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을 베이커리 카페로 리모델링한 레트로풍 '조양 방직'이 핫플레이스라고 그곳엘 가잔다. 검색하던 아들이 그곳으로 몰려가는 차량이 육십 대가 넘는다며 주차가 혼잡할 듯하다고배제한다. 금세 다른 곳을 검색해 '바그다드 카페'를 권한다. 강화도에서 알아주는 커피 맛집이라며 내비를 설정한다.
'조양 방직'으로 차량 육십 대가 몰려가는 건 어찌 알았냐니까 티맵에서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뜬단다.
스마트한 세상이 편리한 건 분명하나 버거운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미루거나 의지하면서 기계적 요소들을 배우는데 소홀한 게 사실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이 겁나고 새로 익히는 게 벅차다. 간신히 배우고 고갤 들면 다른 게 그 자릴 꿰차고 있어 실로 경이롭다. 매일 매일이 혁명이다. 자고 나면 어제는 이미 부식된 지 오래고 낯선 오늘이 살똥스럽게 쳐다본다.
그런 까닭에 애들이랑 다니면 빠른 검색, 젊은 감성, 색다른 경험, 특이한 음식이 따라다녀 갑작스러운 나들이도 대만족이다. 엄마랑 다니는 애들이야 재미없겠지만 자꾸 욕심을 낸다.
넓고 반듯한 길로 잘 달리던 차가 좁은 길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마주오던 차가 후진하며 양보하는 일이 생긴다. 손흔들어 인사한 아들은 연이어 다리 하나를 건너더니 포장이 부실한 논길로 접어든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길 위에 메추리알만한 자갈이 소보루처럼 세팅되어 자동차가 꿀렁거리며 찾아간다. 논과 논 사잇길을 빠듯하게 달리는 내내 이 길 맞나? 의심이 깔린다. 아들도 긴장하며 운전대를 꼭 쥔다.
오랜만이다 이런 길.
휘청이는 버스타고 내촌면 물걸리 외할머니집 갈 때면 울렁울렁 멀미 특보가 떴던 그 길닮은 시골길.
강화 바그다드 카페
저 멀리 희끄므레한 건물.
설마 저긴가?
그런가 봐
혹시나 하고 검색했더니 동명의 영화가 뜬다. 영화 때문에 생긴 카페인가? 생각하며 훑어 내려가니 카페 사진이 보인다.
저기가 맞네.
카페가 있어야 할 장소로는 너무 외지고 산비탈인데다주변은 온통 논이고 인삼밭이다. 가까이 가니 빈티지한 외관에 붙은 강화도 커피공장BAGDAD COFFEE라는 노란 입체 문자가 눈에 찬다.
발코니 스타일
들어선 내부는 원목 일색이다. '외진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싶은 카페 안에선 도란거리는 소리가아카펠라처럼 흐른다.진정 맛집인가 싶어 기대감이 제대로 실린다.
좌석이 제각각인 게 독특한 분위기다. 다락방, 발코니, 원두막, 룸, 테라스까지 스타일이 다양하다. 커피 맛을 궁금하게 만드는 로스팅 공간도 있다. 당연히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바그다드 커피 카페라테
커피 맛집이라더니 음, 매끈하게 넘어간다.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샷추가해야 나올 법한 농도는합격이다. 라테다운 라테 마셨다고 허세부릴 만큼 풍성한 밀크폼. 편도선이 혹할 만한 맛. 잊고 지낸 사랑이 문득 떠오르는 향으로연이어미각과 후각을 평정한다.
창밖은 싱거운 정경이지만 카페 내부는 내가 중요해지는 공간으로 충분하다.
바리스타에 따라, 로스팅에 따라, 머신에 따라 달라지는 수만 가지 맛 중에 나에게 흡족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나만 느낄 수 있는 맛과 향을 만난 날엔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당기는 대로 끌려가도 지치지 않아서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