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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클루니 Oct 20. 2024

11화 첫 번째 선택

꿈이 이루어지는 길

옳은 선택은 대개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 로이 T. 베넷 -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 시험을 보고 최종 면접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성당에서 친한 형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고 있지? 이번에 내가 잘 아는 선배가 중견 그룹의 기획실장으로 들어가셨는데, 좋은 직원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너 생각이 나더라. 한번 지원해 볼 생각 없니? "


이렇게 제안해 준 형에게 나는 답했다.

"형, 고마운데 형도 알다시피 제 꿈은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가는 거예요. 지금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제안을 들으니까 속상하네요. 그냥 제가 합격할 수 있게 기도 부탁해요 "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내 꿈을 무시당한 느낌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형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그 형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시험 결과 소식은 들었다. 청와대가 아니더라도 넌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을 거야. 지난번에 얘기한 선배를 소개해 줄 테니까 어떤 회사인지 얘기 들어보고 결정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따뜻한 응원과 제안이 고마웠다. 얼마 후, 형과 선배분을 중식당에서 만났다.

선배분은 휜칠한 키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계셨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눈이 맑아 보였다.

식사 중에 나한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하셨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요?"


2년 반 동안 쫓아온 꿈이 사라진 상황에서 입이 쉽게 열리질 않았다.

하지만 그분이 삶의 의미를 묻는 방식이 마음에 와닿았고, 그런 분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를 해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이 회사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 군대 시절 나와 인연이 있던 친한 형의 아버님이 갑자기 돌어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갔다.

그 형은 미국의 UCLA를 졸업하고 삼성역에 있는 무역센터에서 '이레상사'라는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님은 군대에서 큰 역할을 하신 분이었다. 특히 헌병대장으로 근무하실 때 집무실 당번병이 똑똑해서 육사를 보내주셨는데, 그 병사가 훗날 대한민국이 대통령까지 되어 그 집권 시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실세 역할을 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돈과 재물을 멀리하셔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형이 솔직히 이야기해 줬다.

조문 후 형이 나를 영정 사진 앞으로 데리고 가더니 말했다.

"형이랑 함께 이레상사를 키워보자. 네가 함께해 주면 정말 든든할 것 같아."


형의 진심 어린 부탁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지금 내가 형이 운영하는 이레상사를 선택하는 것은 편하고 쉬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은 믿음을 충족시킬 자신도 없었고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능력을 떠나 그렇게 나를 믿고 아버님 영정 사진 앞에서 함께 일하자고 고마운 제안을 여러 차례 해준 그 형의 믿음이 진심으로 느껴져 이렇게 얘기를 했다.

"형. 죄송한데 지금은 도와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제가 더 능력이 되고 단단해지면 형이 진짜 힘들 때 도움 드리도록 해볼게요."


그렇게 조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나는 중견기업에 지원해 면접을 보고 2002년 11월 초, 스물아홉의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하는 부서를 기재할 때 1순위는 인사팀, 2순위는 영업팀을 적었다.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 적어도 서울에서는 근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첫 발령지는 경기도 안성 산골의 영업 부서였다.


실망했지만, 내가 선택했기에 마음을 다잡고 짐을 꾸려 숙소로 향했다.

마치 군에 입대하던 날처럼, 등에 짐이 무거웠다.


내가 원했던 길은 이게 아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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