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술잔에 투명한 술이 찰랑찰랑
영등포 골목 어귀 술집에서
너와 나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던 날
내 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네 눈은 한없이 그윽해지고
술자리는 거나하게 무르익고
창밖엔 올해의 첫눈이 내렸지
첫눈이 와서 반한 걸까
첫눈에 네게 반한 걸까
횡설수설 정신 못 차리고 마냥 까르르 웃던,
내리는 눈과 함께 사랑이 소복소복 쌓이던 날
당신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건 책과 글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