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13화 악어떼 4

사방이 적이다

by 신소운

13.4.1 경찰서



주노 귀금속 가족들이 돌아가고, 진우가 혼자 남아 조금전에 녹화한 모습을 다시 살핀다. 정환이 커피를 타다 준다. 진우가 두 손으로 받으며 꾸뻑 인사한다.

"강진우, 사건 가져오길 잘했다. 뭔가 냄새가 나지?"

"단순 절도 같지 않아요. 어디에선가 꿍짝이 잘 맞아가는 느낌..?? 복잡하네."

"어제는 공쳤고.. 오늘 또 잠복 가려고? 같이 갈까? 나 아까 좀 쉬었는데.."


"그럴래요? 어제는 아마 사장 납치 미수 때문에 안 나온 것 같고... 오늘이나 내일 쯤 한군데 털리지 싶은데."

"그래도 며칠은 쉬지 않을까? 나 같으면 어제 일 때문에 잠깐이라도 납작 숨어지낼 것 같은데.."

진우가 커피를 마신다..

"형, 있잖아,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그게 대목이긴 하겠지?"


"보석은 특히 더 그렇지, 단가도 세지만, 남는 것도 많잖아 다 세공비니까.."

"세공에서 얼마나 받아?"

"글쎄? 저 집은 가게 건물도 자기네꺼니까 월세 안나가고, 세공은 시동생, 가게는 2대째 내려오니까 단골 무지 많을거고.. 다 남는 거 아냐?"


"큰 아들 죽고 나서, 할머니가 엄청 속상했겠다."

"그렇겠지, 큰 아들인데..."

"그런거 말고... 남편 죽어서 큰 아들이 물려받았는데, 큰 아들이 죽어서 며느리한테 갔잖아."

"설마.. 할머니....?"


"어제 밤에, 명함에 있는 지문 망쳐놓은거 보고, 둘째 아들이 많이 의심스러웠어. 거기다가, 어떻게 그 대로변에서, 깜깜하기까지 한데 조수석에 앉은 형수를 발견해. 30분을 쫒아가면서, 형수한테는 두번이나 전화를 하고, 경찰에는 한번도 신고를 안해. 자기가 무슨 경찰인양, 납치범을 들이받아서 형수를 구해.. 다 수상하잖아."


호로록... 식어가는 커피를 마신다.

"근데, 오늘 보니까, 할머니가 각본을 쓰시는 거 같아요. 연기도 오바스럽고, 장물 반지를 아이한테 던지고 갔다.. 보통은, 이런 물건을 던지고 도망갔다 정도만 하지, 굳이 '그 놈들이 다른 가게 것을 훔쳐다가 우리한테 던졌다, 우리는 이런 싸구려 안 판다.' 라고 하나..? 포인트가 다른데에 가있어. 아이의 안전보다, 가게에 대한 애착 혹은 집착이 심해 보여."


커피를 홀라당 다 마신다. 정환의 컵에 남은 걸 쪼로록, 자기 컵으로 붓는다... 한번 쳐다보고 그냥 놔두는 정환. 시동생 모자의 영상을 돌려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주변 귀금속 가게들이 차례로 다 털리고 있어. 자기 며느리가 바로 어제, 납치를 당했고... 누가봐도 위험하잖아. 그러면 가게를 닫으라던가, 사설 경호원을 쓰던가, 돈 있는 집이니까.."


"그게 맞지, 손녀까지 위험하다 그랬으니까."

"근데 신변 안전이나 범인을 잡는 것 보다, 하루라도 빨리 작은 아들이 며느리 대신 가게를 맡아야 한다는 게 더 급해. 그것도 대목 전에... 그게 엄청 중요해보여. 그런 위협이 있으면, 며느리보다 아들을 아껴야죠, 이제 하나 남은 자식인데.. 형수가 위험하니까, 둘째, 네가 목숨 대신 가게를 맡아라... 자기 아들의 목숨은 절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애."


정환이 덧붙인다.

"사실은 있잖아, 이건 별거 아닌데... 내가 애기가 어려서 그런지.. 그 집 손녀 말이야. 애가 학교를 가다가 그런 사람들이 쫒아와서 반지건 뭐건 애한테 던지고 갔다 그러면, 난 솔직히 애 혼자 집에 안 놔둬. 굳이 경찰에 본인까지 와야 할 이유도 없고, 아들이랑 며느리가 와서 얘기해도 되는 거잖아. 무서워서 학교도 못 간 애를 혼자 놔두고, 어른 셋이 쪼르르 다 여기 몰려 올 필요가 있나?"


전화가 온다.

"강진우입니다... 예, 사장님, 말씀하세요... 차에요? 다른 피해는 없구요?..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뭐야? 그 집이야?"

"지금 도착했는데, 집 담벼락이랑, 집 앞에 세워둔 차에다가 스프레이를 뿌려놨대요. 그러면서 문 두드리고 벨을 계속 눌러대서, 아직도 애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다는데?"


정환이 빈 커피잔을 들여다본다.

"그래? 진짜 급하네. 진짜로 대목 전에 다 해결 하려고 그러나... 애 혼자만 집에 두고 온 이유가 그거였을까? 야, 만약에 정말 할머니가 꾸민거면, 아동 학대도 추가 된다고 말씀 드려. 그 연세에는 그런 거 잘 모르셔."

"같이 안가요? 민규 없는데?"

"어디갔어?"


"시환이 징계 위원회 갔다고, 종태 형님이 민규 빌려갔어. 은석이 형도 어디 나가고 없고,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미장원 임산부 건."

"아니, 자기들 파트너 없는 걸 왜 우리 애들을 데려가? 미장원이 뭐, 가위밖에 더 있어? 뭐가 무섭다고..."

"거기 미용사가, 영아 사체 유기 전과가 있대.."

"아이씨, 무섭네."


"같이 가요. 한바퀴 돌고 오자. 박형사님은?"

"숙직실. 어제 철야하고 뻗었다. 저녁에 또 잠복가야되서 자게 놔둘라고... 오래 안걸리겠지?"

가볍게 일어나 자켓을 챙긴다.

"금방이야. 있잖아, 가서 형이 할머니를 잘 봐봐요. 형도 약간 신기 있잖아."

"있지, 요즘 막 한창 생겨나지.. 아, 종태 형님이 완전 무당인데, 어딜 간거야.."


"형, 잠깐.. 이거 지금..."

진우가 먼저 핸드폰을 확인하고, 정환에게 내민다.


/차은석 실종 차량 발견 서초구 우면동 생태공원 출동 바람/



13.4.2 생태 공원




정환의 차가 급하게 공원으로 들어선다. 먼저 도착한 의경들이 조를 나누어 수색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형사와 정환이 먼저 내려 뛴다. 진우는 전화로 실랑이 한다.

"사진 다 봤습니다, 조금 더 조사 해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뇨, 못 갑니다. 저희가 큰 사건이 하나 터져서요.. 끊겠습니다, 내일 연락 드릴께요.."

뭐라뭐라 항의하는 남자를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일행에게 뛰어가 합류한다. 두어명씩 무리지은 중에 시환과 리화가 보인다. 눈 인사를 한다. 리드를 맡은 서초 경찰서 형사가 설명을 계속한다.

"... 겨울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조금 전 부터 입구 통제 시작했고, 먼저 들어가신 분들도 가능한한 나오시도록 방송을 하긴 했는데, 아직 다 나오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방송이 안 들리는 곳도 있고, 산책로가 1킬로미터가 넘기 때문에, 돌아오는 시간도 필요하구요. 수색 중에 주민 분들 보시면 서둘러 밖으로 나가시도록 안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지도를 나누어준다.

"입구 조금 지나서 저수지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 지나서부터, 넷으로 나누어 왼쪽 한 팀, 가운데 두 팀, 오른쪽으로 한 팀 갑니다. 오른쪽 왼쪽, 두 방향으로 가는 팀들은, 평지인 대신에 중간중간에 갈대밭이 퍼져 있으니까 특별히 신경 써 주시구요, 가운데 두팀은 산자락으로 올라갑니다. 정상까지 약 300미터, 일반 도보로 30분 이상 걸리는데, 얼음이 끼었으니까, 부상에 유의하세요.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진우가 눈을 들어 먼곳을 본다. 눈과 얼음이 섞여 희끗희끗하다. 날도 흐려 금방 어두워질 것 같다.

"실종자는 용산 경찰서 외사과 차은석 경위, 36살, 186에 건장한 체격이구요, 위아래 검정색 옷을 입었습니다. 교통사고에 의한 부상 가능성이 크고,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종 시간은 짧게는 1시간 반에서 길게는 최장 3시간까지로 추정됩니다. 만약 부상이 심해 의식이 없거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온도에 노출되었을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각 조의 조장들은, 루트대로 한바퀴 돌아 이곳으로 다시 모입니다. 출발합니다."

시환과 리화가 뛰어온다.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흩어져야지. 야, 다들 어디가고 이게 다야?"

"종태 형님하고 민규형 오고 있는데, 아직 서울 밖입니다. 그리고 몇명인지 모르지만, 조 팀장님이 팀 꾸려서 승합차 두대로 오고 계십니다. 곧 도착합니다."

시환이 답한다.


"지율이는 연락됬어?"

"먼저 올라가셨습니다."

리화가 답한다.

"혼자? 같이 안가고 뭐했어?"

"저는 입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탐문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래, 그것도 맞겠다.. 지금은 서초에서 많이 나왔으니까, 우리도 올라가자. 아무래도 산책로는 인원도 충분해 보이고, 산 속이 놓치는게 많을거야. 리화랑 시환이, 진우.. 너희가 빠르니까 먼저 올라가. 우리 둘이 저수지 한바퀴 둘러보고 뒤따라갈께."

셋이 바로 뛴다. 정환과 남은 박형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아이씨, 한겨울 산속에 저수지까지.. 최악이다."


"왜, 정석이잖아. 숨는 건 산으로, 버리는 건 물로.."

"빌어먹을.. 어떤 새끼들이 차은석을 건들여?"

종종걸음으로 입구를 지나 저수지로 향한다. 한바퀴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이렇게 많은 경찰을 본 일이 있을까.. 못 본척 지난다. 호기심만 많은,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일부러 골라 노린 거지. 이런 한겨울에, 사람없는 산속, 외진 도로, 추적 오래 걸리게 하려고 차 번호판까지 떼어가고... 아래층에 얘기했어? 은석이 노릴만한 애 누구 출소한 기록 있나?"

"응, 아직 답은 없어."

박형사가 다시 한번 핸드폰을 본다. 문자 폭탄이다. 짧게, 한줄 보탠다.

/빨리 찾자 은석이 춥다/


앞서가던 정환도 문자를 본다. 길게 심호흡하며 갈대밭으로 들어간다. 박 형사가 중얼거린다.

"오지게 춥네, 산속이라 그런가.."

겨울 산책이 주는 평화는 잊은지 오래다. 할퀴려 덤벼드는 바람과 우우웅 협박을 즐기는 빈 가지 소리.. 허리 높이로 자란 매가리없는 갈대는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숨기고 있을까.


"혹시 오늘 못 찾으면.."

"왜 못찾어, 찾아야지."

"아니, 오늘 안에 못 찾으면, 여기 아니고 다른 데에 있을 거라고.."

"차량 발견한 곳에서, 이쪽으로 40미터 와서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잖아. 핏방울하고.. 이쪽으로 뛴거 맞아."


"그래, 그러니까.. 핸드폰은 엉뚱한 곳에 던져 놓는다고 해도, 핏방울까지 아무데나 뿌리지는 않잖아. 근데 은석이 꺼 맞나? 큰 부상은 아니겠지?"

"아니어야지, 지 발로 뛰었길 바래야지. 끌려가지는 않았겠지."

"에이, 그 큰 애를 어떻게 끌고가.. 말도 안돼지. 멀쩡해, 괜찮아. 벌써 어디 안전한데에 가 있을거야."


갈대밭을 뒤지며, 무책임한 바램을 이야기한다. 마음을 알기에, 위로라는 걸 알기에, 툭툭 던지는 서로의 말투가 더 아프다. 칼바람에 코끝이 아리다. 눈물이 핑 돌지만, 꾹 참고 계속, 살얼음 낀 저수지를 살핀다. 정환이 속으로만 조용히, 계산을 한다. 실종 시간 최대 3시간.. 저수지로 던졌다면, 얼음이 깨진 흔적이 남았을거다. 세시간만에 다시 저렇게 흔적없이 반듯하게 얼어붙지는 못할거다...

"저수지는 입구에서 너무 가까워, 그치? 여기다 던졌으면 바로 신고 들어 왔을거야?"

뒤따라오던 박 형사가 말한다.

"그럼, 여기는 너무 휑하게 뚫렸지. 멀리서도 다 보이잖아.. 던지다 미끄러져서 지두 같이 빠지겠다."

그런 걱정은 하번도 안 해본척, 태연스럽게 말한다.


정환의 전화가 울린다. 종태다. 화가 난다.

"형님, 어디에요? 아, 뭐하고 있어? 빨리 와...!!!"

끝내 울음이 터진다. 박형사가 걸리적거리는 갈대를 발로 툭툭 차며, 앞질러 걷는다.


13.4.3 대성사




터덜터덜 지친 발걸음의 남자 하나가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우면산을 내려간다. 코끝이 얼도록 가쁜 숨을 쉬며, 등산로가 아닌 범바위 입구로 접어든다. 끊임없이 주위를 살핀다. 누구를 찾는지, 아니면 누구를 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조급함에 빠른 걸음으로 뛰어도 본다. 숨을 고르며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휙..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남자가 불빛을 향해 뛴다. 커다란 포대화상이 그를 맞는다. 우스꽝스런 얼굴이지만, 적막한 산사에서 마주하는 그림자진 형상에 심장이 쪼그라든다. 몇겹으로 접힌 배를 안 보는 척 하며, 절 마당으로 들어선다. 대웅보전 문틈으로 흐릿한 빛이 새어 나온다. 들어갈 생각은 없다. 몇명이 있는지 신발을 센다. 여자 신발 두 켤레.. 안심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수돗가로 간다. 행여 얼어버릴까 두꺼운 담요에 비닐까지 둘둘 감아 묶었다. 방울방울 물이 떨어진다..


얼음 때문에 바닥에 꽉 달라붙은 바가지를 들어 올린다. 플라스틱이라 쉽게 깨지지는 않겠지만, 괜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지않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만에 바가지가 땅에서 떨어진다. 얼음을 떼어내고 물을 튼다. 이가 덜덜 떨리도록 차가운 물로 입안을 헹군다. 내키기않지만, 손을 담궈 최소한의 물로, 얼굴을 닦는다. 차갑다.. 비명이 나올만큼 차갑지만 꾹 참는다...


젊은 남여 한쌍이 반대편에서 올라온다. 남자가 물을 먹는 척, 바가지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선다. 추웠는지, 이쪽으로는 올 필요도 없이, 바로 대웅보전으로 들어간다. 바가지를 기울여 졸졸졸 물을 부어 손을 씻는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석탑 뒤로 숨으며, 남은 산길을 재촉한다. 저 멀리로, 아파트 불빛이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산을 내려간다. 손등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붉으레한 핏물이 땅으로 스며들며 얼음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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