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며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권력이 있는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삶의 힘든 순간은 존재할테다. 어떤 이는 고난과 역경의 순간을 이겨낼 것이고, 어떤 이는 포기할 것이다. 중요한 것 주어진 삶에 대한 자세다.
며칠 전, 폴 알렉산더라는 인물에 대한 기사를 봤다. 그는 6살의 나이에 소아마비에 걸려 전신이 마비됐다. 호흡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이언 렁(iron lung)이라는 철제 산소통 안에서 치료를 받는다. 머리를 제외한 몸 전체를 통속에 넣고 통 안의 압력으로 폐호흡을 조절한다. 1946년생인 폴이 소아마비 진단을 받을 당시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었고 소아마비 환자 대부분은 아이언 렁에 의지했다. 그는 백신이 보급된 이후에도 흉부 근육이 약해져 다른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계속 산소통 안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아이언 렁을 이용한 사람으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고 한다. 폴은 신체를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의지는 건강한 사람 못지않았다. 하루에 몇 시간은 산소통 밖으로 나와 호흡을 배웠고 공부를 했다. 입에 펜을 물고 글을 썼고, 홈스쿨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경제학 학사와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또한 입에 펜을 물고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써서 자서전 <철제 산소통 안의 내 삶>을 출간했다. 장애를 갖고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폴의 신체는 비록 산소통 안에 갇혀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경계도, 한계도 없었다. 자가 호흡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산소통 밖으로 나와 호흡연습을 했다. 손을 쓸 수 없어 입에 펜을 물고 공부를 했다.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은 특별한 것이고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며 조언을 하고 삶의 희망을 갖게 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어요. 사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은 완벽했습니다. - 폴 알렉산더 인터뷰
난 긴 시간을 난치병과 함께하며 한 때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보다 현실 안주를 선택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몸에 가해질 무리와 고통을 미리 걱정했다. 신체적 한계를 미리 규정하는 것이 체화되었고, 그것이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합리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를 규정하지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확실히 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할 수 없는 것과 실패한 것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폴 알렉산더처럼 개인적 업적을 남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지 모른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공감하고,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우리에게 닥칠 힘든 순간에 조금은 위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폴 알렉산더가 입에 펜을 물고 글을 썼듯, 난 아픈 손가락으로 느리지만 성실히 나아간다. 비록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지라도, 두려움은 없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