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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생 Sep 18. 2021

'피자 2판의 법칙'을 이기는 원칙

- 피자 2판의 원칙은 실패했다. 그래서 나온 '싱글 스레드 리더십'


"피자 2판의 원칙은 솔직히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150만 명이 넘는 아마존 조직이 갈기갈기 8명 내외로 쪼개져있다고 생각하면.."


1. 피자 2판의 원칙 단상

 원래 피자 2판의 원칙은 아는 사람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작고 빠른 조직을 대변했다. 이는 큰 조직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작은 조직을 지향하라는 하나의 좋은 예가 되었다. 요즘은 큰 것보다는 효율적인 작은 것의 연합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상이 스타트업들의 무대가 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제프 베조스도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작은 온라인 책방에서 일어났음에도 그는 "대기업이 할 일과 스타트업이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보잉 비행기를 차고에서 조립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본인도 대기업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질을 한다. 올챙이 생각이 나는 대목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피자 2판의 원칙은 솔직히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150만 명이 넘는 아마존 조직이 갈기갈기 8명 내외로 쪼개져있다고 생각하면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피자팀과 또한 그 수만큼 피자 2판을 책임질 부지기의 팀장, 그리고 프로젝트의 규모 등등.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 세상에는 피자 2판이 옳다고 보고 이러한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는 팀 간의 연결을 통해서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아메바와 같이 붙었다고 떨어졌다가 분리했다가 합쳐지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협력, 융합으로 보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피자 2판의 맛이 어떤 때는 맛이 있고, 어떤 때는 밀가루를 먹는 듯이 피자의 퀄리티(질)가 문제가 되는.."


2. 피자 2판의 원칙, 무용(無用)과 대안

 소제목에 '피자 2판의 원칙은 실패했다'라고 쓰긴 했지만, 그 원칙은 어디나 유용하다. 다만, 업무와 조직의 규모가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작은, 개인적 감당 가능한 업무에서 수백 명이 해야 할 업무까지 기업에서의 업무는 일괄적이지 않다. 앞서 지적을 했듯이 소규모의 팀을 이룰수록 더 많은 팀장이 필요한데 이는 팀원 중에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선임자가 되는 것이 마땅한데 그 많은 인재는 어디서 구하는 가도 문제가 있다. 피자 2판의 맛이 어떤 때는 맛이 있고 어떤 때는 밀가루를 먹는 듯이 피자의 퀄리티(질)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피자 2판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멋진 조직론처럼 보이지만, 또 언제부터인지 아마존 내에서는 언급이 별로 없는 듯하다. 피자 2판의 원칙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Day1 정신처럼 그 정신은 살려 놓고 실제로는 융통성 있게 피자 100판의 조직도 운영을 하는 것이다. 이미 아마존은  대기업이니까. 다만,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문에 조직의 규모가 아니라, 조직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는 '싱글 스레드 리더십(Single Thread Leadership)'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게 되면 조직의 규모가 어찌 되었든 간에 능력 있는 리더가 중요한 업무에는 권한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게 하는 프로세서인 것이다



"직원의 수는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의사소통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상호 의존성이 커지고.."


3. "협업하지 말고 분리하라"라는 이상한 조언

 싱글 스레드 리더십에는 '협업하지 말고 분리하라'는 표어가 있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피자 2판의 원칙이 "작고 빠르게"의 구호라면, '싱글 스레드 리더십'은 그보다는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모두 협업과 개방, 그리고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마존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협업하지 말고 분리해서 가능하면 협의하지 마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한 시간에 일이나 해서 구축하고 성취하라는 의미라고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150만 명이 넘었다. “폭발적인 성장은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었다. 이는 조율하는 시간이 창조와 실행하는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는 뜻이다. 직원의 수는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의사소통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상호 의존성이 커지고, 성과는 지지부진하며 불만이 높아지고, 팀의 권한이 약화된다.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며 완성도도 떨어진다. 업무가 중복되어 ‘의존성’을 낳게 되어  조직과 매출이 성장할수록 조율할 것은 늘어나는 반면 생산성은 감소하는 현상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했는데 아마존의 선택은 '싱글 스레드 리더십'을 통해 각각 독립된 팀으로 운영되면서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자 했고 성공했다.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주요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으로 목표 성과를 유도하고 자율과 더불어 책임까지 분명히 하는 것이다. 



"권한과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이 모호한 기업일수록 가장 일 잘하는 직원들이 먼저 떠나기 때문.."


4. 피자 2판을 대치하는 원칙의 탄생

  '싱글 스레드 리더십'은 좌충우돌과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어내었으며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피자 2판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0년이나 걸린 산고의 결과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생각만 하고, 조율과 협의에 시간을 소비하고, 상호 책임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프 베조스가 S팀(수석 부사장 회의)을 이끌면서 하는 회의 주제 중에 성과 점검에서 적색 경고등(아마존은 녹색, 황색, 적색으로 업무 프로세서 과정을 체크함. 적색은 아주 잘못됨, 황색은 잘하면 됨, 녹색은 잘 되어가고 있음)에 관한 회의를 하면 꼭 묻는 것이 있다. "누가 가장 고위급 싱글 스레드 리더입니까?"이다. "누가 책임자요?"라는 의미이다. 물론 분명하게 책임도 따르지만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인정도 할 것은 당연하다. 

  사실 피자 2판을 폐기하고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 나온 것은 아니다. 피자 2판의 정신은 "작고 빠르게 하시오"라는 철학을 이야기하고, '싱글 스레드 리더십'은 자신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 만큼은 책임지고 수행하라는 지시인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기술한 '순서 파괴(Working Backward)'의 저자는 오랜 아마존의 경험으로 피자 2판을 대치하는 느낌으로 기술했지만 나의 생각은 둘 모두 양립하는 아마존의 원칙이다. 

 조직도 조직이지만 무엇이든 권한을 위임했으면 당연히 그에 대한 결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책임은 질책이 아니라 보상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내가 아는 좋은 기업은 그 부분에 대하여 명확하게 선을 긋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권한과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이 모호한 기업일수록 가장 일 잘하는 직원들이 먼저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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