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끝에 다다른 봄은 곧 여름으로 자연스럽게 계절을 인계했다.
덩굴에 조용히 숨결이 인접
햇살에 새순들 반갑게 인사
연둣빛 물든잎 계절도 인정
꽃망울 맺히는 순간을 인식
찬바람 견뎌낸 시간들 인내
따뜻한 바람이 여름을 인계
향기를 가득 아낌없이 인색
흰꽃과 노란꽃 피어낸 인동초
겨울 동안 앙상하게 남아 있던 덩굴은 따뜻한 기운이 퍼지자 주변의 풀잎과 나뭇가지에 작은 숨결이 조용히 인접했다. 햇살이 스며들자 작은 새순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며 세상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시간이 흐르며 연둣빛으로 물든 잎사귀들은 봄이 완연하게 왔음을 자연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바라보며 땅속의 뿌리조차도 계절의 전환을 또렷이 인식했다. 차디찬 겨울을 견뎌낸 생명은 아무 말 없이 그 시간을 묵묵히 인내했고, 그 인내 끝에 다다른 봄은 곧 여름으로 자연스럽게 계절을 인계했다.
이윽고 피어난 꽃들은 그 향기를 나누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으며, 그 흰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정체는 다름 아닌 바로 인동초(인동덩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