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은 왜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큰 브랜드든 작은 브랜드든 기를 쓰고 성수동 팝업에 매달리는 것은, 물론 상징적인 의미("우리 이만큼 핫해요!")도 있겠지만 공간이 주는 직관적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일 것이다.(어쩌면 업자(?)들 사이에 팝업과 관련한 검증된 무언가가 공유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day 20
무신사가 굳이 '무신사 테라스'를 만들고, 애플이 '애플스토어'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건 브랜딩에 있어 공간의 위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간의 가장 큰 위력은 오감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시각에서부터 청각, 미각, 후각, 촉각까지. 플러스엑스에 따르면 브랜드 공간Brand Space는 "'보다'라는 감각을 넘어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을 권유하는 브랜드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한다.
최근 수년 새 20~30대에서 값비싼 오마카세 스시야가 큰 인기를 모았던 것도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렵지 않게 수긍이 된다. 음식이 특별히 맛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오마카세 특유의 고급스러운 접객 문화, '대접 받는 느낌' 때문이라는 사람도 많다. 적어도 나는 그런데, 그런 까닭에 접객이 불성실하거나 내부 인테리어의 디테일이 떨어지면 아무리 맛이 좋아도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
다만 '그럼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강의를 들어도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강의에서는 플러스엑스팀이 작업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CASE1'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렇구나.. 잘 했네..' 정도 느낌이랄까? 인테리어나 건축 분야는 BX디자이너와는 또 다른 전문적인 영역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BX디자이너는 이런식으로 금지 요소를 정함으로써 브랜드 일관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 전체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잘 고려해 어떤 룩앤필로 갈 지 결정하고 그에 맞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일관되고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주는 것'이 식상하지만 정답 아닐까 싶다. 그저 이쁘게가 아니라 '경험'과 '체험'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한다면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더라도 보다 유저 친화적이고 색다른 공간이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내가 만들려는 브랜드 yoorak에서는 유저들이 매장에 나가기 전 양면이 다른 카드를 뒤집어 브랜딩에 관련된 의견(색깔, 로고, 사운드, 향, 원두..)을 투표하는 식의 경험 접점을 구상하고 있다. 손으로 만지고 뒤집고 의견을 남기는 경험이 유저를 브랜드에 끌어들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