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숨은 그림 찾기 2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에 숨겼나
4. 2.1 엄마 찾기
*** 꿈..
<상도동 하늘 교회 2003 찬양회>
정면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대 위에서 지율의 작은 오빠 시율이 노래를 부른다. 또래 친구들이 반주하는 고등학교 밴드부... 강당에 가득 모인 학생들이 하나둘 일어서서 환호하면서 점점 시끄러워진다.
(본조비 You were born to be my baby)
You were born to be my baby
And baby, I was made to be your man
We got something to believe in
Even if we don't know where we stand
한참 클라이맥스로 가는데, 갑자기 마이크가 꺼지고 벼락같은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 당장 내려와!! 교회에서 뭐하는 짓이야?"
여전히 기타를 들고 꼿꼿하게 무대에서 버틴다.
"싫어요, 끝까지 부를거에요."
"여긴 예배하고 찬송가 부르는 곳이야. 그런 시끄러운 노래 하라고 거기 올려보내지 않았어!"
"갓 (God) 들어가면 다 찬송가라면서요? 이것도 갓 나와요. 찬송가에요."
"저 녀석이...! 너 당장 안 내려와?"
무대로 뛰어 올라가는 중년 남자, 야구 모자를 눌러썼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시율을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
"나와! 저리 가라시잖아!"
"당신이 뭔데? 왜 자꾸 여기 나타나? 꺼져! 오지 말라고!"
남자가 칼을 꺼내든다.
"다 끝났어, 새끼야! 내 눈에 띄었으니 넌 죽은거야!"
학생들의 비명소리. 아수라장이 되고, 놀란 지율이 소리친다.
"오빠! 도망가! 칼 들었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대 위에 걸렸던 현수막이 떨어져 무대를 가린다. 남자가 어디있는지, 시율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발이 바닥에 붙어 움직일 수 없다. 현수막 아래에서 무언가 움직거리더니 남자가 걸어나온다. 머리에 썼던 모자와 가발이 벗겨진다. 창률이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피묻은 칼... 지율을 향해 휘두른다.
"나오지말랬지? 문 다 잠그랬잖아! 왜 말을 안 들어? 다 죽여버린다고!"
***
지율이 눈을 뜬다.
"괜찮으세요?"
시환이다. 창문에 기대어 잠이 들었던 지율, 이마에 땀이 흐른다. 꼭 움켜쥔 주먹을 시환이 감싸고 있다.
"나쁜 꿈 꾸시는 것 같아서 깨웠습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바로 앉아 밖을 본다. 낯선 동네다.
"다 왔어요. 여기부터는 걸어가야 할 것 같아요.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가요."
차에서 내린 시환이 뒷자리에서 종이 가방을 꺼낸다. 장난감 자동차가 들어있다.
"어제 샀어요, 아이 주려고... 여기까지 왔었는데, 갑자기 압수수색 간다 그래서 못 만나고 되돌아갔어요."
"탐문 가는데 선물을 사요?"
"엄마가 실종이잖아요. 그것도 장기.. 애가 슬퍼할까봐요. 여청에서 오신 분도 조금전에 도착하셨대요. 가까워요, 바로 요 앞이에요."
시환이 앞장선다. 몇걸음 가지않아 열려 있는 대문을 지난다. 여러 세대가 살고 있는 듯한 가정집이다. 한 아이가 마당에서 손을 씻으며 물장난을 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꼬질꼬질하다...
"하운이 안녕? 학교 잘 갔다 왔어?"
아이가 멀뚱멀뚱 돌아본다. 시환이 선물을 내민다.
"아저씨는, 하운이 담임 선생님 친구야. 이거 너 줄려고 샀는데, 자동차 좋아해?"
시환이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지율은 집안을 살핀다. 여청과 이정아 경사가 아이의 아빠와 이야기 중이다. 아이 할머니는 뭐가 불만인지 입을 꽉 다물고, 벽만 보고 있다. 낡은 가방 안에 방금 받아온 약봉지가 가득하다. 청소 상태가 엉망이다. 제대로 된 서랍장도 하나 없어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방바닥에 굴러다닌다. 방 두개, 간이 부엌, 화장실... 온 집안에 골고루 퍼진 먼지와 곰팡이... 며칠치를 모아놨는지, 비닐봉지 안에 버려진 배달 음식 쓰레기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신발과 함께 벗어놓은 아이의 책가방은 여전히 그 자리에 널브러져있다.
"결혼 언제 하셨어요? 사진이 별로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아요."
빈틈없이 뭐가 꽉 들어찬 찬장 위에 간신히 몇장 꽃혀있는 가족들의 사진.
"한 2년 쯤 되었습니다..."
남자가 아이쪽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린다. 아이는 아홉살이다...!
"애는, 애 엄마가 한국 올 때 데리고 왔어요, 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애만 갖다 놓고 지는 죽어라 싸돌아 다니지, 나를 무슨 유모로 아는지..."
아이의 할머니가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서 가출이든, 실종이든, 신고도 안 하셨어요? 며느님 싫어서?"
"싫어서가 아니라, 원래 이렇게 어디 나가면 오래 있다가 들어와요. 살림을 차렸는지.."
"엄마, 애 들어요."
"째끄만게 뭘 알어? 한국말도 잘 못하는걸?"
"할머니는 왜 화가 나셨어요? 며느리가 안들어와서 화가 나셨어요, 아니면 저희가 와서 화가 나셨어요?"
이 경사가 묻는다.
"둘 다요, 둘 다! 애 안보고 싸질러 다녀서 화가 나고, 툭 하면 우리가 뭐 애 학대했다고 학교에서 전화와서 화나고, 도대체 경찰이 몇번째 오는지, 다 셀 수도 없어! 우리가 뭐, 쟤 머리털 하나도 안 건드는데 무슨 학대라고 자꾸 그래요?"
"머리털을 안 건드리시니까 학대죠. 애를 씻기고,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그런걸 안하는 것도 학대에요."
지율이 한마디 한다.
"새파란 지 애미는 뭐하고 내가 해요? 나는 아파서 아무것도 못해요. 이 약 받아오는 거 안보이나? 우리 아들도 지 몸 건사하기 힘들어서, 여지껏 내가 다 해먹이고, 화장실 데려가고 하는데.. 내 손주도 아니고, 난 쟤까지 못 봐요. 그렇게 걱정되면, 고아원에 갖다 주던가!"
"아이 엄마는 전화도 안되나요?"
"안되지. 어떤때는 한달도 안되고, 두달도 안되고.. 어디가서 디졌나보다 하고 있으면, 그때서야 귀신처럼 나타나서 돈봉투 하나 턱 던져주고 방에 들어가 처 자요. 그게 다에요."
"돈봉투요? 일하러 다니나요?"
"그게, 많지는 않구요,"
남자가 끼어든다.
"보통 2-30만원, 많으면 한 4-50만원도 가져와요. 뭐해서 버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한마디 참견 하려다 꾹 참는게 보인다. 남자도 눈을 피한다..
"일단은 이런일이 자주 있었다니까, 며칠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들어오시면 전화 주세요. 그리고, 아이는... 갈때 가더라도, 집에 있는 동안은 신경 좀 써주세요. 자꾸 이러시면 정말 그룹홈 가야되요."
"아이고, 제발 좀 보내요. 돈 좀 벌어온다고, 집안일은 하나도 안하고 딩굴딩굴 자빠져 잠만 자는데, 내가 미친다니까요! 내가 이 나이에 지 새끼까지 키워야하나?"
시환이 머리를 쓰다듬는 척, 아이의 귀를 막는다. 소리가 들려도 다 알아듣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눈치가 빤한 나이다. 작은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아무렇게나 쏟아 부어 놓은 옷가지들 중에서 아이가 입을 옷을 골라 문앞에 접어둔다.
"내일은 일어나서, 세수하고, 이거 입고 학교로 와? 할 수 있지? 아저씨는 다음에 또 놀러올께?"
고개를 끄덕거린다. 자동차를 품에 안고 모처럼 활짝 웃는다.
"단순 가출일까요? 아니면 일하러 멀리 가는데, 의사 소통이 안되어서 가족간의 오해...?"
시동을 걸자마자, 마음이 무거운 시환이 먼저 입을 연다.
"일 하러가는 건 맞는 것 같은데, 그 일이... 맞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음식 배달 시킨 거 보셨죠?"
"예. 정부 보조금 받아서, 애엄마가 어쩌다 한번씩 가져온다는 몇십만원으로는, 저렇게까지 못 시키죠. 동그라미 몇개쯤이 더 붙어있어야 저정도로 눈감아 줄까요?"
"글쎄요.. 저는, 몇개가 더 붙든 못 할것 같애요... 본청 외사과 통해서, 필리핀에 여자 신원 확인 요청하겠습니다. 전과기록 정도는 나올거에요, 위조만 안했으면."
"아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까요? 엄마가 구속이라도 되면, 친부한테 보내는게 나을텐데요."
"한국계 혼혈인 것 같은데, 찾기 힘들겠죠? 아이 엄마가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나이 많고 아픈 남자에 시어머니까지... 아무리 애가 있는 여자라고 해도, 결혼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목적이 있어서 들어온 건 아니었을까요? 아이 아버지를 찾겠다던지, 돈을 벌겠다는...?"
"사진 보셨죠? 많이 미인이라.. 아마, 생각하시는게 맞을거에요."
"그래요, 몇장 입수한걸로, 온라인 사이트 먼저 털어보죠. 이주여성 상대로 취업 알선하는 쪽도 조사하구요. 아직 어리고, 장기간 나가있는 걸로 봐서, 여러 곳으로 옮겨다니거나, 먼 곳으로 가서 일을 할 가능성도 큰데, 가능하면, 결혼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출입국 기록도 확보하구요."
"안그래도 여청에서 알아봤는데, 일본 출입이 잦습니다. 원래 일본어를 전공했고, 한국어도 잘 한답니다. 관광 관련 일을 하다가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고,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에, 지금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주했습니다."
"돈은 충분히 벌었을텐데, 그걸 다 버리고 여기와서 저러고 산다... 더 이상한데요?"
"정말로 아이 때문에 포기했거나, 아니면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잘 벌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신호대기에 멈췄다. 시환이 조심스레 묻는다.
"근데 선배님, 아까 꿈에서... 칼 있다고, 도망가라고.. "
"아, 그랬어요? 그 사람이요, 우리 오빠 죽인 사람.. 비슷한 꿈인데... 또 그 노래가 나왔어요. 오빠가 부르던 그거요... 언젠가 집앞에서, 오빠들이랑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게 생각이 나요. 그러다가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부분이 전혀 기억이 안나요.."
"오빠들이면, 큰 오빠라는 분도 같이..?"
"그죠? 이상하죠? 그 사람이 우리랑 노래를 부를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이 아니라면, 누굴까요? 분명히 오빠 옆에, 한사람이 더 있어요.."
2.2 잠입
"이 팀장님, 나왔습니다!"
문 형사다. 들뜬 목소리로 미루어 좋은 징조다.
"VIP 금고 안에 보관중이던 예금증서 열두장 중에, 천만원짜리 한장에서, 현재 수배 중인 마약 딜러의 지문이 나왔습니다. 이 놈이 향정신성의약품법 위반을 비롯해서 전과 7범이구요, 마지막 목격된 곳이 레드문이라고, 이태원 끝에 붙은 작은 클럽입니다. 단골들만 가는, 좀 외진 곳이에요. 마약하기 딱 좋은 곳이죠."
"목격이 되었다는 말은, 검거는 못했다, 이건가요?"
"누가 팁을 줘서 마약반이 갔는데, 문앞에서 못들어가고 실랑이 벌이는 틈에 도망쳤습니다. 충분히 긴급체포가 가능했던 사안이라 영장없이 갔다가 막아서는 바람에.."
은석의 말에 종태가 덧붙인다.
"사실, 그게.. 그 일이 있기 바로 며칠 전에, 강력팀이 먼저 걸렸거든요. 우리는 그 놈이 아니라, 다른 놈을 쫒고있었는데, 걔가 거기 가끔 온다 그래서, 애들 몇명만 넣어 놓을려 그랬었지. 근데 짜식들이 한눈에 알아보더라구, 형사들을.. 몸 쓰는 애들끼리는 이게 찌르르 통하는게 있어서, 적군인지, 아군인지 바로 알잖아."
"걸리면 뭐라 그래요? 경찰이라 그래도 안돼요?"
실전 경험이 없는 시환이 묻는다.
"야, 너 딱 두배만한 애들이 문 꽉 막고 서서, 형사님들, 영장 가져오십시오, 하는데 거기서.. 경찰인데, 좀 넣어주세요, 할 수 있어? 오케이, 알았어! 하고 그냥 멋있게 돌아와야지. 에이, 그날... 쓸데없이 강진우 하나만 안들켜가지고, 혼자 염탐한답시고 진탕 놀고 나왔어."
상상이 간다. 시환이 웃는다.
"이번에도 진우형 잠깐 빌려가요. 그 형 진짜 잘 노는데.."
"그렇지, 진우도 있고.. 그리고 이번에는 판이 다르잖아. 류시환이, 강지율이.. 팀장님도 무사 통과 할 것 같은데 어때요?"
"계속 진행하시게요? 이쯤에서 마약반으로 넘겨야하지 않을까요? 뒤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아직 못 넘깁니다. 뒤에 누가 있는지, 정말 마약하고 관련이 있는지.. 아직 모르잖아요. 그 놈이 준 예금증서가 있다는 것 만으로는, 마약 초콜렛을 팔았는지, 그냥 보통 초콜렛을 팔은 건지, 확실치 않아요. 그래도 수배된 놈의 지문이 나온 걸로 일단 사전구속영장은 신청했으니까, 검사 스케줄 될때까지 하루이틀은 벌어놨고..."
"그놈이 마약 쵸콜렛을 주문해서 클럽으로 넘겼다는 증거를,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야되요. 안그래도 시환이가 그러더라구요, 요즘 애들은 원나잇 할 때 여자한테 12만원짜리 초콜렛 사준다고.."
"아, 그게.. 제가 그랬다는게 아니구요.."
"나 아직 네가 했다고 말 안했어, 요즘 애들이라고 그랬지... 찔리냐? 경찰이 뻘짓거리 하고 다녀서?"
귀까지 빨개진 시환이 얼굴을 가린다.
"으아.. 내가 미쳐..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요.."
"나 안했다니까. 네가 자폭한거야. 그리고 너는 다 큰 애가, 뭘 그런 걸 가지고 귀까지 새빨개지냐. 요즘 애들이 좀, 많이 모자라. 그러니까 니가 경대 꼴찌인거야... 그만 시끄럽고.. 차 형사가 지금 가서 앞집 애들하고 시간 맞춰봐, 마침 금요일이고 하니까, 이번 주말까지 밤에 진우 좀 쓰자 그래. 영장 신청하려면 서둘러."
은석이 나간다. 지켜보는 석호의 표정이 어둡다.
"오늘 간다고, 단번에 찾아질까요?"
"낚시줄 던진다고 후다닥 건져지지 않아요. 나올때까지 가야지요. 건물 하나 건너 하나가 클럽인데, 그 중에 한 놈 안 걸리겠습니까? 역시나 심증이지만, 딜링하는 놈하고 만드는 놈하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건 확실하고, 그게 마약 넣은 초콜렛이다... 이제 그것만 밝히면 되는데.."
4.3 준비
클럽에 잠복 갈 준비로 들뜬 시환. 립밤까지 바르며 준비를 하는데, 옆자리 지율이 장비를 꺼낸다. 손가락 세개에 끼우는 가짜 케스트 (기브스) 다.
"그건 왜요? 손 아파요?"
"아뇨, 카메라에요. 전에 저쪽에서 쓰던건데, 오랫만에 테스트 좀 해볼까 해서요."
"카메라가 들었다고요? 봐봐요.. 아, 여기있구나. 완전 몰카네."
지율의 네째 손가락 끝 붕대 속에서 반짝이는 소형 카메라.
"맞아요, 사진으로는 하루 종일도 되구요, 비디오는 4시간까지 찍어요. 필요할때 붕대 끝을 살짝 들어주거나, 아니어도 손을 올리고 내리면서 각도 조절을 해요. 클럽 안이 어두워서 이정도는 직원들도 눈치 못채요."
"생뚱맞게 손가락에만 기브스하고 가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어디 다른데 한두군데 더 다친 척을 하던지.."
"그럴까요? 그러면, 이쪽에.. 잘 보이게 파스라도 하나 붙이죠? 안그래도 여기가 뻐근한데.."
지율이 뒤돌아 옷을 당겨 내린다. 시환이 파스를 한장 꺼내 붙일 준비를 한다.
"어디요? 여기? 이렇게..? 알았어요, 잠깐만요.."
필름을 떼어내고 입으로 하, 하.. 따뜻한 바람을 분다. 차갑지 않을까 따뜻하게 데워서 붙여 주고 싶다. 건너편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종태..
"차형사야, 파스 있냐?"
일지를 쓰던 은석이 서랍에서 파스 하나를 꺼내 툭 던진다.
"붙여줘. 어깨야. 손이 안 닿아."
볼펜을 내려 놓고 파스를 뜯는다. 종태의 옷깃을 잡아 당긴다.
"어디요? 여기요?"
"야, 시환이 안보여? 나도 호 해서 따뜻하게 좀 해줘봐."
뒤늦게 건너편을 보는 은석. 시환과 지율은 속닥속닥 한창 재미있다. 아직도 시환의 손에 들려있는 파스 한 장. 연신 입김을 불고 있다. 키득키득 웃음 소리가 들린다. 은석이 파스를 내려놓는다.
"가서 해달라 그래요."
"니가 해줘, 저 자식은 나한테 안 해줄거야."
"저도 안 불어요."
"우리 사이에 그걸 하나 못해주냐?"
"형은 나 해줄거에요?"
"미쳤냐? 징그럽게."
"나도 징그러워요. 혼자 불어서 붙여요."
'싫어, 안 붙여... 야! 류시환! 파스 더 필요하면 이거 가져가!"
한손으로 들고 달랑달랑 흔들며 시환을 부른다.
"파스요? 많습니다, 괜찮아요."
"너 주딩이에서 바람 새잖아, 이걸로 막아."
은석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제서야 눈치 챈 시환. 얼른 지율의 어깨에 붙인다.
"... 죄송합니다.. 선배 차가울까봐.."
"지율이 안 죽어. 파스 좀 차갑다고 어떻게 되니? 아유, 요즘 것들은 참.. 다 나와! 밥 먹고 가게."
손에 든 파스를 철썩... 은석의 팔뚝에 붙이고 일어난다.
"아 왜 나한테... 에이, 좀 필요한데다 붙이던가.."
떼어서 목 뒤에 붙이려다 멈칫하는 은석. 하아... 길게 한번 숨을 내 쉬고 뒷목에 붙인다. 종태가 묻는다.
"좋냐?"
"아뇨, 그래도 차가운데요."
"파스가 차가워야지 왜 불고 지랄이야.."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 지율과 시환도 소리죽여 웃으며 따라나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