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영화 <나우 이즈 굿 Now is good>
감독 : 올 파커
주연 : 다코타 패닝(테사 역), 제레미 어바인(아담 역),카야 스코델라리오(조이 역), 패디 콘시딘(테사 아버지 역)
개봉일 : 2012.11.8
상영시간 : 103분
숏컷의 다코타 패닝. 귀여운 이미지를 벗고 성숙미를 보여주는 그녀.
이 영화 속에서 그녀는 4년간 백혈병과 싸워 온 열일곱 살 소녀 테사로 열연, 씩씩한 그녀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삶과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냥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삶이기에..
화학요법을 지속하면 조금 더 오래 살겠죠. 하지만 그건 너무 고통스러워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담담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테사. 그녀의 버킷 리스트는 대개 금지되거나 불법적인 것들입니다. 섹스 마약 무면허 운전 도둑질 싸움 등..
테사가 그녀의 친구 조이와 첫번째로 시도한 리스트는 'sex'였습니다.
처음 만난 남자와 침대 위에 마주한 테사. 하지만 자신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않고 사랑을 나누려는 남자의 모습에 그녀는 도망나오고 맙니다.
아담과의 첫만남
어느 날 옆집 정원 마당의 모닥불을 보고 자신의 물건들을 태우러 나온 테사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옆집 소년 아담과 마주칩니다. 둘은 서로 개의치 않고 처음 대화를 주고 받고 운명처럼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가 차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고 있던 그에게 테사는 무의미한 삶에 다시 용기를 주는 존재였습니다.
네가 아니었으면 난 아무 것도 못하고
지긋지긋한 정원 밖으로
한발자국도 못나왔을 거야"
그리고 테사에게 그는 병으로 인한 고통을 잊게 해주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습니다.
너랑 그 숲 속에 있을 때 하루종일 아프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지금 너랑 있는 이 순간도.."
둘이 숲 속에서 높은 나무 위에 올라앉은 모습도 아름답지만 아담의 오토바이를 타고 바닷가 모래 사장을 달리는 장면 또한 인상적입니다.
위시리스트를 묻는 아담에게
"그냥 내 이름이 어딘가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그녀.
아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잊혀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밤바다를 바라보다 갑자기 옷을 벗는 테사.
바다에 뛰어들어가보자는 그녀의 제안에 둘은 함께 검은 바다에 뛰어듭니다.
함께이기에 무섭지 않았고 함께이기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테사, "같이 해줘서 고마워."
아담, "안해봤으면 후회할 뻔 했어."
사랑할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둘의 사랑이 점점 깊어가는 만큼 테사에겐 죽음의 순간도 점점 가까워옵니다.
암세포가 척수염까지 전이되어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묻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뭐예요?"
"아플거야"
"이미 아픈걸요"
병이 더 나빠졌다고 그녀에게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동안 테사와 정식으로 데이트를 못한 것 같다며 그녀에게 데이트를 제안하는 아담,
"언제 너 좋을 때 우리 데이트 하자.
지금이 아니어도 좋아."
테사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
Now is good.
지금. 지금이 제일 좋다는 그녀.
예쁜 옷을 골라 입고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기분 좋은 미소를 띄워봅니다.
그녀가 정말 예뻐보였던 그 순간..
비극은 왜 잔인하게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 찾아오는 걸까요.
데이트는 무산되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 테사.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말에 선뜻 다가설 수 없던 아담은 그날 밤 손에 무언가를 쥐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다음 날,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퇴원하는 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T E S S A'
거리의 벽마다 온통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잊혀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아담.
그녀의 존재도 그의 사랑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테사와 아담은 더더욱 함께 했습니다.
테사의 침대 머리맡에 적혀있던 이전 리스트들은 이제 중요치 않습니다.
삶은 계속되는 거야
그녀에게 뭘 해주면 좋을지 묻는 아담에게 테사는 대답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나랑 있어 줘.
날 안아주고 날 사랑해주고 내가 무서울 때 달래주고 아침에 같이 일어나고 마지막에도 내 곁에 있어줘."
그리고,
Being with you, being with you, being with you, just being with you..
그냥 너랑만 있으면 돼.."
암은 이제 온 몸으로 퍼지고 가족들은 이제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의 병간호에 서툴러 딸에게 더 미안함을 느꼈던 엄마,
가족을 웃게 해 주는 하나뿐인 귀여운 남동생, 그리고 늘 곁에서 그녀를 보살펴주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아빠..
딸에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아빠였지만 마지막엔 결국 슬픔을 감추지 못하시고 딸 앞에서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네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는데..도와주지 못했어.
난 할 수 있는 게 없어.
제발 떠나지마..제발..내 딸."
아담과 테사는 마지막으로 언덕 위 그들만의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녀 없이도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할 그에게 테사는 말합니다.
"우린 함께 할 거야.
웬 산발머리 여자애가 길 물으면 그게 나인줄 알아."
아담은 머뭇거림없이 슬픈 눈으로 미소 지으며 대답합니다.
"그러면 난 너한테 첫눈에 반하겠지, 또다시."
석양에 그녀를 품에 안고 내려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모든 순간이 끝을 향한 여정이다.
내버려두면 안된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놔두면 안된다.
순간들이 모두 모여 생명이 되니까..
영화의 마지막 그녀의 독백이 제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다시 못 올 이 순간..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지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순간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