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닻을 내리다

조명이 특이하게 생겼어요

by 해무



북어위크는 좁다. 넓지 않은 공간에 커피와 책과 빵과 음악과 사람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눈에 보이는 매장.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한가운데 내린 통발 조명이다. ‘조명인가?‘ 싶을 정도로 종이가 팔랑팔랑 걸려있어서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커다란 통발모양 조명에, 이리저리 삐죽빼죽 튀어나온 철사에 걸려있는 사람들의 생각 조각들. 북어위크의 통발 조명은 시선과 생각을 낚아 올리는 찌의 역할을 한다. 처음엔 예쁘고, 그래서 사진을 찍고, 그다음엔 읽는다. 종이 한 장 한 장 적혀있는 문구를. 처음엔 걱정했다. 저 예쁜 종이들이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에 다 날아가면 어떡하나, 같은 시시콜콜한 걱정. 물론 가벼운 우려가 무색하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각보다 튼튼한 모양이다.



종이와 더불어 북어위크에서 손님으로 엉덩이가 무거웠던 시절, 사장님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내게 왔다. 종이에 글을 써줄 수 있냐는 말과 함께. 갑작스러운 부탁에 부담부터 몰려왔다. 내가? 저 조명에? 내가 쓴 글이? 왜 나를? 와 이거 진짜 영광이다. 그 즉시 내가 읽었던 글 중에 마음에 계속 남아있는 문장을 찾았다. 이상한 걸 이상한 글씨로 적어서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적었다. 이 멋진 옥에 티를 남기면 안 되니까. 그러고는 곧바로 나를 설명하는 것만 같은 글을 적어내려 갔다.





”책을 읽어 삼키지 않고서는 삶을 이어나가기 어려웠고, 삶을 글로 토해내지 않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는 내가 읽은 것과 쓴 것의 총합이다. 그 양도 질도 변변찮지만 그렇게밖에는 나를 정의 내릴 방법이 없다.“



김겨울 작가의 책 <독서의 기쁨> 속 문장이다. 독서에 푹 빠져 살았던 때에 그렇게나 공감이 갔던. 이 문장이 아니고서야 내 마음을 보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문장으로 생각의 닻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그리 무게를 가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다. ‘나, 꼭 좋은 글을 적어야지!’



그 당시 나 말고도 여럿이 북어위크에 마음을 내렸을 것이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로 부끄러워하며 몇 문장이 적힌 종이를 사장님께 건넸던 기억이 난다. 내가 뭐라고 저 멋진 조명에 마음을 더하나 싶었지만, 북어위크 속 사람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조명이야 말로 생각의 닻 그 자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앞선 시시콜콜한 걱정과 달리 삐죽한 철사에 내려진 생각 하나에 달린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 웬만한 바람에는 날아가지 않을 것만 같다. 팔랑거리는 가벼움으로 무장한 종이 한 장에는 북어위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애정의 일부임이 틀림없다. 내가 그랬듯이, 조명을, 북어위크를 향하는 여럿의 관심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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