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돼요
내 의지로 시작하지 않은 일에 정을 붙이는 건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갑작스레 시작되어 버린 하나의 프로젝트, 내겐 휘낭시에 제작이 그랬다. D의 요청으로 어느 순간 생겨버린 휘낭시에 굽는 판, 어느 순간 생긴 아마레또 럼주 한 병과 휘낭시에 전용 버터. 어..? 하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새로 생겼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원래 있던 것을 고수하는 성격의 내게 하나의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이었다.
그래 맞다.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내 의지와 반대로 벌어지는 게 대다수. 휘낭시에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었다.
소금빵을 주력으로 삼던 북어위크에서 새로 만드는 디저트는 어떨까? 당연히 손수, 직접 만든다. 괜히 소금빵을 밀가루부터 블렌딩 하는 곳이 아니다. 계란 흰자와 노른자부터 직접 손으로 분리한다. 스페인산 100% 아몬드 가루를 사용한다. 재고가 없을 땐? 실제 아몬드를 직접 갈아서 넣는다. 정성도 이런 정성이 없다. 처음엔 좁은 바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디저트를 완성시킬까 걱정이 많았다. 손님을 맞이하면서 휘낭시에를 제작할 수 있을까, 완성품은 맛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완성되고 있었다. 심지어 맛있었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먹으면 하루 시름까진 아니어도 걱정거리 하나는 잠시 날릴 정도로 맛있었다. 갓 나온 디저트는 언제나 정답이라 했던가, 변화를 싫어하는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이 정도면 손님들도 만족할 수 있겠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내 마음속 인정과 별개로 휘낭시에를 만드는 건 힘들다. 힘든 만큼 맛있어진다는 건가. 손으로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온갖 재료를 채에 치고, 버터를 녹이고, 또 녹인 다음, 고소한 향기가 나는 녹인 버터에 살구잼을 넣고, 섞고 또 섞는다. 다른 맛을 내기 위해 황치즈와 초코는 또다시 섞는다. 넉넉하게 잡아 장장 1시간 20분이 걸리는 과정을 근무 중에, 매주 반복하는 게 영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옆에서 D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북어위크 휘낭시에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휘낭시에 제과 담당자. D가 있어서 매주 휘낭시에가 살아난다. 나는 옆에서 그를 돕는다. 요리사와 조수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조수의 위치에 머물려고 애를 쓰고 있기도 하다. 분명 처음엔 맛보는 담당이었는데, 어쩌다가 옆에서 돕는 조수가 된 걸까, 싶은 마음으로 최대한 한 발자국 떨어져 있으려 노력한다.
허브를 키웠을 때처럼 너무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더 노력하고, 더 애정을 주면 진심이 되어버리니까. 북어위크의 휘낭시에는 각각의 맛이 있고, 나는 황치즈를 가장 좋아하고, 만들 때 매번 노력에 노력을 더 한다. 생각해 보니 이미 진심인 듯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입장에서 보는 휘낭시에는 노력의 산물이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맛있는 대상. 열심히 만들었으니 이제 순항 중인 소금빵처럼 날개를 달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