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2015)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쓴 홍성태 교수님은 자타공인 브랜딩 구루(Guru)로 평가된다.
갑자기 홍 교수님 책을 펴든 것은 브랜드 사업을 준비하면서 최근 여러 곳에서 교수님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브랜딩 에이전시 <아이디어 두잇>의 안예록 대표는 "브랜딩 관련해서는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이거 딱 하나만 보면 됩니다."고 단언했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어제 우연찮게 <플러스엑스>(업계 최고의 브랜딩 에이전시다)의 한 디자이너분이 자기 인생 최고의 책으로 이 책, <나음보다 다름>을 꼽는 것을 보고 쭉 한 번 살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홍 교수님은 중년의 나이에도 늘 슬랙스와 스니커즈를 조합하는 등 늘 세련되게 옷을 입었다.
브랜딩 업계에서 최고 석학 대접을 받는 홍 교수님은 사실 내 대학 시절 은사(?)이시기도 하다. 내가 다닐 때 경영학부는 학교에서 따로 커리큘럼을 정해주지 않고 스스로(?) 설계하도록 하는, 조금은 독특한 시스템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홍 교수님 수업을 몇 개 들은 적이 있다. 그다지 학점을 잘 주는 스타일은 아니셨던 걸로 기억하지만 궁합이 썩 나쁘지 않았는지 A+만 2번 정도 받았던 것 같다.
홍 교수님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있다. 기자가 되고 대학 시절 배운 것 중 요긴하게 써먹은 게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홍 교수님 수업에서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님은 매주 이런저런 과제를 내주었는데, 늘 딱 2명, 그러니까 가장 빨리 과제를 제출한 학생과 제출이 조금 늦어도 내용이 가장 좋은 학생에게만 추가 점수를 주곤 했다. "사회에 나가서도 명심하라"는 의미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빨리 하는 쪽에는 소질이 없었던 터라 늘 속도보다는 내용 쪽에서 점수를 받으려 했던 것 같다.
내가 기자로서 '단독'의 길을 쫓는 것이 아닌, '기획', 나아가 '탐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던 건 전적으로 그때의 경험 때문이다. 단독 욕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때마다 '조금 늦더라도 더 잘 하면 반드시 빛을 본다.' '속도가 늦어도 돌파구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교수님께서는 나를 기억하시지 못하겠지만, 이 정도면 "은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학 전공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복잡하다. 주로 인지심리학과 부르디외 사회학을 공부했다"고 떠들고 다녔었는데, 여기서 인지심리학이 홍 교수님에게 배웠던 것이다. 한때 시리즈물을 쓰려고도 해봤지만 4회 정도 쓰고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어불성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