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예술가는 모방한다.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중앙일보 혹은 토스의 디자이너는 분명 피카소(1881-1973)의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두 서비스의 삼분할 UI와 군데군데 드러나는 UX 요소들은 흡사 쌍둥처럼 꼭 닮아있다. 토스 디자인팀이 이쪽 세계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앙일보 쪽에서 훔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추론일 것이다. 어쩌면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모셔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완성한 현대차처럼 토스 쪽 UI/UX디자이너를 거액에 영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네시스와 벤틀리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일은 아니다. 서로를 훔치는 일쯤은 이쪽 세계에서 퍽 흔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토스가 내놓는 디자인들은 더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사실상 주인 없는 금고쯤 취급되며 여기저기 유전자를 남기고 있다.(물론 이 UI/UX가 해외 유명 레퍼런스에서 왔을 가능성도 있다. 디자이너의 세계는 전세계에 걸쳐 서로 꼬리가 물려 있다.)
정말 본땄던 것이라면 이는 비판할 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할 일 같다. '체면'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늘 잰걸음만 하던 신문사들이 드디어 남 눈치보지 않고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나 다름없으니.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아포리즘은 발화자의 위대함 못지 않게 모방이란 행위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죄의식들을 즉각적으로 제거해준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과감한 도용은 예술가의 재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