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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훌륭한 여행

by 기운찬

여행을 가면 좋다고 한다. 이러쿵저러쿵 여러 가지 면에서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여행을 갔건만 그다지 좋았던 적은 없다. 순간적으로 좋을 순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안 가도 되었던 그런 여행들이었다. 국내든, 해외든, 혼자든, 여럿이든 말이다. 사실 나는 일상이 더 좋다. 집이 넉넉하거나, 사는 동네가 예쁘거나,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관찰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게 좋다. 충분히 즐겁고 새롭다. 이런 일상을 두고 낯선 곳에 가는 것은 아직 내키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일상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들에게 있어 여행은 일상의 탈출구이자 해소다. 에너지 충전이자 새로움의 발견이다.


나도 그들과 똑같다. 단지 그 과정이 일상에서 이뤄질 뿐이다. 우리 모두는 일상과 여행에서 삶을 누리고 있다. 발견하고, 느끼고, 즐기고 있다. 그러니 굳이 일상과 여행을 나누고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삶이라는 게 '왔다가 가는 것'이라면, 삶 자체가 이미 훌륭한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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