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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r 27. 2023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세상 특별한 생일 선물

선물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나 카드를 곁들인 소소한 선물을 자주 하는 편이다. 주로 조각케이크나 마들렌, 휘낭시에 같은 디저트류나 심신의 안정을 돕는 디퓨저, 비누나 바디샤워, 자기 돈으로는 잘 안 사게 되는 꽃다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좀 더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는 고급 향수를 선물할 때도 있다.


사실 꽃다발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고는 싶은데 시간이 촉박해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때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요새는 지하철역에도 꽃가게가 흔한 만큼 손쉽게 장만할 수 있고, 깜짝 꽃다발을 받아 들고 기뻐하지 않는 여성을 아직은 만나보지 못했다.


선물은 대체로 구매하지만 특별한 손재주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디퓨저는 재료를 구매해 직접 배합하고 포장해서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전부 반응이 좋아서 디퓨저는 앞으로도 선물로 종종 시도하려고 한다. 디저트류는 보통은 직접 먹어보고 맛있어서 단골이 된 가게에서 미리 구매해 준비한다. 비누는 러쉬, 바디샤워는 록시땅, 향수는 조말론을 선호하는데,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시트러스 계열을 자주 선물하고는 한다.




며칠 전 생일을 앞둔 친구에게 음식과 책 선물을 한 아름 안기고 왔다. 이번에는 소고기미역국과 돼지고기를 넣은 두부김치, 감자달걀샐러드와 엔도 슈사쿠가 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준비했다. 친구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선물하기는 처음이었고,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가장 정성을 많이 쏟은 선물이었다.


소고기미역국은 특별히 한우 양지를 넣어서 끓였고, 두부김치는 자주 하는 음식이라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감자달걀샐러드였다. 재료 준비에 손이 많이 가서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 요리를 굳이 선택한 이유는 그래도 시중에 파는 것보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 맛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조리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에 쪄서 으깬 감자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마요네즈와 버무리며 간을 맞출 때는 넋이 거의 나가버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설거지할 때는 기진맥진해서 ‘조금만 힘내자.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남은 힘을 전부 쥐어짜 냈다.


이처럼 소중한 주말 한나절을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하는데 에너지를 전부 쏟을 만큼, 이번에 생일을 맞은 친구는 고맙고 귀한 존재였다.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택시를 타고 약속한 시간에 친구네 집 앞에 갔다. 전화를 하고 친구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설렘과 떨림이 교차했다. ‘반응이 어떨까? 좋아해야 할 텐데…… 취향이 아니라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흡사 연애하는 감정 같았다. 친구이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어떤 순간의 감정은 살포시 겹치는 것 같다. 소중한 만큼 잘해주고 싶고 잘 보이고 싶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공존하니까.


친구는 내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려고 집에 들른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직접 만든 요리 3종 세트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 들고는 몇 마디 별 시답지 않은 말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이건 기념으로 사진을 꼭 남겨야 한다며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제 짐이 없으니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는 나에게 ‘여전히 날씨가 추운데 얇게 입고서 건강을 맹신하지 말라’며 다시 택시를 불러주었다.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사랑스러운 친구의 얼빠진 표정은 앞으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선물을 풀었는지 몇 분 뒤 음식 사진과 친구의 문자가 도착했다.


‘야… 황당했다, 정말. 눈물 나잖아. 옆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자신도 이렇게는 못해주는데 내가 인생 잘 산 것 같다고. 사랑한다 내 친구’ 


기뻐하고 감격하는 친구의 마음이 전해졌다. 뭉클해서 나도 찔끔 나는 눈물을 택시 안이라 애써 달랬다.




선물을 자주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선물을 대하는 친구들의 반응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곁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선물을 받았을 때, 오늘 만난 친구처럼 기뻐하는 기색이 표정으로 온통 드러났다. 마음을 꺼내서 내보일 수 있지 않기에 ‘진심’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눈빛에서, 그리고 다정한 말투와 미묘한 태도의 변화에서 고마워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선물을 받은 상대방이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독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평소 나라는 사람은 괜찮게 생각하는데 선물이 취향이 아니라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 묻어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선물 자체는 마음에 드는데 선물을 준 나라는 사람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거리를 두고 싶을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한 친구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상대방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소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물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생각한 마음과 정성을 함부로 저버리지 않는다. 자신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향한 상대방의 마음의 가치를 존중하기에 기꺼이 감사하고 마음껏 기뻐한다.


이는 실은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기쁘지 않은데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애써 기쁜 척하는 연기와는 다르다.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마음을 제대로 쏟은 적이 있다면 비록 선물이나 선물을 한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 정성에는 공감을 하기에 최소한 마음을 함부로 가볍게 여기거나 짓밟을 수는 없을 테니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환심을 사려는 목적을 전제로 하지만 그것 만이 전부는 아니다. 큰 도움을 받아서 말 그대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자체가 목적일 때도 있다. 물론, 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나 자신의 미래와 보신을 위한 보험 용도로 선물을 매개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주로 오랫동안 가까운 관계이거나 이제는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해서 마음을 열 때 선물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이 떨떠름하면 곧잘 당황하곤 한다. 대화를 충분히 나누며 서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툭 튕겨져 나간 느낌을 받는 경우들이다. 돌아보면 상대방을 격의 없이 동등하게 대한 나와 달리, 그들은 나를 언제나 도구적으로 대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인생에 보탬이 되는 나의 ‘이용 가치’에 천착해 관계를 형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다음은 이들(선물의 가치와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의 공통점과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다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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