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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Feb 12. 2023

다시 엄마가 된 그날의 나에게

모래알 같은 밥을 알게 된 그날

한줄기 불빛조차 포착할 수 없는 후미진 골목에 홀로  기분이었지?




뭐라도 먹어야 한다고 자꾸 등을 떠밀던 그의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나섰지. 제일 가까운 설렁탕 집으로 향한 식사가 나오기 전 못난 생각에 마음이 찢기는 걸 수습하지 못하고 그대로 놔두었어.


밥 한 술  더니 굵은 모래알이 우두둑 씹히는 표정이었어. 목구멍은 차단기가 내려온 것처럼 굳게 닫혀 있었겠지. 떠 넣은 한 술 입에 문 채 식당을 나온 넌 그마저 뱉어내고 뚜두둑 굵은 눈물만 떨궜어. 아온 시간 중 가장 아픈 시간을 견디는 네가 안쓰러웠지.


수면제를 맞고 CT촬영을 마친 어린 딸은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지. 딸의 머릿속도 잠든 모습처럼 순탄하길 바라면서 넌 엉킨 눈동자를 끝내 감추지 못했. 수면제를 맞은 터라 그대로 두면 깨어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 말에 자극을 줘야 하는 두 시간 간격조차 너무 길어 초조한 모습이 역력했지.

'너 엄마잖아. 왜 그러고 섰어, 뭐라도 해봐야지.'

재촉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왕왕거렸나 봐. 해줄 게 없는데도 뭔가 해얄 것처럼 넌 딸 주변을 서성거렸.


응급 의사는 이미 퇴근한 신경외과 전문의호출했으니 곧 CT촬영 결과를  수 있을 거라고 전달했지. 그러면서

'뼈 골절은 아니다. 다만 뼈와 두피 사이 물이 곳에 혈액인 듯한 부분이 보여 어쩌면 응급 수술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고 간단하게 설명을 마쳤지. 듣자마자 풀썩 주저앉은 너에게서 극심한 두려움을 보았단다. 응급 의사는 말만 남긴 채 무심하게 자리를 떴지. 영혼 없는 설명화가 났지만 그가 눌러 앉히는 바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어깨만 들썩이더구나.


아들이 잠시 물 마시들어간 사이 오빠 자전거에 올랐던 딸은 경사로내려가는 자전거를 멈추지 못했던 거야. 아직 어려서 브레이크를 잡을 줄 몰랐던 거지. 쏜살같이 내려간 자전거가 주차장 기둥에 부딪혀 넘어졌다는 이웃 아이들의 증언으로 상황을 짐작할 뿐 넌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해 답답. 떠나갈 듯 울며 들어온 딸아이를 씻기다 머리에서 손바닥만 물집을 발견한 즉시 딸을 안고 응급실로 내달렸.


간격을 두고 딸을 깨우며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은 무량억겁이었겠지.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고통이 뭔지도 처음 알았을 테고. 의사가 도착해 입을 여는 순간까지 없이 자책하고 기도하며 흐르는 눈물을 삼키던 넌 강력한 적과 마주한 기분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봤어.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맘도 간절했을 거고. 하루 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친 듯이 괴로워하는  안아주고 싶었단다.


다행히 혈액은 고이지 않았고 뼈도 이상 없으며 1~2주 정도 지나면 고인 물은 사라질 지켜보자는 의사 소견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지. 혹시 그 사이 구토나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거나 균형감각에 이상을 보일 경우 재빨리 데리고 오라 말한 후 퇴원을 허락한 의사에게 넌 연신 고개만 꾸벅거렸어. 1~2주 더 기다려야 하는 불안 남았지만 응급 수술을 피한 것만으로도 힘든 시간이 보상되었던 모양이야.


딸은 아프다는 소리 없이 그 시간을 잘 견뎌냈고 날이 갈수록 물집은 작아지고 또 작아졌지. 그때서야 네 미각조금씩 회복되어 가더구나.


하늘이 노래야 한다

콧구멍으로 수박씨가 나오는 아픔이다

아기를 낳기 전 들었던 말들을 실제로 경험한 것도 모자라 생살을 찢기고서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을 테지? 산통 이후 온전하게 엄마가  줄 알았지 '너머'엔 네가 알지 못했던, 무한히 강해져야 하는 엄마가 또 있었던 거야.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너의 안위 따위는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는 눈부신 용기를 알게 되면서  다시 한 엄마다운 엄마가 될 수 있었던 거지. 네 마음의 낯선 용기, 있는지 조차 몰랐던 숨은 용기로 너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었던 거야.


딸의 사고가  마음을 바꾸었다는 걸 알았을 때 엄마로서 너의 길이 새롭게 닦인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되는 견고한 마음이어야 , 언제든 충분한 엄마여.'

다잡으 너는 '네 안의 강한 엄마'만들어 세웠. 엄마 품은 그래서 무적의 요새라고 하는 건가 봐.



커버사진출처 : https://m.blog.naver.com/racing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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