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를 일으켜
‘Make your waves’ 북어위크의 메인 슬로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구다. 크게 보면 파도는 결과 방향이 있지만, 가까이 보면 그대로 휩쓸려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결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난 지금 그런 파도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다. 출근해서 파도가 그려진 엽서를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나의 파도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내게 파도가 있긴 한지, 움직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없이 넓은 망망대해에서 헤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면 억지로라도 상기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만들고 있는 것을 떠올린다. 바다는 때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잠잠하고, 때론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일렁일 때가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정지된 것처럼 꼭 한 순간만을 가지지 않는다. 당장 지금은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도, 그 수평선에 닿을 듯 닿지 못해 희망만 가지고 있는 상태일지라도, 아주 작은 파도 하나가 곧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곤 한다.
너무 조용한 바다에 가만히 몸을 뉘이고 쉬다 보면, 쉼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있다. 당장 아무것도 없는 현실에 숨이 막혀 온몸이 잠기는 것 같은 기분.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기분.
‘언제까지 쉬어야 하지?’
‘내게도 파도라는 게 올까?’
나는 아직 커다란 파도는 겪어본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알고는 있다. 일상에서 작디작은 파도를 겪다 보면, 때로는 물도 먹고, 때로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도, 휩쓸릴 파도가 있으니 내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다시 잠잠해진 바다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매번 부유할 수도 없고, 매번 파도만 칠 수도 없지 않은가. 번갈아서 찾아와야 내가 더 단단해질 거라고 믿는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날씨에 지쳐도, 궂은 날씨와 화창한 날씨 모두 내게 필요하다고 여길 여유를 바다에서 부유하며, 작은 파도에 휩쓸리며 찾았다.
나의 결을 나만의 속도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모든 게 아름다울 수 없고, 후회가 없을 수 없지만, 파도를 한 번 타면, 모두 지나고 나면 즐거운 서핑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터다. 이 모든 게 나의 결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두렵지만 두려울 게 없다. 팔을 휘적이며 물속을 유영하고, 발끝을 꿈틀거리며 더 깊은 곳으로 가본다. 그렇게 나를 덮칠 파도를 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