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의 최애간식은 고구마다. 언제부터 고구마를 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고구마 삶는 냄새만 나면 침을 흘리고 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배송 온 상자에서 나는 흙냄새 만으로도 알아차리니 말해 뭐 하겠는가.
포도의 간식은 스토리가 있다. 생후 3개월에 가족이 된 포도는 건강하고 활발했다. 그러나 사료를 바꾸면서 눈물이 심해졌고 눈물자국이 짙어졌다. 변이 묽어졌고 장염도 자주 했다. 검사 결과,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나왔고 수의사는 비건사료를 권했다. 사료뿐만 아니라 간식도 선별해서 줘야 한다고 했다. 남편은 그때부터 집에서 만든 간식이 좋다며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수제 간식 - 사료와 당근 믹스 쿠키
사료를 믹서에 갈고 당근을 쪘다. 찐 당근을 으깨서 간 사료와 함께 섞는다. 둥근 형태로 모양을 만들고 식품건조기에 건조한다. 딱딱하게 굳으면 간식이 된다. 그러나 이 간식을 먹으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결국 다른 간식으로 바꿨다.
두 번째 수제 간식 -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를 찐다. 스틱형으로 잘라서 식품건조기에 건조한다. 말랑하게 건조된 고구마는 당도가 상승한다. 설마 살이 찔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영양가 많고 달아서 조금만 주면 될 줄 알았던 건 우리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 간식을 먹으면서 포도는 비만견이 되었다.
세 번째 수제 간식 - 황태포와 배를 갈아 만든 수프
포도는 나이가 들면서 기관지 협착증이 생겼다. 노령견에 살도 많이 찌고 기관지도 안 좋아지자 더욱 간식에 신경을 써야 했다. 황태포는 칼슘과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특히 노령견에게 좋다. 배는 기관지에 더없이 좋으니 두 가지 식품을 섞었다. 염분이 많은 황태포는 이틀정도 물에 담근다. 충분히 염분이 빠지면 가시를 제거한다. 배는 껍질을 까고 잘게 자른다. 두 재료를 믹서기에 곱게 갈고 10분 정도 끓여 혹시 남아 있을 염분을 제거한다. 아침저녁 두 번 간식으로 급여한다. 살이 더 찌지는 않았지만 이 간식을 주면 흥분도가 상승하고 제자리에서 심하게 돈다.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우린 11년을 키우면서 포도의 건강 상황에 맞는 간식을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남편 담당이다. 그래서인지 포도는 산책은 나, 간식은 아빠라는 공식에 철저히 반응한다.
남편의 온갖 수고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간식보다 포도의 최애 간식은 갖 찐 고구마다. 배송 온 고구마 상자를 알아본다. 고구마에서 나는 흙냄새는 더 잘 맡는다. 찜기에서 나오는 달달한 고구마 냄새가 나면 안절부절 못하며 주방을 떠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이 줄었고 몸무게가 부쩍 늘었다. 결국 6킬로그램의 비만견이 된 포도에게 고구마는 최악의 간식이다. 그러나 고구마를 향한 포도의 모습을 보면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진다. 포도의 동그란 눈은 더 커지고, 벌렁거리는 코는 너무너무 귀엽다. 짧은 다리로 종종 거리며 주방을 어슬렁거리면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어디서 저런 열정과 집착이 나오는지, 할아버지 강아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활기차다.
포도의 건강한 노년을 위해 줄여하는 고구마. 고구마의 유혹, 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포도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다. 포도야, 내일부터 고구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