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늘의 물결 너머, 또 다른 내일을 마주 본다.
파도 따라 다짐은 도래
침묵 속에 준비는 몰래
숙인 몸은 수평선 아래
멈춘 숨에 결심은 오래
햇살 묻다 어디쯤 갈래
그녀 기억 자신의 본래
물결 너머 바라본 미래
모든 시작 한줌의 모래
이른 아침, 갑작스레 더워진 6월의 해변. 한 여성이 고요한 바다 앞에 섰다. 아직 텅 빈 백사장을 지나 파도 가까이 다가서며, 물결 따라 천천히 다짐이 찾아오는 순간을 느꼈다. 어느 날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도래한 결심이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누구보다 몰래 준비해온 몸과 마음. 천천히 몸을 숙여, 수평선 가까이 자신을 낮췄고, 결심은 어느덧 바다 아래로 스며들 듯 깊어졌다. 숨을 고르고 멈춘 채,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그 결심은 금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관통할 만큼 오래 이어질 터였다.
바다 위로 퍼지는 햇살은 속삭이듯 그녀에게 묻는 듯했다. "지금 이 길, 어디로 갈래?" 그녀는 대답하듯 마음속에 스며든 자신의 처음을 떠올렸다. 그 선택과 다짐은 언제나 자신이 바라던, 자신다운 본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늘의 물결 너머, 또 다른 내일을 마주 본다. 아직은 멀지만 분명히 닿고 싶은 미래였다. 소리 없이 그녀 발밑에 쌓여가는 한 줌의 모래에서 출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