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시피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를 만든 세계적인 게임 회사)의 로고는 굉장히 심플하다. 'KRAFTON'이라 글씨만 쓰인, 앞서 배운 용어로 타입페이스(로고타입) 로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심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로고인가?' 싶기도 했지만,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듣고 보니 조금은 달리 보이는 것 같다.
day 11
오늘은 어제에 이어 플러스엑스가 실제 작업했던 로고 4가지(UT, 크래프톤, 크린랩, 블랙야크) 사례를 토대로 로고 제작시 실무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포인트들을 학습했다.
도로의 모티프, 우버와 티모비 각각의 컬러 및 각각의 직/곡선 쉐이프를 살려 로고를 만들었다.
우선 UT. UT는 우버와 티모비의 합작 벤쳐다. 두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로고에 녹여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런 경우가 더러 있는 듯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현재의 초록색 배경의 인어 로고는 IL Giornale(초록색, 별)가 Starbucks(인어 모티프)를 인수했을 때 두 회사 로고를 합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두 브랜드를 합칠 때는 각각의 형태 자산뿐 아니라 컬러, 버벌 자산, 비쥬얼 모티프들을 다각도로 살펴 조화롭게 합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스타벅스 로고는 두 회사 로고(형태+색)가 합쳐진 것이다.
크래프톤은 브랜드 아키텍쳐Architecture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로고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은 여러 게임 개발사들의 연합체격인 회사다. 이런 아키텍쳐(삼성-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전자.. 같은)를 감안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크래프톤'('Keep the Craftmanship on.' 명작을 위한 장인 정신은 계속된다라는 의미)의 로고는 통합성 및 확장성이 포인트였다. 즉, 회사(브랜드)의 구조가 로고의 방향성을 정한 셈이다.
국기나 활자 인쇄 등 여러 디자인 모티프가 나왔지만 최종 결정된 것은 중세 유럽의 길드 마크였다. 크래프톤이라는 하나의 큰 깃발 아래 하위 브랜드 심볼들이 담기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크래프톤 길드
마지막으로 크린랩과 블랙야크는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는 기업들인 만큼, 기존에 익숙한 형태 자산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과감함이 다소 부족한 선택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브랜드 형태, 인지도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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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로고에 지나치게 신경쓰다가는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크래프톤은 (소액이지만) 실제 주주이기도 하고 관련해 글도 쓴 적이 있는 기업이지만, 로고의 배경이나 의미, 맥락은 이번에 처음 안 것이다. 스타벅스 역시 마찬가지. 아마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한 소비자들 중 누가 그렇게까지 로고를 신경쓰며 게임을 하고, 커피를 마시겠는가.
그런 면에서 로고를 둘러싼 내러티브는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이미지'만큼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예컨대 아디다스나 리복, 아식스, 푸마..등등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들의 로고 기원이나 배경에 대해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이키급이 아닌 이상 로고는 로고답게,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게 정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