할만하다.( 성 세바스찬의 순교)

40년이 더 훌쩍 지난 지금, 추억이 뭉실뭉실 생각난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한번 들러보고 싶다.


216. 청춘은 아무 이유 없이 미소를 짓기 마련이고 그것이 청춘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218, 고티에, 시집 <에나멜과 카메오>

도리언은 베네치아 관련 시를 인용한다.

19세기 베네치아는 아름답지만 퇴폐의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도리언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도리언이 강조한 그 시 중 한 부분.

"장미빛 붉은 건물

정면 대리석 계단 위에."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듯한 건물과 대리석, 그러나 이는 정지된 하나의 조형물, 즉 노화가 정지된 도리언 그 자체인 것일까?

베네치아와 관련된 문학 작품이 요즘 내게 많이 다가온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외에도 토마스 만의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이 특히 그렇다. 1971년에 이탈리아의 감독 루키노비스콘티(Luchino Visconti, 1906-1976)에 의해 영화로 제작된다. 그리고 이어 1973년에는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에 의해 오페라로 초연되기도 했다.


220,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이야기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프랑스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파리 8구에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튈르리 정원과 루브르 박물관, 서쪽으로는 샹젤리제 거리를 통해 개선문으로 이어지는 파리의 핵심 교통 요충지이다. 광장 중앙에는 이집트의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으며, 그 양쪽에는 아름답게 장식된 두 개의 분수대(해양 분수와 강 분수)가 있는데, 광장의 상징과도 같은 이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3세기경 이집트 람세스 2세 때 제작된 것으로 원래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 있던 것을 1831년 이집트 총독이 프랑스에 선물하여, 1836년 콩코르드 광장에 세워졌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어느 블로그의 개인 사진인데 혹 프랑스 여행을 가게 되면 내 사진으로 올리고 싶다.

출처 : 콩코르드 광장 오벨리스크Obelisk : 네이버 블로그


221, (기도문)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지리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이사야 1:18)
((Come now and let us reason together, says Jehovah. Though your sins are like scarlet, they will be as white as snow; though they are as red as crimson, they will be like wool.)


너세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자>(1850)의 scarlet이 위 성경 구절에서 확인된다. 최근 내가 같이 읽고 있는 책인 <주홍글자>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놀란다. 이에 대한 자세한 감상평은 추후 <주홍글자> 편에 남기기로 한다.


236, 프랑수아 1세, 문예의 아버지

naver 지식백과에 의하면, 프랑수아 1세(Francis I, 1494~1547)는 오를레앙 공작 루이 1세의 차남인 앙굴렘 백작 가문 출신으로 루이 12세가 아들을 두지 못하고 1515년에 사망하자 남성남계 원칙에 따라 왕위에 올랐다. 대외적으로는 이탈리아 정복을 두고 당시 최대의 영토를 자랑하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와 경쟁 구도를 이루었고 대내적으로는 르네상스 예술과 인문주의 문화의 확산, 절대주의적 체제의 토대 구축을 추구하였다. 또한 아메리카 탐사와 인도양 교역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시작한 재정과 통치에 있어서의 절대주의적 경향과 종교개혁에 대한 탄압은 향후 프랑스 구체제의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236, (헨리 경) "아름다운 여자들의 남편은 대개 범죄 집단에 속한다."

헨리 경의 표현은 늘 이렇게 역설적이거나 파격적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런 경우가 많아 놀라게 된다. 아름다운 여자의 남편은 모두 범죄 집단에 속할 리 없지만, 범죄 집단에 속한 남자의 배우자는 거의 아름답기 때문이다.


237, (헨리 경) " 여자가 재혼하는 건 첫 남편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이고, 남자가 재혼하는 건 첫 부인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운을 실험하는 것이고 남자는 자신의 운을 건다."

여자는 재혼하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모른다는 운을 실험한다는 뜻이고, 남자는 재혼하면 또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운을 건다는 것이다.


238, (나버러 부인) "요즘은 결혼한 남자들이 독신자 행세를 하고, 독신 남자들은 모두 기혼자 행세를 한다."

아마도 결혼한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나기 위해 독신자처럼 행동하고, 독자 남자는 기혼 남자가 가지고 있는(또는 있어야 할) 위엄 있고 신사적 행동을 한다는 의미 같다.


247, 영혼은 주기적으로 반복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리언은 추악한 것(상스러운 말다툼, 역겨운 소굴, 폭력, 비열함 등)에 대한 열정적 행위를 계속하게 되면 공포 같은 것을 망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60, 타르튀프(Tartuffe)

프랑스의 3대 고전주의 극작가(장 라신 Jean Racine, 코르넬리 Corneille 등) 중 한 명인 몰리에르(Moliere)가 1664년에 발표한 희극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연극 중 하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위선자인 타르튀프는 '위선자'라는 뜻의 일반 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몰리에르의 <인간혐오자>는 매우 유명하다.

이 <타르튀프>는 17세기 당시의 부패한 종교인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성직자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위선과 부패가 팽배해지고 있었다. 이에 타르튀프는 종교보다 사익을 중시하는 종교인의 모순적인 모습과 성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추앙해야 하는 당시의 풍속을 희극을 통해 풍자했다.

2000년작 영화 <왕의 춤>에서도 타르튀프의 공연 장면이 등장하는데, 성직자들에 대한 풍자를 두고 루이 14세가 재미있어 하지만, 태후 안 도트리슈와 성직자들의 분노를 사서 공연이 금지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262, (헨리 경) "로맨스란 반복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고 반복은 욕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헨리 경은 그래서 사랑의 대상이 계속 변경되는 것도 매 순간 유일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271, (헨리 경)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끔찍한 일은 권태"


271, (헨리 경) "징조는 없다. 운명의 여신은 우리에게 전혀 예고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때로 불길한 예감으로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지 않은가? 헤리 경의 말에 따르는 것이 더욱 건강하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274, (헨리 경) "인간을 매혹하는 건 불확실성이야. 안개가 사물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거지"

지난해 11월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Art as Therapy>을 보면 이런 언급이 나온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그림 <녹턴 : 배터시 강>을 보고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엔 안개가 없었다"라는 찬사를 보낸다. 우리의 감각을 끌어올려 안개의 지위를 끌어올렸다는 것."([독서] 문학 : 영혼의 미술관)

오스카 와일드는 헨리 경의 이름을 빌어 이야기한 것일까?


286,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가복음 8:36)

역서에는 '목숨'을 '영혼'으로 번역했는데, 영혼을 그림과 바꾼 도리언이 매우 놀란다.


287, 쇼팽, 야상곡(Nocturne)

내가 독서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늘 쇼팽의 야상곡이다. 예전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의 음반으로 듣곤 했는데 요즘은 귀찮아진 것인지 그냥 youtube를 통해 듣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다.(Maurizio Pollini Chopin Nocturne Collection)


288, 아폴로, 마르시아스

마르시아스(Marsias)는 음악의 신 아폴론(Apollon)에게 음악으로 도전했다가 패하고 벌을 받은 사티로스(Satyr, Saturos)의 이름이다. 이 경연을 전후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이것은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다. 경연에 진 마르시아스는 산채로 피부껍질을 벗겨지는 형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바르톨로메오_만프레디_Apollo_and_Marsyas




[감상평]


얼마 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1919)를 읽고 탐미주의(유미주의) 소설에 관심이 더 커져간다.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르겠고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이 끌렸다. 아마도 지난해 말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Art as Therapy>에서 이 책이 언급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올해 읽은 고전 문학 중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한 독서였다.

열린책들에서 출간(윤희기 역)된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더클래식에서 출간된 '한글+영문판'으로 골랐다. 완독해 보니 번역도 깔끔한 편이었고, 영문판 원문을 대조해 가며 읽는 즐거움도 덤으로 주었다.

2022년 민음사에서 초판본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을 번역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아마 이 책에는 1891년 판에 삭제된 '동성애적 요소와 퇴폐적인 요소'가 수정되지 않고 담겨있을 것이란 추측을 해 본다. 후일 3독 시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을 읽어 보기로 한다.


작품해설을 보니, 시인 남진우는 이 작품을 두고 “퇴폐미학의 바이블, 우아한 탐미주의의 교본, 낭만주의의 자기애적 컬트의 결정판, 환상소설이면서 호러소설의 전범이기도 하다”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현재성과 당대성을 가지고 있는 문제작이라고 말했고,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는 “욕망이냐, 책임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중년 삶에 해답을 줄 것”이라며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강력 추천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서문에서 유미주의를 찬미하면서 리얼리즘과 낭만주의를 비판한 글은 매우 아름다운데, 나는 이 글이 "예술의 목적"에 대한 유미주의자의 사전적 정의로 읽힌다.

"리얼리즘에 대한 19세기의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대해 혐오(rage)를 느끼는 모습과 같다. 반대로 낭만주의에 대한 19세기 거부감은 칼리반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해 느끼는 분노(rage)와 같다."

나는 거울을 보며 혐오 또는 불만족하는가?

나는 거울을 보지 못해 분노를 느끼는가?


한편 이 책을 20대에 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그때보다 더 자유롭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더라면... 와일드는 36세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지만, 마치 이 책은 40대를 훌쩍 넘긴 중년이 20대에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적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더 편할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90년대 빅토리아 사회는 외적으로는 엄격한 도덕주의와 내적으로는 억압된 욕망으로 점철된 시대였으며 오스카 와일드는 이 위선을 폭로한다. 그는 1894년 동성애 스캔들로 재판을 받게 되고 이 소설이 그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어 중노동형을 선고받는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어 했던 존재다."라고 했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실재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당당히 그것을 말할 수 있을까?


도리언이 영원한 젊음과 미를 얻는 대신 영혼을 판다는 설정은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모두 욕망을 위해 영혼을 걸고 있다. 그러나, <파우스트>에서는 시간의 정지를 거부하고, 초월적 욕망을 갈구하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시간이 정지되길 원하며, 쾌락과 같은 자기 보존적 욕망만을 갈구한다. 이것이 오스카 와일드가 19세기 인간을 바라보고 던지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저자가 영국인이고 대학에서 그리스 문학에 심취한 만큼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과 그리스 신의 인용이 자주 나온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럿 읽었지만, 도리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뜻대로 하세요> <심벨린> <십이야> <리어왕> <템페스트> <베니스의 상인> <헛소동> <오셀로> <겨울밤 이야기> 등 여럿 작품이 언급된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을 읽는데 깊은 몰입감을 주어 쉽게 책장을 멈출 수 없었는데 11장은 사건보다 도리언의 사고방식 등을 위주로 지루한 설명이 이어져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장이었다. 도리언이 경험한 선창가 술집, 음악, 악기, 옷, 헤어스타일, 로마카톨릭 예식, 신비주의, 다윈주의, 향수, 보석 등 감각적인 대상에 대한 현란한 기술이 이어지나 소설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현학적 소개가 지속된다. 마치 오스카 와일드가 의도적으로 그런 현란한 감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려는 듯이...


헨리 워튼 경의 말은 다소 반어적이거나 역설적이기도 하고 아무튼 철학적이다. 이 헨리 경의 말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가 '명언 제조기'라는 평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Lady Windermere's Fan>(1892) 중의 명언.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지만, 어떤 이들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은 비루할 수 있으나 인간은 이상을 향해 시선을 둘 수 있다는 의미로 이 글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제명의 동상에도 각인되어 있다.

또 그의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1895)에는

"“The truth is rarely pure and never simple.”(진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순수하거나 단순하지 않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그의 에세이인 <거짓말의 쇠퇴, The Decay of Lying>(1889)에는 그 유명한 예술에 대한 문장이 나온다.

“Life imitates Art far more than Art imitates Life.”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


오스카는 프랑스어로 된 희곡 <살로메>(1891)도 저술했는데, 성서 속 인물 살로메와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관능과 상징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퇴폐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를 바탕으로 1905년 오페라 Salome를 작곡하여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데 이 희곡을 집필할 당시 앨프레드 더글라스(Alfred Douglas, 1870–1945)라는 남성 시인을 사귀었는데, 후일 동성애로 재판받을 때 그 동성상대자이다. 재판에서 더글러스의 시 〈Two Loves〉가 증거로 제시되었으며, “말할 수 없는 사랑(the love that dare not speak its name)”이라는 구절은 이후 동성애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더글라스는 1894년 <살로메>를 영문판 번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Oscar and Bosie>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은 오스카 와일드의 마지막 희곡이며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라 하여 더 읽어보고자 한다.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코미디’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작품은 1895년 밸런타인데이에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시종일관 재치와 유머로 귀족 사회를 풍자하는 이 작품은 공연에 성공함으로써 오스카 와일드에게 최고의 찬사와 부를 안겨주었다. 12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저자에겐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올리버 파커 감독의 <도리안 그레이>(2013)을 시청했다. 급한 마음에 영화를 먼저 시청한 후 책을 읽는 순서가 되어버렸는데, 부차적 기대처럼 영상의 소리들이 활자에 맞춰 꿈틀거림을 보았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탐미주의적 예술 소설을 추구했지만 그 주인공인 도리언은 자신의 삶을 탐미적으로 소비하고 도덕을 거부하며 타인을 경험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죽음을 맞이했으므로 나는 "예술은 도덕과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도덕과 무관할 수 없다."라고 결론 지어본다.




[더 생각한 것들]


1. 오스카 와일드의 성장 배경과 그것이 이후 삶과 문학 작품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부친인 윌리엄 와일드는 저명한 외과의·고고학자로서 과학적 합리주의와 실증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동시에 혼외 자녀 의혹이라는 사회적 스캔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적 명성과 사적 위선의 이중성은 1899년 <이상적인 남편, An Ideal Husband>의 도덕 풍자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 희곡은 올리버 파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1991)되기도 했다. 올리버 파커는 2002년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도 영화화했다.

모친인 제인 와일드는 아일랜드 민족주의 시인으로 살롱을 열어 지식인과 교류하고 강렬한 수사학과 낭만적 상상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수사학적 문장이나 상징적 과장, 신화적 감수성은 모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2. 오스카 와일드가 존 러스킨, 월터 페이퍼에게 받은 문학적 영향은 무엇인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영국의 미술 평론가이자 사회 사상가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예술·건축·자연·사회정의를 통합적으로 바라본 비평가이자 화가, 사회개혁 사상가로서 산업사회 비판과 미적·도덕적 가치의 결합을 추구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러스킨의 도덕주의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월터 페이터(Walter Horatio Pater, 1839–1894)는 영국의 수필가이자 미술 평론가, 인문학자이다.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이라는 미학적 이상을 옹호하며, 19세기 후반 영국의 심미주의(Aestheticism)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1891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동성애적 요소와 퇴폐적인 요소를 수정하여 재 출간하였는데, 그 수정된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바질에 대한 동성애적 암시의 변화가 있다. 1890년판에서 바질은 도리언을 숭배(worship)한다고 표현하며, 심지어 노골적으로 도리언에게 의존하는 표현이 있다.(“I could not be happy unless I was with you.”, 네가 없다면 나는 행복할 수 없어)

그러나 1891년판에 추가된 것도 있는데, 그것은 그 유명한 서문 외에도 13장을 20 개장으로 확대하였는데 도리언의 과거, 사교계 이야기, 사회적 소문 확대 등을 추가하여 개인적 감정 대신 사회적 맥락의 확장을 시도했다.




[관련 도서]


1. 위스망스, <거꾸로>

2. 괴테, <파우스트>

3. 오스카 와일드,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4. 셰익스피어, <리어왕>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헛소동> <오셀로> <겨울밤 이야기>

5.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6.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7. 몰리에르, <인간혐오자>



[관련 영화]

1. <빅 피쉬>

2. <닥터 지바고>

3. <도리언 그레이>

4. <왕의 춤>

5. <메살리나>

6.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71)

7. <이상적인 남편, An Ideal Husband>

8.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2026. 2. 15~3. 1, 한국 동탄에서 읽고 중국 上海에서 정리하다.

작가의 이전글[독서] 자기계발 :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