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
특정한 공간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 도서관이나 카페에 비치된 책이 그런 경우. 갖고 나가면 도난 이슈 발생이니까. 꼭 안에서 읽고, 구매할 책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소장할 수 있다.
책장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북어위크의 책장은 온종일 뒤집혀 있어 그 사람의 전부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잘 보다 보면 조각 정도는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조각을 내 것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느낌은 주인장이 고른 책이 있는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밌는 특권이다.
책이 있는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싫어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하게 된다. 대단한 독서가까지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권씩은 꼬박꼬박 책을 읽곤 한다. 좁은 집에 살면서 한정된 책장 아래 물성을 가진 종이책을 더 사들이고 읽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북어위크에서 일하고 난 후로는 꼭 내 책장이 확장된 것만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사장님의 책장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책장에 빽빽하게 꽂힌 책들을 보면 괜히 내가 든든해진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이렇게나! 인생과 마찬가지로 독서의 길은 늘 새롭게 열리는구나. 어떻게든 읽을 길은 열리는구나. 작은 독서가가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이다.
명색이 ‘북’어위크의 스태프로서 늘 책 한 권은 소장하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닐까(아님). 최근에 읽은 책과 읽고 있는 책은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과 <쓰다 보니, 쓸 만해졌습니다>이다. 이제는 종종 일할 때 내 책장이 아닌 북어위크의 책장을 이용한다. 뒤집힌 책들 속에서 내게 어울리는 책을 찾는 재미를 여전히 느낀다. 공들여 붙여놓은 색색깔의 인덱스는 찌처럼 내 시선과 손길을 낚아 올린다. 재밌는 책을 발견하면 사장님과 내적 친밀감이 올라가고, 발견 못할 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이미 친밀감은 많이 올랐지만 혼자서 올리는 재미도 있다.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즐거움.
일할 때는 책을 읽는 게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그리고 카페의 책은 도난 이슈로 밖으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꼭 일하는 시간을 기다려서 책을 펼치곤 한다. 책 때문에 근무 시간을 기다린다니 가만 보니 대단한 독서가 같고, 성실한 직원 같다. 그렇게 보이길 희망하니 부정하지도 않겠다. 어떤 이유로든 일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 독서에 다시 취미를 붙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북어위크의 뒤집힌 책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사장님들이 늘여놓은 인덱스 찌를 애정하는 작은 독서가로서 일하는 시간을 기다린다. 생각의 조각을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을 바라곤 한다. 콩알만큼 작아져 버린 독서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공간, 오늘은 어떤 찌가 시선을 낚아 올릴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