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감은?

어쩌면 행운의 포춘쿠키

by 해무



D와 들른 카페에서 시작했다. 내게 생산성과 효용 가치가 없다는 자기 비하에 가까운 비판을 겉으로 드러냈을 때 D가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북어위크에서 뭔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문제는 어떤 것이 뭔지, 뭔가가 뭔지를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무언가를 할 수 있긴 한 사람인지 의문에 가득 찬 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때 D의 도움을 받았다. 난 쓰는 걸 잘하니까, 쓰는 것만큼은 좋아하니까 한번 써보자고. 책의 글귀든 뭐든 적어보자고.



그렇게 카페 하나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 하나는 북어위크에서 오늘의 영감이라는 콘텐츠로 발전했다. 지금껏 읽었던 책에서 사람들에게 영감이 될 만한 글귀를 찾아서 적는 것. 그리고 그 글귀를 좋은 종이에 옮기는 것. 사람들은 낚싯대를 통해서 오늘의 글귀를 낚았고, 낚아 올린 문장은 그들에게 영감이 된다. 어쩌면 행운의 포춘쿠키처럼.



생산성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지치고 맥이 빠져갈 때쯤 흘러나온 하나의 아이디어가 행동의 물꼬를 틀었다. 단순히 글씨를 적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자꾸만 되물었지만 해놓고 보니 그럴듯했다.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하루를 다 써서 좋은 문장을 선정하고, 읽기 좋을 만한 글씨체와 글씨 크기를 고르는 과정을 거쳤다. 팀원들과 소통하고 차근차근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의 영감‘이 어떤 성과를 냈든, 그 과정에서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



성장은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한다. 당시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스스로가 갖고 있는 것 하나를 발견한다면,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성장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아무런 효용이 없는 것 같았던 ‘쓰기‘도 뭔가가 됐으니 내가 가진 것 중에 뭐가 안 될 건 없을 것이다. 뭐라도 될 것이다. 그 결과를 만드는 건 나의 몫이고, 과정을 거치고, 즐기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오늘의 영감‘ 프로젝트는 내게 영감 그 자체가 됐다. 내가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영감. 나에 대한 작은 확신. 지금은 정말로 글을 쓴다. 역시 뭐가 될 글일지, 어떻게 될 글일지 모르지만 일단 쓴다. 그래도 된다는 믿음이 이제는 있어서 뭐가 될 것처럼 쓴다. 내가 하고 싶었다는 걸 인정하기로 하고, 하고 싶은 걸 한다.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를 믿어주기로 한다. 언제 어디서 영감을 발견할지 모르는 하루를 응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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