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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04. 2023

[100-4] 본다는 것2

(feat. 데이비드 호크니)

본다는 것_2

(feat. 데이비드 호크니)


100일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의 생각들을 주섬주섬 꺼내보고 있는데, 아…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겨우 4일째인데 오늘은 어쩐지 글이 막힌다. 이런저런 글감들은 두서없이 떠오르지만, 무언가 내용이 잘 흘러나오지 않을 것 같아 주저한다. 막힐 때는 무언가를 읽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뭐라도 매일매일 쓰는 것이 이번 100일간의 목적이므로,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귀찮아지는 마음들을 애써 붙들어 앉히며 몇 해전 써두었던 글 중 하나를 꺼내 한참을 바라보다 그냥 그것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개인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며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가.”  


늘 좋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좋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좋은 글들, 그 안의 보석 같은 생각들을 찾는 일에 관심이 꽤 많다.


생각은 감정을 일으키고 그 감정은 행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가 하는 그 행동에 우리 주변의 환경(상대를 포함한)은 반응을 한다. 결국 내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비슷한 결과를 물질세계에 실제로 구현해 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은 사실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은 내가 어떤 노력들이나 훈련을 통해 의지적으로 만들고 가꾸고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며 유연하게 또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생각)이란 참 다양하다. 나의 생각은 그 보아온, 경험해 온 또 다른 관점들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지금도… 결국 어떤 렌즈(관점)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를 주기적으로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그것이 성찰일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렌즈는 맑은가? 탁한가? 투명한가? 컬러풀한가? 무슨 색인가? … 한 번씩은 일상에 늘 자연스럽게 쌓이고 마는 먼지를 어쩔 도리 없이 털어내야 하듯 내가 끼고 있는 렌즈도잘 점검하며 깨끗이 닦아내어야 할 때가 있다. 여유가 된다면 새 렌즈를 구입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러 종류의 렌즈를 이리저리 바꿔 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존하는 작가로 세계 최고가를 찍어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라는 이름표까지 붙었던 영국의 노장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다중시점을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왔다. 호크니는 하나의 렌즈로 본다는 것은 마비된 외눈박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며 사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적이 있다. 하나의 렌즈로 찍어낸 찰나의 단편을 실제의 전부라고 하기에는 사실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이 코끼리의 부분 부분을 만지며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다고 인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호크니가 가졌던 이런 문제의식은 그의 포토콜라주작업(조이너)을 통해 실험되었던 적이 있는데, 개인이 ‘보는 현실’ 즉, 시공간이 작가의 눈과 함께 ‘본다는 행위’를 2차원의 평면 위에 재현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즉, 그가 제작했던 조이너의 특징은 일점원근법의 부정, 프레임의 해체를 통한 다중시점으로 ‘움직임’을 재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호크니에게 있어 ‘본다는 것’은 그러므로 상당히 능동적인 행위이다.


David Hockney(B.1937), Raymond foye looking at Brooklyn, Dec.1982, 1982  출처: Artsy


David Hockney, The Scrabble Game,, 1983  출처 Artsy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본다는 것은 기억과 함께 보는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기억과 함께 본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모든 개인에게 있어 지각되는 현실이란 동일하지 않다는 점과 바라봐지는 대상은 개개인의 시지각 활동에 의해 다시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내재화되며 이렇게 내재된 기억이 시공간을 재창조한다는 점이다.



“눈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마음 안에서는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환상과 구조를 준다. 인식 없이는 물질세계를 가질 수 없다. 나의 환영들, 감정들로부터 형태들이 나온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My Mother, Los Angeles, Dec 1982  출처: Chris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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