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
<스물네 번째 근무>
크리스마스 근무고, 소금빵 24개를 만드는 날이다. 24개라니.. 계속 긴장한 상태여서 사장님들이 근무시간을 7시로 앞당겨주시기까지 했다. 일찍 반죽하고 나면 좀 나을 거라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반죽 돌리다가 반죽기가 멈춰버려서 무척 당황했다. 한참을 시도해도 작동을 안 해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바로 출동해 주셨다. 심지어 손반죽까지 해주심.. 버터 넣기 전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반죽기 모터가 과부하가 걸린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반죽 규모가 커서 그런 것 같다. 사장님 덕분에 빵 24개 잘 만들고 주문도 칠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정말 어려웠을 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블루그릭소금빵은 들어올 때마다 당황한다. 그것만 들어와도 시간이 걸려서 진땀인데 다른 주문까지 들어오면 미친다. 오늘은 블루그릭도 들어오고 게이샤 핸드드립도 두 번이나 들어와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날이었다. 그래도 빼고 나니까 뿌듯했음. 게이샤 핸드드립은 오늘 처음 해봤다. 핸드드립 중에는 게이샤가 잘 나가는 것 같다(내가 해서 마음대로 생각함)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퍼펙트 데이즈> 영화 상영회도 진행해서 다시 북어위크로 갔다. 즐기기도 즐기고 마감도 조금 도왔음. 참석자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영화를 보고 나눈 대화로 마음이 풍족해졌다. 생각해보지 못한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 무척 의미 있었다. 세상에 같은 생각은 정말 없는 것 같다.
<스물다섯 번째 근무>
D 타임 대타. 소금빵하는 날이다. 여유롭게 잘한 것 같다. 마지막에 돌돌 마는 건 D가 해줌. 어김없이 앙버터 만들어 먹었는데 오늘따라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겉면이 바삭한 게 좋았음. 저번엔 아니었어서 좀 고민이었다.
오픈하면 12시까지는 시간이 잘 가는 편이다. 수면 부족 이슈로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는 것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거다. 자기 관리 안 되는 모습 마음에 안 든다. 주의해야지.
<스물일곱 번째 근무>
설거지가 너무 많았다. 매출 상 바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 타임에 몰린 매장 손님들의 컵이 와르르 몰려들어와서 설거지하고 물기 닦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사장님이 중간에 돈가스 시켜주셔서 감사하게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 자기 관리는 잘 안 된 것 같다.
<스물아홉 번째 근무>
12월의 마지막 날이자 소금빵 18개 하는 날. 오늘은 새해 카운트다운 이벤트가 있다. 손님들이 다시 방문할 거라서 7시에 추가 근무를 하기로 했다. 같이 영화 보고! 라거랑 에일도 배송 와서 얼음 푸고 봉투 여섯 개도 만들었다. 얼음 푸는 내내 제빙기 청소 어떻게 하지 걱정했음.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의 내가 하겠지..
소금빵은 역시 어렵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빵은 제시간에 나오는 마법 같은 일을 내가 성공시킨다. 이게 맞는 건가요. 그래도 중간에 손님이 많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빵 모양은 제각각. 이름 붙여줘도 구분 쌉가능.
<서른한 번째 근무>
오늘은 12개 하는 날이다. 15분 전에 출근하고 8시까지 빵이랑 커피 제외 오픈을 마쳤다. 오늘도 여전히 빵 이름 붙여주기 쌉가능이다. 조금 빨리 했는데도 제시간에 나오는 걸 보면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가 보다.
아침 첫 손님은 스탠리 텀블러에 아메리카노 4샷을 넣어가는 분이었고, 오늘은 마침 공굴리기할 때 손님이 오셔서 빵 제작 지체 이슈가 있었다. 말고는 무척 평범하고 평화로운 날이었음. 웨이브 원두 3봉 왔다. 지금 총 6봉 있음. 별 걸 다 쓴다 정말.
원래도 그렇지만 오늘은 유달리 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려고 노력했다. 왜 노력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음. 그래도 덕분에 설거지가 쌓인 적은 없다. 나는 설거지 쌓이는 게 싫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 모이는 거 쌓이면 태산이 되는데, 그 태산의 물기를 닦는 게 너무 부담이라 생기면 웬만하면 바로바로 한다. 메인 업무 수준으로(이럼 안 됨).
<서른두 번째 근무>
유달리 손님이 없다 싶었는데 D가 쉬러 간 사이에 계속해서 몰렸다. 이렇게 몰린다고?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빌지가 6개 정도 쌓여서 움직임도 다채로웠다. 마지막에 블루그릭소금빵까지 들어왔을 땐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마인드였음. 한 팀이 아메리카노 세 잔을 시키시길래 그나마 다행이다 했는데 산미로 세 잔이라고 하셔서 1차 절망했음. 유자차랑 라떼 따뜻한 거 주문하신 손님이 추가로 핫 초코라떼 주문했을 때 2차 절망.. 그 후로 끝도 없는 절망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빌지만 치기 위해 노력했다. 멘탈이 털려서 D가 오고 거의 D가 다 친 것 같음. 뒷정리까지도.. D가 북어 크림 치면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서 정신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시간이 느리게 가진 않았던 것 같다. 스태프 단톡방에 이만큼 들어왔다고 올리기도 했음. 커피일지에는 써야 할 것 같아서 쓴다.
바나나는 아직 덜 익기도 했고, 먼저 소분하면 오히려 빨리 익을 것 같아서 배송 온 그대로 뒀다. 블루그릭요거트도 나름 잘 나간 것 같음. 다음엔 스피루리나를 조금 덜 넣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내 취향으로는 파란색보다는 하늘색이 더 예쁘다.
요즘 6시가 조금 넘어서 오셔서 본인 음료 매장에서 한 잔, 집에 있을 아내 분의 음료를 테이크아웃 한 잔으로 주문하시는 손님이 있다. 항상 마감 때까지 업무를 하다 가셔서 라스트오더 때 테이크아웃 음료 만들어드리고 있음. 끝까지 남아계시는 손님이라 인상이 깊어서 적어본다. 정신 차리기 힘든 하루였음~!
<서른다섯 번째 근무>
일주일 중 첫 번째 소금빵 하는 날. 이제는 30분이 아니라 15분 전에 출근한다. 조금 더 발전하면 정시에 출근해도 되겠지. 소금빵은 일찍(11시 30분) 나왔다. 중간에 손님이 얼마나 방문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 같다.
바나나를 소분했다. 초코 쿠키는 어제 했고, 버터 쿠키는 D에게 넘기기로 했다. 어제 초코만 해도 굽는 것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지도 않았고,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퇴근하고 나니까 피로가 몰려온다.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로 삼아야지. 시간이 날 때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이라는 책. 오픈은 확실히 뒷일에 대한 부담이 적다. 혹시 오늘 그릭요거트를 부어놓고 내일 내가 스피루리나 섞어야 하나 했는데, 내일 오픈할 때 붓기로 했다. 다행. D가 듣고 꿀 빨려고 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스피루리나 섞는 거(두 번) 너무 팔 아팠다. 색은 예쁘게 나오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