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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58화 - 모든 시작 한줌의 모[래]

그렇게 오늘의 물결 너머, 또 다른 내일을 마주 본다.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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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따라 다짐은 도

침묵 속에 준비는 몰

숙인 몸은 수평선 아

멈춘 숨에 결심은 오

햇살 묻다 어디쯤 갈

그녀 기억 자신의 본

물결 너머 바라본 미

모든 시작 한줌의 모





이른 아침, 갑작스레 더워진 6월의 해변. 한 여성이 고요한 바다 앞에 섰다. 아직 텅 빈 백사장을 지나 파도 가까이 다가서며, 물결 따라 천천히 다짐이 찾아오는 순간을 느꼈다. 어느 날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도래한 결심이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누구보다 몰래 준비해온 몸과 마음. 천천히 몸을 숙여, 수평선 가까이 자신을 낮췄고, 결심은 어느덧 바다 아래로 스며들 듯 깊어졌다. 숨을 고르고 멈춘 채,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그 결심은 금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관통할 만큼 오래 이어질 터였다.


바다 위로 퍼지는 햇살은 속삭이듯 그녀에게 묻는 듯했다. "지금 이 길, 어디로 갈래?" 그녀는 대답하듯 마음속에 스며든 자신의 처음을 떠올렸다. 그 선택과 다짐은 언제나 자신이 바라던, 자신다운 본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늘의 물결 너머, 또 다른 내일을 마주 본다. 아직은 멀지만 분명히 닿고 싶은 미래였다. 소리 없이 그녀 발밑에 쌓여가는 한 줌의 모래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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