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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 나 돌아온 [제비]

드디어 돌아왔다, 내 오랜 둥지. 그런데 이게 웬일?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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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니 누가 내 집 정

옆집 참새는 아직도 연애 준

햇살은 뜨겁고 벌써 날씨가 고

에어컨 대신 기다리는 건 봄

벌레 쫓다 날개 찢긴 인생은 희

작년 둥지 밑 간식 창고 아직 극

다 계획이 있는 여름을 위한 대

날 보고 웃는 참새들, 돌아온 제

드디어 돌아왔다, 내 오랜 둥지. 그런데 이게 웬일? 누가 지붕을 싹 정비해놨다. 아주 반짝반짝, 감동이다.

옆집 참새는 아직도 연애 준비 중이라던데, 나는 벌써 알을 품을 예비 둥지도 마음속에 그려뒀지. 근데 이게 뭐람, 햇살이 작정하고 뜨겁다. 벌써부터 여름이 온 듯, 이 더위는 진짜 고비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끔씩 내려주는 봄비 한 줄기. 그걸로 목도 축이고, 둥지도 식히고 산다.


사실 작년엔 둥지를 두고 싸운 적도 있었어. 새들의 인생도 희비가 오가니까 말이야. 그래도 그때 몰래 숨겨둔 간식 저장소는 아직도 극비야. 그건 나만의 비밀 보물창고니깐. 이번엔 작정했지. 더위도, 경쟁도 이겨낼 만반의 대비 완료. 날 보고 모습이 웃기다고 아기 참새들이 웃지만, 난 돌아온 이 집의 주인공이다. 바로 나, 제비니깐. 내가 돌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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