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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이트 Apr 11. 2024

나는 루틴 중독자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루틴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을 방해하는 유혹은 도처에 깔려있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일상 유지는 어려워진다. 요즘은 미라클모닝처럼 새벽에 일어나 독서나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사람들도 많다. 반복적인 행동을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나도 매일 평일 아침의 루틴이 있다. 6시 기상, 아침 먹기, 약 먹기, 포도(반려견) 산책, 남편 출근, 커피 한 잔. 그리고 나름의 순서로 집안일을 하고 사적인 일을 한다. 오랜 기간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고, 약을 먹어야 하는 생활은 아침밥을 반드시 먹어야 했고, 이것이 아침 루틴을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이 루틴은 나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줬다.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있게 했다. 더욱이 요즘처럼 독서와 글쓰기 자기 계발과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루틴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긍정적 영향만 있으면 좋으련만, 루틴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다. 어제는 총선이 있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상태라 남편과 나들이를 갔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먹고 시간을 걸었다. 집에 와서는 총선 투표를 보느라 새벽 1시쯤 잠자리에 누웠다. 피곤해서 금방 잠에 빠질 알았는데, 무슨 일인지 점점 정신맑아졌다. 새벽 3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숫자와 양을 셌고, 주문을 걸어도 잠은 쉽게 들지 않았다. 진한 커피를 잔이나 마신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3시 25분. 몸은 피곤한데 잠이 들지 않는 상황은 괴롭다 못해 화가 난다. 괴롭고 화가 나기를 반복하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새벽 6시. 어김없이 알람이 울렸고, 난 일어났다. 몸에는 무거운 추가 달린 것처럼 무거웠다. 눈앞은 뿌옇고 정신은 몽롱한데 이미 몸은 부엌으로 향한다. 누룽지를 끓이고, 계란 하나를 부친다. 사과를 깎고, 식탁에 앉아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약을 먹고, 포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돌아와서 남편과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 남편이 출근하고 자면 되는데, 난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집안을 정리한다. 화장실로 가서 씻고 책상에 앉는다. 감기는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켜고, 책을 읽으려 한다. 


"이런! 너 뭐 하니? 뭐 하니? 왜 안 자는 거야!!!" 


침대로 들어가 잠을 자야 하는데 왜 이러는 걸까. 2시 반 밖에 자지 못했는데, 난 평일 아침의 루틴을 이행하고 있었다. 마치 몸에 입력이 되어 있는 것처럼,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피곤해서 눈이 감기고 정신을 몽롱한대도 움직이고 있었다. 난 루틴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루틴은 상황이나 환경, 심리적 상황에서도 행한다. 어떤 핑계도 어떤 이유도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루틴은 강박이나 중독의 성질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수면부족과 피곤함은 염증 증가에 큰 영향을 준다. 그걸 알면서도 이런 상황이 오면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니 루틴의 중독성은 강하다. 중독이 부정적이지만 않을 것이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을 찾아서 긍정적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과 독서를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중독의 엔도르핀이 만들어질 것이다. 중독의 엔도르핀이 행복의 엔도르핀이 될 것이다. 난 행복한 루틴 중독자가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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