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안예록님이 주최한 독서 모임에 참가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예록님은 아이디어 두잇이라는 브랜딩 에이전시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분으로, 커리어가 대단히 화려한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였다. 이번에 처음 뵙게된 분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몇 마디 나눠보니 업계 잔뼈가 대단히 굵은 거 같다는 느낌을 확 받았다.
얼마 전 혹평을 했던 <영혼의 설계자>(참고: [브랜딩log] 영혼의 설계자요..?)를 읽었던 이유가 바로 이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저자의 무성의함과는 별개로 참석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또 내 생각을 밖으로 뱉으며 얻은 바가 적지 않았다.
나 = '도전'
만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신은 어떤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쉽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본 바,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도전'인 것 같았다. 최근 2년 내 삶이란, 한 마디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잘 다니던 신문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둔 것부터 갑작스럽게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배우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까지.. 최근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대구에 무작정 내려간 것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도전 정신의 발로 아니었나 싶다. 달리 말하면 '실존'일지도.
유저들이 로고의 눈을 직접 그려넣는 ux
yoorak, 반응이 괜찮은 걸?
나이키를 상징하는 것은 단연 스우시 로고다. '최고의 브랜드 로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내가 만드려는 브랜드, yoorak의 로고를 소개했다.(나라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yoorak은 할아버지의 이름(有落 있을 유, 떨어질 락)에서 따온 것이다. oo를 굳이 눈 모양으로 디자인 하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할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반짝거리는 총명한 눈이기도 하고, 눈을 유쾌하게 활용함으로써 자칫 추모 쪽으로 브랜드 무드가 무겁게 흐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고의 눈을 유저들이 직접, 자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물론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분들 반응이 꽤 괜찮았다.
"스포츠야말로 최고의 인문학이다."
AI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참가자분이 하신 말씀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일까. 과거에는 단연 예술 분야가 꼽혔지만, 최근 AI를 활용한 시청각 작업물들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분 말씀은 스포츠야말로 인간들이 서로 한계를 겨루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무언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니 시속 300~400km의 스포츠카가 쏟아지는 세상임에도 100m를 가까스로 9초에 들어오는 인간의 두 발에 전 지구인이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면에서 최고의 인문학은 정말 스포츠일지도 모르겠다.
소셜 모임 우선순위↗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오프라인 모임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이래서 손정의가 트레바리에 수십억을 투자했던 걸지도..) 소셜, 커뮤니티, 살롱은 대구 사업의 큰 줄기로 디벨롭해볼까 계속 고민해보고 있는 분야. 그래서 이번 독서모임도, 전번에 참가한 다른 독서모임도 둘러봤던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소셜 모임을 기획하는 작업의 우선순위가 더 올라갔다. 공간은 결국 인간의 접점에 놓여있는 것이니. 소셜 모임을 만든다면, 어떻게 런칭을 하고 어떻게 알릴지, 또 대구에 그동안 어떤 소셜 모임들이 있었는지 리서치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왜 저러지...?!
IDEA, DO IT
개인적으로 예록님이 운영하시는 회사 로고가 인상적이었는데, IDEA는 속이 비어 있고 DO IT은 꽉 차있었다. 아이디어는 비어 있을 때 찰 수 있고, 행동은 가득차 있을 때 가능하다는,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 현재의 내게도 꽤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상상, 그리고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