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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an 25. 2022

그거…… 이혼하자는 말이야?

“우리 얘기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지금 말하고 싶지 않으면 다음에 하고.”

“괜찮아. 말해 봐.”

“내가 정말 너무 심란하거든. 머리가 터지도록 생각해 봤어. 난 사실 너무 두려운데 그래도 물어볼게. 영인(가명) 씨는 여전히 우리가 갈 데까지 간 관계라고 생각해?”

“응.”

“그거 지금 이혼하자는 말이야?”

“어, 맞아.”

“맞다고? 이제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가 그래도 부부로 산지가 만 4년이야. 연애만도 3년이고.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언질 한 번 없이, 우리 관계가 이러이러하니까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 이런 말 한마디도 없이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나는 대체 어떡하라고…… 난 정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너는 갑작스러울지 몰라도 난 아니야. 난 2년 전부터 생각했어.”

“뭐라고?”

“……”

“이혼을 생각한 지 2년이나 되었다고? 그럼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난 그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지난 2년 내내 자기한테 사랑을 갈구하고 뽀뽀해 달라고 하고 안아 달라고 하고. 자기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기다렸다가 자기 식사할 때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말 붙이고, 식사 챙기고 간식 챙기고 그런 거야? 나 정말 바보였네. 자기는 내가 말 걸고 식사 챙기고 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럽고 싫었을까. 그냥 혼자 핸드폰 보면서 먹고 싶은 음식 사 와서 먹고 싶었을 텐데. 얼마나 싫었을까. 난 대체 뭘 한 거니.”


“그래,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이혼은 왜 하고 싶은 건데?”

“그걸 꼭 말해야 해? 난 이미 다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대체 이 말도 안 되는 답답한 상황에서 어떻게 화 한 번 안 내고,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대화다운 대화를 했는지, 무슨 정신으로 이것이 가능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뭐라고? 말을 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이미 평소에 다 말을 했다고. 그리고 이미 마음을 굳혔고 내 마음이 변할 일은 없을 거야.”

“……”


순간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1. 갈 데까지 간 관계

2. 그거…… 이혼하자는 말이야?

3. 그가 말한 이혼 사유

4. # 심리상담 1일 차


5. 시어머니를 만나다

6. 시어머니의 본심

7. 돌이켜보니 싸했던 순간들: 시어머니 편

8. # 심리상담 2일 차


9. 이혼을 받아들인 계기 (1)

10. 이혼을 받아들인 계기 (2)

11. 이혼 가정 자녀와 결혼해서 벌어진 일 (1)

12. 이혼 가정 자녀와 결혼해서 벌어진 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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