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
<열한 번째 근무>
손님이 없어서 걱정이 됐다. 대신 간간이 오시는 손님들 음료를 정성껏 만들었다. 응대도!
어제 짙은 청록색으로 예쁘게 만든 단백질 쿠키가 오븐 속에서 다 퍼져서 나와 무척 속상했다. 사장님이랑 열심히 만든 건데… 박력분을 적게 넣은 게 문제일까? 아니면 버터의 온도가 너무 높았던 걸까? 그러면 다른 쿠키는 안 그럴까? 의문이 많이 생겼다. 다른 쿠키들도 걱정이 된다. 한 조각 먹어봤는데 엄청 달고 북어향이 거의 안 났다.
그물노트를 계속 쓰면서 손님을 기다렸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혼자서 한 마감인데 나름 괜찮게 한 것 같다. 내일 D에게 오픈이랑 소금빵 배워야 해서 어차피 아침 출근이라 잘했는지 확인을 받아야겠다. 오늘은 호퍼까지 닦아서 좀 더 뿌듯하다. 일반쓰레기랑 음식물 쓰레기도 버렸고. 시간은 조금 오버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확실히 오픈이랑 마감은 정말 다르다. 오픈은 정신없이 소금빵 만들고 커피 맞추고 손님 받는 거라면 마감은 엄청 꼼꼼하게 할 거 다 했는지 더블체크하는 느낌. 마감을 많이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소금빵(오픈)이 더 걱정이 된다. 내일 잘 배울 수 있겠지.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니까 허리가 꽤나 뻐근하다. 그래도 일은 잘 해냈으니 다행!
<열두 번째 근무>
소금빵 데이다. 출근할 때부터 긴장을 너무 해서 힘들었음. 근데 그 긴장이 퇴근 때까지 갔다. 덕분에 체력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번 주에 잘 해내야 다음 주도 힘내서 이틀 소금빵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걱정이 컸다. 하나라도 실수하면 오늘치 소금빵 공친다!!라는 생각도 매 단계마다 했다. 뭐 이렇게 걱정이 많은지.
생각보다 아침 손님이 많이 오셔서 당황하기도 했다. 특히 오븐 예열 거의 다 되어갈 때 세 분 오셨을 땐 멘탈이 살짝 갈릴 뻔했음. 근데 뜨아메(뜨거운 아메리카노)로 통일해 주셔서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금빵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손님들은 위트로 뜨아메, 아아 하나씩 주문하셨는데 서로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다. 괜히 기분 좋았음. 처음으로 혼자 나간 블루그릭소금빵도 주문하신 손님이 다 드셔서 뿌듯했다. 근데 그릭요거트는 아직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곤란하다. 이제 사장님들 여행 가셔서 둘이서 잘해야 하는데.. 나만 잘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요즘 왜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졌을까? 속상한데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나아지겠지.
오늘의 소금빵은 나름 성공적인 것 같다. 사장님들이 드셔보신 결과 하나를 굳이 꼽자면 겉면이 바삭하지 않다는 거? 맛은 있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커피는 잘 못 맞춰서 사장님 오셨을 때 다시 맞췄다. 그냥 18.5g만 마셨을 땐 몰랐는데 두 잔으로 비교해서 마시니까 맛이 확실히 달랐다. 18.5g가 비교적 밍밍하게 느껴졌음. 혼자 있을 때 커피 어떻게 맞추냐… 커피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 맞추는 갠카 커피 어떤데.
샘플 그물노트에 필사 조각을 붙였다. 그냥 글씨 쓴 건데 생각보다 떨리고 긴장돼서 어이없었음. 그래도 나름 공들여서(손에 땀;;) 쓴 거라 구겨지지 않고, 뜯어지지 않고 오래갔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자주 볼 듯.
중간에 사장님들 오시고, D까지 오니까 긴장이 좀 풀려서 피로가 확 쌓였다. 사람이 있어야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오픈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그렇다고 마감이 익숙해진 건 아니라서 여러모로 곤란하다. 아, 네일아트 사장님께서 오셔서 아샷추 주문하시고 소금빵 응원해 주고 가심. 뵐 때마다 유쾌하고 응원은 정말 감사했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가 않다. 만족스러운 날이 드물지만 오늘은 유달리 별로. 자꾸 못한 것만(별로 없음) 생각난다.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나에게 관대하게 칭찬을 줘야겠다. 고생했다 오늘도!
<열세 번째 근무>
손님이 없는 편이다.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자꾸 꾸벅꾸벅 졸아서 곤란했음.
요거트를 해야 한다. 스피루리나(파란 가루)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굉장히 곤란한 상태. 6시부터는 시간에 쫓길 예정이다. 알면서 피할 수 없는 마감 딜레마.
<열여덟 번째 근무>
근무일자 세는 거 귀찮군.. 그래도 쌓이고 나면 분명 뿌듯할 테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기록한다.
오늘은 걱정하던 소금빵 데이. 어김없이 30분 일찍 출근해서, 30분 일찍 소금빵을 냈다. 오늘은 방문하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소금빵도 막힘 없이 할 수 있었다. 모양도 괜찮게 나온 것 같아 뿌듯했음. 퇴근하고 앙버터 하나 사 먹었는데 맛도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네일아트 사장님도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음.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찍 출근할 것 같다. 저번주에는 시간과 손님에 쫓겨 청소기도 못 돌렸는데 오늘은 덕분에 8시 전에 청소기부터 돌렸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조금 더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무사히 오픈 마쳐서 다행! 내일은 또 어떻게 하지 싶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
<열아홉 번째 근무>
이번 주 소금빵을 마쳤다. 오늘은 나름 정시 출근이었는데 D가 커피를 맞춰줘서 조금 더 여유롭게 반죽을 할 수 있었다. 시간도 잘 맞춰 나왔음! 주문이 계속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첫날이 꽤 힘들었다. 다만 조금 마음이 급해서 못나게 나온 소금빵이 두어 개 정도 있는 것 같다.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니까 잘 안 나왔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주 오픈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다. 혼자 뿌듯해하는 중!
8일간의 긴 근무를 오늘부터 마쳤다. 짧은 이틀의 휴일 후 다시 시작이지만 오늘은 나를 칭찬해 주기 충분한 것 같다. 마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오픈은 아직이지만.. 점차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