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봄을 사는 이야기...
드디어 왔나 봄
바빴습니다.
게다가 봄비로 가장한 무시무시한 불청객이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통에 잠도 잘 못자구요.. 제가 사는 이곳은 눈이고 비고 간에, 한번 왔다하면 아주 통 트게 확 쏟아붓습니다. 떠돌이 20년이면 왠만한곳에 가도 잘 적응하는데, 이상하게 아직도 빗소리를 싫어합니다.
피곤해서요..
며칠 일찍 자다보니 공모전 하나도 깜빡 지날뻔 했네요. 어제 밤에 후다닥 마무리했는데, 한국 사이트는 왠 인증이 그리 많은가요. 올 봄에 딱 하나 마음에 두고 있던 출품인데, 그까짓 글 하나 올리기를 본인 인증을 하라니.. 한국에 폰도 없고 신원 확인할 아무것도 안 남은 저는 어쩌란건지 ㅠㅠ
정신적 피로인가봐요
중학생들이 원래 이렇게 엉망인가요? 몇 그룹 추가했는데 좀 뒤쳐지는 애들이다보니 깐족깐족 엄청 말을 안들어요. 하나씩은 이쁜데 왜 모아두면 표정부터 싹 바뀌는지. 애들도 계절을 타나봐요. 시간표 따라 울다 웃다, 이번 학기는 이렇게 두 손 놓고 끝내렵니다.
기쁜 소식도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인 17살 큰애가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네요 음하하... 같은 전공인데 팀 프로젝트를 같이 했대요. 저희 애가 좀 어리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냥 학교 앞에서 같이 밥 먹고 집에 왔다는데 (상대 애도 아마 스무살 안쪽..?). 다음달에 18살 생일에, 공원가서 사진 찍어준다고 나가자고 했답니다. 귀여운 것들. 좋을때죠...?
15살 고딩 둘째도 졸업을 준비합니다. 얘도 16에 대학을 시작해서요... 요리를 못해서 집근처 가까운데에 가겠다더니, 핸드폰 보니까 혼자서 유명한 대학들을 다 검색해 봤네요. 기특해서 물어봤더니, 가라테나 주지츠 클럽이 있는지만 확인했대요. ㅎ 얘는 까만띠를 수집하는 병이 있어서, 이것저것 이미 유단자거든요.
딸 셋 막내 9살 꼬맹이는, 드디어 부엌 서랍장 문에 머리가 닫는다고 좋아합니다...! 과하게 옆으로 꺾으며 안전하게 열고 닫습니다 ^^; 제법 고양이, 개, 밥도 주고, 꼬마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하는데, 잘 보면 개를 돌보는게 아니라 아직은 저희 개의 보호를 받는 듯 합니다. 막둥이만 크면 저도 널럴하겠죠.
옆자리 선생님이 늘 하소연합니다.
애들은 다 커서 나가도 애들이라고... 얼마큼 더 늙어줘야 애들이 엄마를 해방 시켜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 떠나고 텅 빈 큰 집에서, 같이 늙어가는 남편과 티비나 보며 조용하고 심심한 하루를 보낼거라 상상합니다. 아쉬울까요..?
쌓인 눈이 밉고, 새벽녁 싸늘한 공기가 웬수같을때..
매년 오는 봄이어도 기다려지고, 어차피 오는 여름인데 짜증나고.. 사람 사는 거 참 불만 덩어리에요. 그렇게 덥다덥다 하늘을 원망하다가도 그새 일년의 절반인 겨울이 오면 (여기는 추운 곳) 그게 또 그렇게 못마땅합니다. 그래도 어느날 이쁘게 내리는 눈송이에 또 사르르 마음은 먼저 녹아내리죠...
자식처럼요...
자식같아요..
자식이네요.
쓰고보니, 자식과 계절은 똑같은 놈들이네요...? 쉴새없이 번갈아가며 이놈 저놈 혼을 쏙 빼놓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놈들이었네요. 아이들은 그렇게 쉴새없이 바뀌고, 성장하면서 저를 철들게 합니다. 내 아이 남의 아이 모두.. 그렇게 제 시간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나봅니다.
오분 남은 점심시간, 두 시간 연짱인 중학교 수업.. 즐겁게 마쳐야죠.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본성 드러나지 않게 잘 숨기고 오겠습니다. 잠깐만요, 남은 오분동안 심호흡 좀 하고.. 흐흡!!! 으허업!! 퓨후우... 다녀오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학부형과 교사들을 위하여..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합니다..
주말에는 사마타 3, 4를 마저 올려야겠습니다. 봄맞이 정신수양이 필요합니다.. ^^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