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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마중할 [겨울비]

따뜻한 수제비 한 그릇의 위로를 느끼며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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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눈이 아닐비

자꾸 보이는 허깨비

폭설 내리면 무방비

도로 곳곳에 재정비

차라리 나은 가랑비

눈과 비사이 일희비

이런 날씨엔 수제비

봄이 마중할 겨울비



부산의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아닐비. 마치 눈이 아닌 것 같은 날씨 속에서, 자꾸만 보이는 허깨비 같은 환상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주변에서는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부산은 언제나 무방비 상태로 그 상황을 맞이하는 도시이다. 막상 눈이 내리고 결빙이라도 되면 도로 곳곳에서 교통이 마비되고 재정비 작업이 한창으로 혼란스럽겠지.


이럴 때면 가끔 차라리 지금처럼 가랑비가 내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눈보다는 비가 더 익숙한 부산의 겨울에, 사람들은 눈과 비 사이에서 일희일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지. 특히 수제비는 비 오는 날의 최고의 친구아이가. 부드러운 수제비 면발이 국물과 함께 들어오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그렇게 지나가는 겨울의 날들 속에서, 봄이 오는 기미가 느껴진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면서 겨울비처럼 차가운 날씨를 마중하는 듯하다. 눈이 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부산의 풍경은, 마치 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날들이 쌓이면서, 부산의 겨울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내 마음도 함께 변화하기로 한다.

따뜻한 수제비 한 그릇의 위로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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