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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Feb 26. 2023

[100-57] 시애틀 공립도서관

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던 밤_18

잠 못 이루던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날.


내 생일이다. 나는 사실 생일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학창시절에는 새학년이 시작되고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의 봄방학이라 친구들도 전환이 되는 시기인데다 방학이라 뭐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누구에게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 있을텐데,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 내 생일날은 아닌셈이다. 새해가 중요할까, 추석날이 중요할까…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이지만… 로맨틱한 날이라 어떤 로맨틱한 기대 같은게 생기게도 되는 날이긴 하다.


생일날은 아무래도 신경이 좀 예민해진다. 누군가는 스무살쯤부터 본인의 생일날이 되면 꼭 여행을 갔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늘 별로 행복한 느낌을 갖지 못했던 생일날이라 그날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들을 해보고는 있었다.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는 어떤 리추얼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아직은 기부건 봉사활동이건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카카오톡 가치같이에 응원메시지라도 올려본다.



그러던 2023년 나의 생일날. 아니 생일달 내내 나는 시애틀에 있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아가 분열되는 지점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에게 있어 자아가 분열되는 모티베이션은 ‘돈’이다. 나는 돈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며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시애틀에 올 수 있는 운이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마는… 어떤 사람은 돈이 있어도 쉽게 해외를 다니지 못할 수 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삶의 한 형태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외여행을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처지는 분명 아니다. 그 때문에 이 현실 속에서 계속 분열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나는 현재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 편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무척 힘든 상황 속에 있지만, 시애틀에 있을 수도 있다.



INTP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책이다. 여기저기 사람 많은 관광지를 별 의미없이 돌아다니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다행히… 도서관 탐방을 할 수 있게 되어 그 점은 참 기뻤다.


시애틀 공립도서관.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은 하버드대 건축학부 교수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했다. 1만여개의 유리와 철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연광을 100%활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기념품 샵에서 팔던 한 쪽의 글.


이런 아카이빙. 너무 행복했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뉴스들.

예전에는 이렇게 책을 찾아보곤 했을 듯. 지난 신문들, 노트들 이런 것들이 참 좋다.

3층 건물인데 꼭대기 층에는 뷰포인트가 있었다. 근데 정말 솔직히 정말 무서웠다.

1층에 내려와 잠시 앉아 해야할 일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해외, 아트의 조합. 조금 달콤쌉싸름함 분열들이 있긴 하지만, 내 생애 현재까지는 정말이지 최고의 생일선물이었고, 최고의 생일날이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이 최고로 행복한 감정상태였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니, 행복감이란 대체 어디에서 느낄 수 있는것이란 말인가.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시애틀공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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