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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9. 2024

따뜻한 꽃바람이.

아트 한 스푼 노트

Joel Meyerowitz (American, born 1938),Provincetown, Massachusetts, 1983, 출처: artnet



얼음장같이 서늘한 무채색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꽃을 보기가 힘든 겨울이다. 올 겨울에는 유독 유럽과 북미 전역에 이상 한파가 몰아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 온도가 영하 56도, 한겨울에 산책을 하고 돌아온 아이가 사망하는 등의 비보가 있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강추위가, 남미 지역에서는 폭우로 피해가 컸다고 한다. 국내에도 최근 강추위로 여러 번 경고 알람이 울렸더랬다. 나가기가 사뭇 두려워지던 날들이다.


그러던 중 부드러운 분홍색의 만개한 꽃들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하얀 지붕집. 달큰하고 폭신폭신한 향기와 따뜻한 바람 내음이 나는 것 같은 그리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이는 꽃 사진을 본다.


언젠가 만났던, 사진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작가님은 줄곧 그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빛, 색, 그리고 "시선" 핸드폰으로 줄곧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사물이, 사건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그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를 보고, 그것을 담기 위해 사진기를 들어야 사진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사진을 찍을 때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다른 물체를 활용하기도 하면서. 그러다 보면 사진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잘릴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프레임 안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내가생각했던 그녀의 포인트였다.


조엘 메이어로위츠(1938~),  

메이어로위츠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일상이나 평범한 자연풍경들을 찍는다. 그냥 별달리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라 지나쳐 버리는 순간들.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화려함들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사진을 찍으려다 만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종종 '당신의 사진 프레임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을 담담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자체로 사진을 완성시키지 않는다. 프레임을 이용하여 주변의 것들을 적당히 잘리게 하여 사진 밖으로 확장시킨다. 사진을 보는 사람도 마치 그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것이 그녀가 말했던 시선이 아닐까. 아니 메이어로위츠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시선'이었을지 모르겠다.

 

따뜻한 꽃바람이 부는 듯한 분홍빛 이야기에 잠시 안도한다.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오고 간다. 계절마다 보이는 풍경이 다르고, 사람이 적응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다르다. 그런데 사람은 세상의 계절은 알아도, 자기 자신의 계절을 알지 못해 괴롭다.


씨앗을 뿌려야 할 때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망연자실해 있다가 꽃이 피어야 할 계절을 놓친다. 그제야 계절을 깨닫지만, 겨울이 되면 또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절망하는 것이다. 씨앗을 뿌리고 준비하면 될 이듬해 봄이 오면... 온 계절 내내 억울함을 한탄하느라 씨앗을 충분히 뿌릴 기력이 없다.


저 흐드러진 분홍 꽃은, 그런 휘청거리는 마음들을 잔잔히 달래준다.  


“이 계절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또 따뜻한 꽃바람이 불어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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