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싶지만 독하고 싶진 않아

Imperfect: 불완전한 (그렇지만, 완벽한)

by SmileHee


“약을 줄여보는 건 어때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퇴사 후 어떻게 지내왔는지, 우리는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한결 안정적으로 루틴을 찾아가고 있다는 일상,

다시 조금씩 시작한 운동에 대해서도.


남편도 의사 선생님과 비슷하게 말해주었다.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건 어렵지만, 그 외의 많은 부분에서 내 생활은 분명 나아지고 있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후, 어지럽혀졌던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내 삶의 일부는 내 의지 아래에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모두 나의 착각이었다.



모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이 ‘STOP’ 사인 앞에 불쑥 멈춰 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를 멈춰 세우는 질문들을 통해

자꾸만

되새김질하게 되는 생각들이 있다.






첫 번째 생각: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했거늘!”



예전에 친한 지인이 내 글에 남긴 댓글이었다.

그 짧은 문장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상처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

누구도 아파서는 안 되고,

마찬가지로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거나,

쉽게 합리화할 때가 있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보게 된다면,

“나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도 타인을 아프게 하는 것이 당연해질 수는 없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던진 말 한마디, 눈빛 하나,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겐 유리조각처럼 꽂힐 수 있다는 걸

나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훗날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게 ‘누군가를 아프게 한 행동들에 대한 후회'뿐이길 원하지 않으니까.



나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용기를 잃고 살아가는 일만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경각심을 놓치지 않고,

조금 더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적어도 내 마음은,

단단해지고 싶지만 독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두 번째 생각:



나 자신을 돌보는 일.


내 안의 경계(Boundary)와 공간(Space)을

지켜낼 수 있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

처음엔 큰 차이가 없어 보여도

작은 선택들이 결국 모여 생활의 큰 차이를 만든다.



'혹시 나 자신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느라

정작 내 마음엔 솔직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을까?'

‘남의 상처를 들여다보느라

오히려 내 상처는 돌보지 못한 건 아닐까?’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나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만의 경계와 공간을 지키는 일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감정과 마음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워야

비로소 타인도 함께 보살필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SNS에서, 한 지인이

한 달에 한 번 '나와 데이트하는 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정작 주변 사람들은 챙기고,

남편과 있을 때는 정성껏 식사를 차리지만,

막상 혼자 있을 때는 식사도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자신을 잘 대접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하루,

오롯이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날을 만든 것이다.


그 하루 동안엔

대충 끼니를 때우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하고,

기분 좋은 옷을 입고,

혼자여도 디저트를 꼭 챙겨줘 보기도 하고,

가보고 싶었던 곳도 방문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생각했다.

자신을 먼저 케어할 줄 아는 사람이,

비로소 타인을 케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2024년, 결코 순탄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시간들 속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시간이 내게 필요했던 시간이었을까?”



아직 그 질문의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다짐이 있다면,



이 시간을 통해

나를 제대로 보듬어주고,

나에게도, 그리고 남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겉으로는 멈춰 있는 듯했지만,

시간은 어느새 많이 흘러 있었다.










‘눈물이어도 괜찮아’ 마지막 글이 업로드되었습니다.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생각이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아서인지,


이 글을 쓰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재글에는 꾸준함이 필수인데,

많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짧은 에필로그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른 주제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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