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그네)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깨어있을 때, 나는 종종 편의점에서 커피음료수를 사 놀이터로 향하곤 했다. 어슴푸레하게 동이 터올 때보다 어쩌면 좀 더 이른 깜깜한 시간이어야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람들이 많은 건 싫지만, 또 너무 없어도 무섭다. 거리에서 한 두 명 정도는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이어야 괜찮다.
놀이터로 가면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가 있다. 미끄럼틀을 타기에는 번거롭고, 시소는 누군가가 있어야 함께 탈 수 있다. 그러니 가장 만만해 보이는 그네.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기에도 좋고, 발구르기를 시작해 진자 운동을 해도 좋다.
한동안 서울의 어느 어두운 새벽, 나는 그네를 타곤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안 나오니 그저 그네에 앉아 잠시라도 발구르기를 하고 허공을 향해 날다 보면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조금씩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혼자 놀기에도, 생각하기에도, 기분을 풀기에도 나쁘지 않다.
어제인가, 산에 가려다가 못 가고 이곳저곳을 돌다가 발견한 호숫가. 잔잔한 호숫가에 오리들이 사람이 뭘 먹고 있으면 헤엄치다가 꼬물꼬물 꽥꽥꽥 물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물로 갔다가 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의 비둘기들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변화무쌍한 구름은 좋지만, 변화무쌍한 바다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워낙 사람이 많아 그런가. 사람들이 자주 찾고 북적거리는 곳보다 고요한 곳이 더 좋은 나는 이런 호숫가가 참 반갑고 소중하다. 반갑고 소중한 호숫가에서 그네를 탄다. 이번엔 뒤에서 누가 밀어주기도,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얼굴을 가르는 차가운 바람이 나의 웃음소리에 차르르 흩어진다.
소중한 순간.
그러나 다시 어느 순간, 어두운 새벽녘 혼자 다시 우두커니예전의 그 그네 위에 한숨을 쉬며 앉아 있게 되면 어쩌지. 문득 그것이 두려워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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